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철흠 의원 ‘법적 근거 부재론’ ‘복수단체 이중과세’ 주장
충북도, 문화예술진흥법 근거 3억2435만원 운영비 지원예산

▲ 지난 2017년 8월 충북예총(당시 회장 임승빈)과 충북민예총(당시 이사장 김기현)의 정책연대 협약식 모습.

충북도의회의 ‘2019년도 충북도 세입·세출 예산안’ 심의가 끝나고 오는 24일 본회의 의결을 앞두고 있다. 지난 11일 도의회 예산결산위원회는 충북도의 내년도 예산안 4조5788억여원 가운데 54억원을 최종 삭감했다. 이날 3시간에 걸친 계수조정 과정에서 지역 예술계의 관심이 집중된 2가지 예산안의 운명이 엇갈렸다. 도 지정예술단 운영 예산 4억5000만원이 삭감됐고 문화예술단체 운영 지원예산 3억2435만원이 살아났다.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문화위원회가 삭감시킨 것을 예산결산위에서 1건만 회생시킨 것이다. 그나마 이시종 지사가 예결위원들을 직접 설득한 결과라는 후문이다.

특히 문화예술단체 운영 지원예산은 충북예총·민예총의 인건비, 임대료 등으로 단체 운영의 사활이 걸린 예산이다. 충북도는 지난 2016년부터 양 예술단체에 대한 운영비 예산지원을 시작했다. 당시 충북예총 조철호 회장 재임시 이시종 지사가 인건비 등의 지원을 결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지자체의 공연, 전시, 행사 등 문화예술계 지원예산은 별도 인건비를 책정하지 않아 사실상 예산전용을 조장한다는 예술계의 목소리가 반영됐다는 것.

실제로 2015년 충북예총 사무총장 A씨가 충북도 보조금 2억3000여만원을 받아 문화예술 행사를 개최하면서 6400만원을 전용한 혐의로 처벌받은 사건이 발생했다. 결국 A씨는 1심 재판에서 사기 및 업무상 횡령 혐의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받았다. 당시 충북예총은 사상 처음으로 보조금 횡령에 대한 페널티로 이듬해 단체 창작지원금 절반이 삭감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충북예총은 단체 실무자 인건비 확보를 위해 도보조금 예산을 편법운용하는 현실을 이 지사에게 설명해 받아들여졌다는 후문이다.

이후 충북도는 양 예술단체에 대한 운영비 지원을 계속해 2019년의 경우 충북예총 1억4283만원(인건비 1억533만원(4명), 공공운영비 1992만원, 임대료 1757만원) 충북민예총 1억 354만원(인건비 7608만원(3명), 공공운영비 1240만원, 임대료 845만원)을 편성했다. 양 단체는 충북도가 소유한 청주 우암동 충북문화예술인회관에 입주해 사무실을 쓰고 있다. 하지만 무상사용 대상이 아니다보니 도가 임대료를 예산지원하고 단체가 납부하는 방식이다.

양 단체, 나눠주기식 예산집행

문제는 양 단체가 공공건물을 무상사용할 수 없는 것처럼 공공예산으로 운영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도의회 행정문화위가 상임위 심사에서 전액 삭감한 이유가 바로 ‘예산을 지원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이었다. 민주당 연철흠 의원은 용인시가 법제처에 ‘자체 조례제정을 통해 문화원과 예총에 운영비 지원이 가능한 지’ 질의한 내용을 제시했다. 법제처의 답변 내용은 “문화원은 지방문화원법에 의해 가능하지만 예총은 법령에 명시적 근거가 없어 운영비 지원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었다.

지난 2014년 5월 행정자치부는 방만한 지방재정 관리를 위해 지방재정법을 개정하면서 법령에 명시되지 않은 단체(공공기관 외 민간단체)는 사업비 지원불가는 물론 최소한의 운영경상비 지원마저 중단토록 했다. 이에따라 전국적으로 보조금 중단 사태가 벌어졌고 2015년 2월 전국 137개 예총이 참여해 ‘전국예술인 총궐기대회’를 열기도 했다. 대회 참가자 1000여명은 가두행진, 성명서 낭독, 대정부 개선 촉구 건의문을 전달했다.

결국 정부는 대체 입법을 추진해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법률안을 내놓았고 2015년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운영비 지원근거를 마련하게 됐다. 충북도도 문화예술진흥법 제7조 전문예술법인·단체의 지정·육성 규정을 충북예총·민예총에 대한 운영비 지원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충북도의 예산지원 불법 논란은 해프닝으로 볼 수 있지만 도의회 행정문화위원회가 제동을 건데는 숨은 이유가 있었다. 동일한 분야에 2개 민간단체를 대상으로 운영비를 지원하는 것은 비정상이라는 시각이다. 연철흠 의원은 “오랜기간 양분돼 있었던 엘리트 체육단체와 생활체육 단체의 통합작업이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이젠 문화예술 분야만 예총·민예총으로 나눠져 이중과세를 계속하고 있다. 지자체가 예산 지원을 계속하면 양분화된 현실을 고착화시키는 악영향을 줄 수 있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비교해도 걸맞지 않기 때문에 재고해 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단체가 양분되면서 개별 사업예산 지원에도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2019년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충북예총·민예총이 각각 기념공연을 기획했고 충북도는 각각 8000만원씩 예산안을 올렸다. 역사적 의미가 있는 대형 공연을 2개로 나눠 양 단체에 똑같이 예산을 집행하는 셈이다.

연철흠 의원은 “행사의 의미로 보면 양 단체 예산을 다 합쳐도 부족할 수 있다. 그렇지만 공모할 경우 뒷감당을 우려한 집행부가 행정편의적으로 양 단체에 나눠준 셈이다. 시민들이 기대하는 100주년 기념 공연의 질과 규모를 생각한다면 이런 식으로 처리해선 안된다. 결국 예결위에서 각각 5000만원으로 감액하고 두 단체가 합쳐서 단일행사로 치르는 조건으로 예산이 통과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예총·민예총 통합 이젠 말할 수 있나?
문화계 부정적 반응 속 장르별 통합 방식 제안

지난 2004년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당시 회장 이성림)와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당시 회장 황석영)이 공동으로 ‘한국 문화예술의 세계화를 위한 대 토론회’개최를 준비했다. 이에대해 일부 언론에서 예총과 민예총의 통합 논의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는 오보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당시 민예총 황 회장은 기자간담회에서 “궁극적으로 한 나라의 문화예술계를 대표하는 단체는 하나여야 한다. 언젠가는 두 단체의 통합을 추진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발언했다. 이같은 발언이 ‘통합 논의’로 확대해석된 것이고 예총측은 “조직체로서의 통합이 아니라 연대와 화합의 뜻”이라며 부인했다.

충북에서는 지난 2017년 8월 충북예총(당시 회장 임승빈)과 충북민예총(당시 이사장 김기현)이 정책연대 협약식을 가졌다. 정례 연석회의를 개최해 협업 과제를 발굴하고 실행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연석회의는 도중에 중단됐고 3.1절 100주년 기념식 공연도 각자 기획안을 내는 처지가 됐다. 취재결과 양 단체 관계자는 물론 비회원 예술인조차 한결같이 통합의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충북예총 전 회장 B씨는 “설립 배경이 다르고 추구하는 바가 다르다. 우리는 일정한 회원 자격요건을 갖춘 예술인이 참여하는 정통성있는 대표 단체”라고 주장했다. 충북민예총 전 이사장 C씨는 “문화 다양성을 인정한다면 통합이 최선은 아니라고 본다. 예술의 대중화는 물론 국제교류와 공모사업 유치 등 차별화된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양 단체에 소속되지 않은 전업 미술작가 A씨는 “예술가 지원을 표방한 대표단체들이 돈을 움직이다 보니 결국 예술가들을 줄세우는 현상이 벌어진다. 예총·민예총이 그렇게 됐고 충북문화재단도 공모방식을 통해 그런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본다. 지자체나 재단이 합리적인 결정을 하지 못할 경우 예술가를 대변할 단체가 필요하고 결국 예총·민예총이 그 역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예산이란 사회적 공헌을 명분으로 제공하는 것인데 단순한 운영비 지원은 재고할 여지가 있다. 대표단체가 없이 장르별 협회 중심으로 운영될 경우 예술인들의 대항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총·민예총 통합 가능성과 방법에 대해 묻자 “통합은 힘들다고 보지만 상층에서 시도하는 업다운 방식보다 장르별 협회부터 통합하는 다운업 방식이 더 현실성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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