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협의체, 오너 일가 4명 235억원 횡령혐의로 검찰 고발
유홍무 전 회장 주가조작 징역 3년 수감, 최악의 경영 위기

도내 중북부 지역 케이블TV 방송인 충주 CCS충북방송 직원들이 대주주와 대표이사를 고발하는 등 경영정상화에 직접 나섰다. 8일 한국거래소는 CCS충북방송 직원 8명이 최대주주와 대표이사를 포함한 특수관계인 4명을 횡령과 배임 혐의로 지난 6일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고 공시했다. 고발된 4명은 형제인 유홍무 전 회장, 유인무 대주주와 유 전 회장의 아들인 CCS충북방송 유희훈 대표이사·유희범 기획실장 등 4명이다. 또한 직원들이 자체 조사한 피고발인들의 횡령·배임 금액은 235억5000만원에 달한다. 오너 일가의 파행적인 경영으로 회사는 부실에 빠져 직원 급여가 체납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회사의 존폐가 걸린 상황에서 직원들이 직접 팔걷고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CCS충북방송은 종합유선방송으로 2001년 설립돼 충주·제천·단양·진천·음성·괴산·증평 등 도내 7개 시·군의 정보와 지역채널 프로그램을 가입자에게 전하고 있다. 2005년말 대주주인 차종철 전 회장은 현대백화점 계열의 케이블TV 사업자인 HCN에 회사를 매각했다. 당시 알려진 매각금액은 950억원이었고 이같은 자금력으로 차 전 회장은 1군 건설사인 남광토건을 인수하기도 했다.

3년만인 2009년 4월 HCN은 경북 구미, 김천, 상주 등을 사업구역으로 하는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인 새로넷 방송을 인수한다. 대신 충북 중북부의 CCS충북방송을 새로넷방송 최대주주에게 862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경북 북부 새로넷방송 최대주주는 유홍무·유인무 형제로 자신들의 연고지인 충주 거점 종합유선방송과 교환 매매한 셈이다.

실질적인 CCS충북방송의 대주주는 형인 유홍무 전 회장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대표이사 결격사유가 있어 회장직을 맡고 동생인 유인무씨가 첫 대표이사를 맡게 됐다. 이후 CCS충북방송은 당기 순손실이 지속적으로 증가했고, 급기야 2015년 7월 유 전 회장의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면서 큰 위기를 맞게 된다. 당시 서울남부지검은 유 전 회장을 주가를 조작, 2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구속했다.

외부투자 손실, 주가조작 유혹

당시 유 전 회장은 신사업 부문에 진출하는 과정에서 적자가 누적되자 200억원이 넘는 금융권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재산관리인인 박모(54)씨에게 주가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박씨는 전문 주가조작꾼과 금융브로커에게 시세조종 자금 7억5000만원과 주식 60만주를 제공해 주가조작을 의뢰했다. 이들은 2011년 12월~2012년 3월 CCS에 관해 1300여차례의 시세조종 주문을 냈고 주가는 주당 964원에서 최고 3475원으로 치솟았다. 이때 유 전 회장은 자신이 차명으로 보유한 CCS 주식 800만주 중 364만주를 처분하기도 했다.

당시 CCS는 전년도에 30억원 이상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해 일반 기관투자자들로선 CCS 주식을 매입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하지만 CCS가 베트남 국영방송국인 VTC와 디지털방송용 셋톱박스 공급사업 등을 추진하였다는 공시에 따라 주가가 들썩였다.

결국 인위적인 주가부양과 매수된 자산운용사의 주식매수로 인해 일반 투자자들은 이중으로 속아 넘어갔다. 검찰은 주가조작으로 인한 범죄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CCS 계열회사의 유 전 회장 부동산 등에 대해 21억원 상당의 추징보전청구를 신청했다. 유 전 회장은 지난 1월 서울남부지법에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징역 3년에 벌금 5억원, 추징금 21억원을 선고받았다.

보석으로 풀려났던 유 전 회장이 1심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되자 회사 안팎의 동요는 컸다. 특정 소액주주가 부실경영에 대한 책임을 물어 회사 대주주와 경영진을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이 시점에 CCS의 직원들은 직원협의체를 구성해 오너인 유씨 일가의 횡령 의혹에 대한 내부조사에 착수했다. 고발인에 참여한 직원 A씨는 “각 부서별 업무가 이원화 되어 있어 대주주의 횡령·배임에 대한 심증은 있었으나, 올해 1월경 소액주주의 대주주에 대한 검찰 고발에 따라 자체적으로 자료를 채증하고, 검증·확인하는 과정에서 대주주의 횡령·배임의 혐의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주주의 불법적인 회사 운영을 그대로 방조한다면 회사가 회생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사법기관인 검찰에 고발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인수 계약사, 성급한 경영권 간섭

오너 일가의 횡령혐의 조사를 끝낸 직원협의체는 검찰 고발여부를 놓고 전체 직원 총회를 열었다. 총 34명의 직원 가운데 33명이 참석했고 30명이 검찰 고발에 찬성했다. 고발 직전 직원협의체는 오너 일가측과 마지막 담판도 시도했다는 것. 직원 A씨는 “횡령액을 회사에 반환하고 전문 경영인 체제로 운영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책임지려는 모습이 보이지 않아 고발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유 전 회장은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기 몇달전인 2015년 3월 자신의 장남인 유희훈씨(35)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차남인 유희범씨를 기획실장에 앉혔다. 두 아들을 통한 친정체제로 전환하여 운영토록 하였고 결국 CCS충북방송은 지난해 12월 영화배우 정준호씨가 대주주인 ㈜한국체스게임과 주식 및 경영권 양도양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금 10억원에 잔금 70억원은 올 11월말까지 지급하기로 했다. 또한 대주주가 보유한 지분 일부 6.2%를 양도하는 것이었다.

문제는 ㈜한국체스게임(이하 체스게임)이 감독기관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승인도 받지 않은채 경영권을 지배하려 한다는 점이다. CCS충북방송 직원협의체에 따르면 체스게임이 지난 1월 유 전 회장 법정구속 이후 충북방송 이사회에 이사 2명을 새롭게 선임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는 것.

CCS충북방송의 현 이사는 사외이사 4명과 사내이사인 대표 1명 등 모두 5명으로 1명은 사임서를 냈고 1명은 해외 장기체류중인 상태다. 활동이 가능한 3명의 이사 중에 B씨는 지난 9일 현 유희훈 대표이사의 위임을 받아 9일부터 임시대표로서 업무를 시작했다는 것. 특히 B이사는 체스게임의 이사 2명 추천권 요구를 동의하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또한 체스게임은 전환사채(CB) 235억원 발행, 100억원 유상증자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것.

대주주측 “횡령의혹 사실무근”

이에대해 직원협의체는 “체스게임이 과기부의 정식 승인이라는 정상적 절차를 거쳐 경영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본다. 절차를 무시한 채 이사회를 장악해 사실상 회사 부채인 전환사채 235억원 발행 및 유상증자를 시도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 과기부 승인을 거쳐 당초 투자계획을 이행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오너 일가가 엄청난 부실을 남긴 마당에 새로운 인수사가 경영권 지배에만 목매는 것은 우려스럽다. 직원들이 똘똘 뭉쳐 청와대 청원 등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회사를 살리겠다”고 말했다.

한편 대주주인 유인무 전 대표는 법원 소송을 통해 오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소집하기로 했다. 이번 임시주총 소집의 의안 주요내용은 신규 이사 선임건, 감사 선임건이다. 신규 이사 후보자 명단에는 유희범 기획실장과 체스게임측 배우 정준호씨를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사외이사 후보는 정태원·윤명진·이주홍 씨이며, 감사 후보자는 이현무씨다.

이에대해 직원협의체는 “사실상 오너 일가와 체스게임측의 요구를 관철하려는 임시주총으로 판단된다. 유 전 대표가 오너 일가 횡령혐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임시주총 소집 요구 소송을 취하하기로 약속하고도 번복했다. 임시주총 의안이 직원들이 요구하는 횡령자금 반환, 전문 경영인 영입과는 거리가 먼 내용이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한국체스게임 관계자는 "직원협의체와 대화해 본 결과 사내이사직 2석을 무리하게 요구했다. 직원들이 사기업인 CCS충북방송을 마치 KBS처럼 착각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 우리는 당초 합병을 원했지 경영권을 바란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위기상황이 되면서 수습에 앞장 설 수 밖에 없는 입장이다. 직원들의 고발내용은 과장되거나 사실이 아닌 부분이 많다. 회사 정상화를 위해 이성적인 판단을 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대주주측은 <뉴시스>와 통화에서 “이사회가 사실관계를 확인할 것이다. 수년간 회계감사가 있었고 법정 시스템에 따른 재무제표가 진행됐다”며 횡령의혹을 부인하고 “무고 혐의 등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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