약 1만명의 관내 외국인 노동자 '코로나19' 예방 지원책 없어
외국인 노동자들의 거주 실태 및 불법체류자 동선 파악 시급

음성외국인도움센터를 이용하는 외국인노동자들. (사진=음성외국인도움센터/음성타임즈)
음성외국인도움센터를 이용하는 외국인노동자들. (사진=음성외국인도움센터/음성타임즈)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이 우려되는 가운데, 음성군의 방역대책에 재정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촘촘한 방역망이 제대로 작동되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감염증 예방을 위해 일선 현장에서 24시간 비상근무에 나서고 있는 관계 공무원 및 지역 주민들의 노고가 일거에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만여 명에 가까운 음성군 내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번 방역체계에서 완전히 소외되어 있었음이 취재 결과 드러났다.

그동안 음성군 관내에는 마스크 및 손 소독제 등이 다양한 경로를 통해 주민들에게 전달되어 왔으나, 관내 외국인 노동자 및 주민들에 대한 방역 지원책은 전무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에 대한 예방책은 관내 음성외국인도움센터, 대소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음성외국인근로자상담지원센터 등 3개 비영리단체에서 자체 실시되어 왔다.

음성군의 지원책은 애초에 없었다.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막겠다는 음성군이 1만 명에 가까운 관내 외국인 주민들에게 지원한 마스크 및 손 소독제는 1일 현재까지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나마, 충청북도는 지난달 22일 외국인 밀집지역에 있는 외국인관련 지역센터에 손 소독제를 무상으로 지원했다. 음성외국인도움센터에는 100개가 지원됐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마스크의 경우, 수량이 확보되는 데로 공급을 약속했으나, 10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수급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코로나19' 예방 기본수칙 이행을 확인하고 있는 문자 메시지. (사진=음성외국인도움센터/음성타임즈)
'코로나19' 예방 기본수칙 이행을 확인하고 있는 문자 메시지. (사진=음성외국인도움센터/음성타임즈)

현재 ‘코로나19’의 지역 확산 방지에 동참하고 있는 음성군 거주 외국인 노동자들과 외국인 주민들의 대부분은 자택과 공장에서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불법체류자에 대한 동선 파악도 심각한 문제이다.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도 감염증이 의심되면 가까운 의료기관을 방문해 검진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이 경우 출입국관리법 시행령 제92조의 2에 의거 불법체류자의 신상정보에 대한 통보의무가 면제된다.

특히 음성외국인도움센터에 따르면 최근 국내 체류기간이 끝나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의 귀국 상담건이 증가하고 있으나, 귀국행 항공기가 중국을 경유하는 경우, 예약이 취소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음성군 관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실태 파악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러나, 그동안 이들에 대한 예방책은 홍보물 및 전단지 등을 통해 ‘코로나19’ 예방 기본수칙을 알리는데 그치고 있었다.

현재까지 활동사항을 살펴보면 음성경찰서 외사계는 법무부의 협조를 받아, 코로나19관련 홍보물, 전단지를 외국인관련 지역센터에 ON, OFF라인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음성외국인도움센터는 외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주민들을 대상으로 정부 및 지자체의 코로나19 관련 소식들을 취합해 국문과 영문으로 SNS를 통해 알리고 있다.

또한, 코로나19 감염증 현황 및 역학조사 결과 등은 실시간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 금왕읍 내 이슬람 사원(AR-ROYYAN)도 센터의 권유로 기도모임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왕읍 내 이슬람 사원(AR-ROYYAN)에서 신도들에게 보낸 예배 중단 공문. (제공=음성타임즈)
금왕읍 내 이슬람 사원(AR-ROYYAN)에서 신도들에게 보낸 예배 중단 공문. (제공=음성타임즈)

음성외국인도움센터 고 소피아 센터장은 “외국인 주민들은 한국어가 능숙하지 못하다 보니, 공적인 정보를 접하더라도 스스로 대응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고 소피아 센터장은 “불법 체류자에 대한 현황파악이 어렵다. 불법체류자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져야 할 것”이라며 “동료들을 통해 정확한 정보 및 예방수칙이 전달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기본 예방책인 손 씻기, 손 소독하기, 마스크 착용하기, 외출 및 모임 자제하기, 기침 시 주의하기 등을 계속해서 홍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성군은) 다른 사회복지단체에는 수만 장의 마스크가 지원되고 있으나, 비영리단체인 음성외국인센터같은 경우에는 지원을 못 받고 있다”고 말했다.

고 센터장은 “정부에서 마스크 보급을 위해 농협 하나로마트나 우체국에서 판매하는 마스크 보급은 군민들에게도 하늘에 별따기”이라며 “외국인 주민들이 구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음성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달하고 번역 예방 홍보물. (사진=음성외국인도움센터/음성타임즈)
음성군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달하고 번역 예방 홍보물. (사진=음성외국인도움센터/음성타임즈)

이에 대해 음성군 관계자는 “지금까지 마스크 수급에 어려움이 있었다. (2일 개소한) 음성군외국인지원센터를 통해 마스크 1200매를 2일부터 긴급 공급할 예정”이라며 “3개 비영리단체에 200개씩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방치했던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지원책을 뒤늦게나마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뒷북을 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만여 명에 가까운 관내 외국인 노동자들에 대한 철저한 예방 및 지원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지역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관내에 거주하는 내국인은 물론 외국인도 방역 대상에 포함시키는 게 상책이다.

지역민만 챙기다가 사각지대를 놓칠 경우, 자칫하면 24시간 일선에서 땀을 흘리고 있는 모두의 노력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구 11만 음성군에는 1만여 명의 외국인도 포함되어 있다. 

“필요할 땐 우리 주민, 일 터지면 ‘나 몰라라’”하는 음성군 방역망에 대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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