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인재 매년 수 십 여명 인근지역으로 유출
새 학교 짓기보다 있는 학교·학생 우선 돌봐야

충북예술고등학교 홈페이지 캡처

예술에 소질과 재능이 있는 충북지역 학생들의 타지역 유출이 심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충북도가 성적 상위 3%안에 드는 우수인재 유출 방지책으로 ‘명문고’ 설립을 운운하면서 정작 ‘예술인재’ 유출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충북도교육청의 문화, 예술교육 관련 지원금과 프로그램은 매년 늘고 있지만 정작 충북에서 예술을 공부하고 전공하겠다고 나서는 충북의 학생들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예술 전문가를 양성하는 특수목적고등학교인 충북예술고등학교의 입학률이 갈수록 하락, 올 입시에는 무용과와 음악과가 미달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실제 올해 충북예고 음악과는 50명 정원에 39명이 지원, 무려 11명이 미달됐다. 또 무용과는 25명 모집에 17명만이 지원해 8명이 미달됐다.

음악학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올해 충북예고 음악과가 미달된 것은 세종예고의 영향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누가 봐도 세종예고와 충북예고는 차이가 있다. 막 개교한 학교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시설이나 교육과정에 있어서 많은 차이가 있다. 세종예고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고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충북예고 음악과가 미달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충북지역 대학에 음악과가 없는데 누가 지역에서 음악을 공부하고 싶겠냐? 사회지도자들은 성적 상위 3%안에 드는 국영수 인재 유출만을 걱정하고 예술인재 유출엔 관심조차 없다. 문화예술에 등한시하는 도시는 미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 충북지역 대학들은 2000년대 후반부터 구조조정으로 무용학과를 없앴고 현재 충북에서 무용학과가 있는 대학은 단 한곳도 없다.

 

충북 예술인재 충남·세종예고로 진학

충북에 소재한 중학교를 2018학년도에 졸업하고 충남예술고등학교에 지원한 학생은 26명이었다. 이중 23명이 합격했다. 또 2019학년도에는 14명이 응시했고 이중 10명이 합격했다.

지난 3월 문을 연 세종예고에도 올해 충북학생 4명이 입학했다. 합격자는 4명이지만 시험에 응시한 충북학생은 12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충북예고를 포기하고 세종예고를 선택했지만 탈락했다. 이들은 어쩔 수 없이 다시 충북지역 인문계 고등학교로 입학하게 됐다.

이에 대해 충북교육청의 관계자는 “충북예고가 열악하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개선을 위해 현재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7일 충주시 성내동 관아골 일원에서 열린 ‘충청감영문화제’에서 충북예고 학생 20여명이 쌍검무를 선보이고 있다.

 

“기숙사 없는 학교, 어떻게 보내나요?”

충북예고보다 타지역 예술고 입학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공통적으로 충북예고 시설이 열악하다는 점을 꼽는다.

한 학보모는 “고 1이면 아직 어린 아이인데 자취를 시킬 수도 없고 기숙사가 없는 학교는 곤란하다”고 말했다.

충북예고에는 현재 운동장과 공연장, 기숙사 등이 없는 상태다.

충북도교육청이 개통한 ‘충북교육 청원광장’에 ‘충북예술고등학교(충북예고) 기숙사를 만들어 주세요’라는 내용이 1호 청원으로 올라왔고 충북교육청은 이에 대한 답변으로 올 연말 안에 인근에 위치한 충북공업고등학교 시설을 활용한 증축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미술 실습실이 지하에 있다. 창문도 없는 어두컴컴한 곳에서 아이들이 하루 종일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건강이 걱정될 정도다. 공부 잘하는 아이들을 위해 좋은 학교를 새로 짓는 것도 좋지만 있는 학교와 아이들을 먼저 돌보는 것이 우선되야 하지 않겠냐. 예술교육이 늘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현실이 속상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이에 대해 충북도청은 “예술교육이 중요한 것은 알고 있지만 도의 정책은 우수인재 유출을 방지하는데 있다. 교육의 세세한 부분을 다 살필 수는 없다. 예술교육은 도교육청 소관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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