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페인 : 지역과 노동을 잇다>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이하 ‘운동본부’)는 비정규직 문제를 고민하는 충북의 시민사회노동단체들의 연대체로 충북비정규직의 처우개선과 나아가 비정규직 철폐를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사회양극화 및 불평등 해소’, ‘비정규직 문제 해결’, ‘노동존중’ 등이 시대적 과제로 이야기되고 있습니다. 운동본부는 충북인뉴스와 지역의 저임금‵비정규 노동의 현실, 노동정책과 이슈 등을 통해 시대적 과제로 제기되는 문제들을 집어보려고 합니다. 지역과 노동을 잇는 소식이 ‘노동이 존중되는 충북, 살 맛 나는 충북’을 만들기 위한 걸음에 보탬이 되길 희망합니다. 충북인뉴스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모든 차별을 반대합니다. 비정규운동본부의 활동을 지지하고 응원하면서 활동가들이 기고한 글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생활임금은 죄가 없다

글 :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김순자

 

비정규직 없는 충북만들기 운동본부(이하 비정규운동본부)는 지난해 8월부터 ‘저임금`비정규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한 조례 제정’ 운동을 벌여왔다.

충북도민 1만인 서명을 비롯하여 토론회 등을 통해 관련 조례 제정의 필요성을 알려냈고, 충북도와 도의회는 2019년 첫 회기 관련 조례 상정을 약속했다.

그러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지역사회의 질타를 받았다. 진통 끝에 충북도의회는 19일 ‘충청북도 근로자 권리보호 및 증진에 관한 조례안’과 ‘충청북도 비정규직근로자 권리보장 조례안’을 입법예고 했다.

그러나 저임금‘비정규직노동자 권리보장을 위해 운동본부가 제안한 3가지 조례 중 생활임금 조례는 이번 입법예고에 빠졌고, 도의회는 연내 상정 입장을 밝혀왔다.

생활임금 조례 제정에 이시종 충북도지사와 충북도가 난색을 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생활임금 조례는 소상공인의 상대적 박탈감을 높이고 반발 여론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충북지역은 제조업을 중심으로 저임금이 많은데 충북도가 나서서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하고 민간기업에도 권고하면 기업유치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본다.

충복도는 생활임금 적용 대상이 소수에 불과한데 비정규직을 위해 도 예산을 쓰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도 들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소상공인이 어려운데 생활임금까지 더하면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

 

최근 고용 없는 자영업자는 감소하고, 고용 있는 자영업자들이 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 있는 자영업자들에게 위험스러운 상황에 치닫게 될 것이라는 수많은 근거 없는 전망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통계는 전혀 예측과는 다르다.

고용인이 있는 자영업자의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15~20%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건물주가 가져가는 임대료, 재벌과 금융기관에 지불되는 가맹수수료이다.

오늘날 편의점 등 소상공인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의 핵심은 최저임금 인상이 아니라, 대기업 편의점 본사만 이익을 챙기고, 점주들은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는 불공정 • 불평등한 구조에 있다.

소상공인의 상대적 박탈감이 문제라면 해소하기 위한 정책을 내면 된다. 오히려 생활임금 보장으로 소비를 촉진하는 것이 소상공인을 위한 정책일 것이다.

 

생활임금이 기업유치에 장애가 된다?

 

충북도민의 값싼 노동이 기업유치 전략이란 말인가? 충북도가 82만 노동자와 그 가족의 삶을 싸구려 노동으로 취급하고 있는 반면, 경기도는 생활임금 제도가 민간에 확산될 수 있도록 공공계약 입찰 규정을 수술했다.

생활임금 지급 기업이 공공계약에 참여할 경우 가점을 부여하는 ‘일반용역 적격심사 세부기준’ 개정안을 신설해 3월 1일부터 적용하고 있다.

또, 생활임금 도입 기업 인센티브 부여를 통해 생활임금제도 민간 확산을 유도하고, 앞으로도 노동자의 근본적인 삶의 질 향상과 복지증진을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밝히고 있다.

 

충북도는 최근 몇 년간 경제 성장에 몰두하고 있다. 자본 투자에 열을 올리고, 산업단지를 추가 조성하고 있으며, 각종 개발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충북지역은 최근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5.76%로 성장률이 전국 2위(전국 평균 2.98%)를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노동자들의 삶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 저임금 노동, 장시간 노동, 산업재해율, 비정규직 규모는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이대로라면 충북지역은 성장의 과실은 소수에게 독점되고, 노동자들의 삶은 더욱 열악해 질 것이 자명하다. 도민들의 삶 역시 피폐해질 수밖에 없다.

충북도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한 이유이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정책 안에는 여전히 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충북의 열악한 노동자들의 삶의 개선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만이 아니라 악화 일로의 고용의 질을 개선하는 정책이 추진되지 않으면 양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러한 현실을 바꾸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충북도 차원의 노동정책이 수립돼야 한다. 생활임금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2019년 적용되는 전국 지자체의 생활임금은 ‘서울특별시 10,148원’, ‘부천시 10,030원, 용인시 10,000원, 수원시 10,000원, 화성시 10,000원, 성남시 10,000원, 김포시 9,360원, 안산시 9,510원, 광주시 9,420원, 광명시 10,000원, 가평군 8,983원, 연천군 9,909원, 고양시 9,710원, 동두천시 8,890원, 과천시 10,000원, 안성시 10,000원, 안양시 10,000원, 평택시 9,590원, 여주시 9,370원, 군포시 10,000원, 인천시 연수구 10,000원(2019년 첫 실시), 인천시 부평구 9,800원, 인천시 남동구 9,490원, 인천시 계양구 9,370원, 인천시 미추홀구 9,500원, 인천시 서구 9,610원, 부산시 사상구 9,020원(2019년 첫 시행), 부산시 중구 9,213원(2019년 첫 시행), 광주광역시 10,090원, 대전시 서구 8,960원, 충청남도 9,700원, 천안시 9,710원, 전라북도 9,200원, 군산시 9,018원, 전라남도 10,000원, 목포시 8,770원, 강원도 9,011원, 제주도 9,700원으로, 전체적으로 1만원에 가까워지는 추세다.

생활임금 조례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소득 불평등과 ‘일해도 가난한’ 노동빈곤층의 증가 문제를 지방정부가 문제 해결의 주체로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를 통해 공공부문에서부터 차별을 해소하고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고, 이를 민간부문에서 확산시킴으로써 조금이라도 소득 불평등을 개선하자는 취지다. 이미 전국 17개 광역자치단체 중 12곳이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대구, 충북, 경북, 경남, 울산 제외)했고, 기초단체에서도 생활임금제도 조례 제정은 확산 추세에 있다(전국 88곳 조례 제정).

비정규노동자 권리보장 조례는 웬만한 광역자치단체는 모두 존재하는 것들이다. 이련 현실을 외면하고 도민의 삶에는 아랑곳하지 않는 논리로 조례제정을 거부하는 것은 자치단체장의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생활임금은 죄가 없다.

 

최저임금 산입범위 및 탄력근로제 확대 정책으로 노조 없는 사업장에서는 이미 지난해부터 임금 삭감 및 동결, 무분별한 탄력근로제 도입에 따른 장시간 노동이 행해지고 있다.

최저임금 위반 사례도 속출하고 있으며, 시간제 일자리가 다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정책이 추진되고 있지만, 공공기관의 비정규직이 줄기는커녕 다시 늘어나고 있다.

저임금`비정규노동자 권리보장 조례는 바로 기업주들의 편법을 막고, 지방정부가 노동정책을 세워 민간기업에 모범을 보임으로써 지역에서부터 노동존중을 실현해나가자는 취지였고 도지사와 도의회도 이에 동의한 바 있다.

소상공인의 상대적 박탈감, 기업유치 장애, 예산문제 그 어느 것에도 생활임금은 죄가 없다. 충북도는 더 이상 시간 끌지 말고 지금 당장 저임금`비정규노동자를 위한 ‘생활임금 조례 제정’에 나서야 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