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 고등학교 여전히 성적으로 기숙사 학생선발
학생 간 위화감 조성, 과거 줄 세우기식 경쟁은 여전

<사진은 기사와 관계없음>

충북지역 인문계 고등학교가 기숙사 이용 학생을 여전히 성적우수자 위주로 선발, 학생들간의 위화감 조성과 과거 줄 세우기식 경쟁이 여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충북지역 대부분의 고등학교는 기숙사 선발 기준으로 원거리 학생(기숙사 정원의 10% 내외)과 사회적 배려대상자를 포함시켜 놓고 있지만 실제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의 95% 이상은 성적 우수자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일부 학교에서는 100% 성적순으로 기숙사 학생을 선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 산남고등학교에서는 △일반선발 △특별선발 △기타선발 등 세 가지 방법으로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는데 세 가지 선발기준이 모두 성적우선이라는 얘기다.

일반선발은 내신성적과 학력평가 성적 석차순이 기준이고 특별선발은 학력경시대회 입상경력과 우수학생 유치요인이 생겼을 경우 운영위원회 협의를 거쳐 선발하는 것을 말한다. 또 기타선발은 기타의 특별한 사정으로 입사를 희망할 경우 기숙사에 공석이 있을 때 지학원 운영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특별입사하는 것을 말한다. 산남고 한 관계자는 “현재는 성적위주로 선발하고 있지만 집이 멀어 어려움을 겪고 기숙사에 들어오길 희망하는 학생이 있다면 회의를 거쳐 들어올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원거리 학생이 기숙사에 입소했다 하더라도 학업 중심으로 운영되는 기숙사 분위기에 적응하지 못해 퇴소하는 일도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집이 멀리 있는 학생들을 기숙사에서 생활하도록 선발했지만 적응하지 못하고 퇴소했다”고 말했다.

 

기숙사 학생에게만 입시정보 제공하기도

현재 충북지역 일반고 51곳 중 기숙사를 운영하는 학교는 주덕고등학교를 제외한 50곳인 곳으로 조사됐다. 각 학교는 전교생의 8~30% 내외에 이르는 학생들을 자체 선발 규정에 의해 선발, ‘학사반’이라는 이름으로 운영하고 있다.

대다수 학교에서는 아침시간과 방과 후, ‘자율학습’ 또는 ‘자기주도학습’이라는 이름으로 학습시간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기숙사에 있는 학생만을 대상으로 입시설명회, 자기소개서 작성법 강의, 주말을 이용한 체험학습 운영 등 입시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특히 지자체에서도 이들 학생들을 지원, 기숙사에 포함되지 않는 학생들은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진천군은 진천고등학교에 2억 원 가량을 지원, 진천고는 이중 1억 6000여 만 원을 기숙사 학생들을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정작 기숙사가 필요한 학교에는 기숙사가 없어 학생들이 학교 인근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어 원거리 통학생이나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학업을 돕는다는 기숙사 본래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 충북 전지역 학생을 대상으로 입학생을 선발하는 충북예고에는 기숙사가 없어 일부 학생들은 학교인근에서 자취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왜 기숙사인가?

충북지역 고등학교의 기숙사 설립은 청주 세광고등학교 기숙사 학생들의 입학실적이 부각되면서 본격 진행됐다고 할 수 있다. 1999년 서울대 17명, 연세대 7명, 고려대 14명 등 세광고 기숙사 학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2000년대 초반 기숙사 설립 붐이 일었다는 것.

특히 부영그룹에서 청석고, 금천고, 음성고, 제천고, 청주신흥고, 운호고 등 7개 고등학교에 기숙사 건물을 기증하면서 본격화됐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학교에서는 기숙사가 필요한 상황이고 마침 부영에서 무료로 건물을 주니 당연히 환영할만한 일이 아니겠냐”고 전했다.

한편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의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학교에서 학생들의 생활과 시간을 관리해주고 입학성적도 좋으니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많은 학교에서 수익자 부담으로 일반 학생들과 차이나는 별도의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학사반에 속하지 못한 학생들이 위화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입시방법이 다양화됐다고는 하지만 고등학교 평가기준은 여전히 성적이고 좋은 대학에 얼마나 많은 학생이 입학하느냐에 달려있다. 대학의 입시 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모든 학생이 차별받지 않고 낙오되지 않는 교육을 실현하는 것은 사실 이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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