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15주년 맞은 충북여성민우회, 여성사회교육센터 개설 준비 중

지난 11일 충북여성민우회 부설 여성사회교육센터 개설을 위한 후원의 밤 행사에는 350~400명에 이르는 사람들이 참석해 주위를 놀라게 했다. 충북도내 여성계, 시민사회계를 비롯해 공무원, 기업인, 주부 등 다양한 인사들이 모여들어 성황을 이뤘다. 지난 89년 5월 창립한 충북여성민우회가 올해로 벌써 1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강연, 주민자치학교, 복지학교, 여대생캠프, 갈등중재훈련 등 대중교육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이들은 여성사회교육센터 필요성을 절감하고 15주년 기념으로 설립에 나선 것. 이렇게 되면 여성민우회는 여성노동센터와 생활협동조합, 여성사회교육센터 등의 부설기관을 갖춘 여성운동단체로 성장하게 된다.

충북여성민우회 측은 “우리는 창립 이후 15년 동안 지역주민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활동을 실시해 많은 성과를 거뒀다고 자부한다. 여성사회교육센터 개설은 역량있는 여성들의 사회참여 영역을 넓히고 평생사회교육의 효과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으로 여성민우회의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살림은 언제나 궁색

충북여성민우회는 80년대 후반 사회 각 분야에 민주화 바람이 불어닥쳤을 때 뜻있는 여성들에 의해 탄생됐다. 당시 김수정 정은경 변지숙 한명란 씨 등 사회단체 여성활동가들이 모여 ‘우리들의 정체성을 갖자’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주지역에서는 청주YWCA가 지난 65년 창립된 이래 시민사회여성운동단체로는 두 번째다. 사창동 푸른교회에서 창립대회를 가진 이들은 이후 우암동 전교조충북지부 사무실에서 곁방살이를 했다. 그리고 사직동 지하 사무실, 운천동, 모충동, 북문로1가 등으로 전전했다. 지난 5월 민우회는 공동육아 어린이집으로 썼던 수동 대성여상 뒤 단독주택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꽃밭과 부엌, 대문이 있는 운치있는 집이나 이는 사무실 임대료를 아끼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사회에서 별로 우호적이지 않은 여성운동을 해온 덕에 이들은 늘 가난할 수밖에 없었다. 상근활동가들의 활동비를 줄이기 위해 최소한도의 인원만 남기고 나머지는 비상근으로 돌린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그래서 15년의 살림 치고는 궁색하기 짝이 없으나, 이들이 해온 활동은 여성 전분야에 걸쳐 영향을 미쳤다. 매년 3·8 세계여성의 날을 열고 가정내 폭력추방, 공동육아협동조합, 저소득층 아동을 위한 공부방, 여성정치체험학교, 방과후 보육조례제정운동,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 여대생캠프, 평등한 가정만들기, 비정규직 여성노동자 권리찾기, 여성의 정치세력화 등 다양한 사업을 전개해 오는 한편 지역의 굵직 굵직한 현안에는 타 단체와 연대해 같은 목소리를 냈다.

변지숙 대표의 말이다. “우리는 쓰레기부터 통일문제까지 많은 일을 해왔다. 사무실은 초라할지 몰라도 여성에 관한 일이라면 따지지 않고 매달렸다. 창립멤버들이 현재까지 활동하고 자매애가 남다르다는 점은 우리 단체만의 자랑이다. 그간 거쳐간 상근자가 30~40명 되는데 여전히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자신의 일처럼 걱정해주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어 고마울 따름이다. 앞으로의 과제라면 여성운동의 방향을 어떻게 짜야 하느냐이다. 옛날에는 법 제도 개선과 싸움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대중들과 함께 가야 하는 시대다. 대중들의 이해와 요구에 맞는 운동을 개발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이는 우리뿐 아니라 여성운동단체가 안고 있는 고민이다.”

비정규직 여성과 외국인노동자, 탈북여성 등 여전히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여성을 위해 일하고 내부적으로는 재정자립과 회원확보 등의 조직 강화를 위해 애쓸 것이라는 변대표는 소수 활동가들의 희생으로 꾸려온 단체의 재정 사정을 향상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회원은 550명. 너무 여러 가지 일에 간여하다보니 전문성이 떨어지고 운동성도 약화되는 게 아니냐는 대내외 비판에 대해 그는 여성운동의 새판짜기로 이를 극복해 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도내 최초 여성의원 배출

충북여성민우회가 해온 일 중 여성의 정치세력화는 올해 작은 결실을 맺었다. 지난 4·15 총선에서 충북도내 최초의 여성의원을 배출했기 때문. 강혜숙 의원(열린우리당 비례대표)은 오랫동안 이 단체의 대표로 활동해 왔다. 선거 때마다 여성의 의회 진출을 주장해온 이들은 강 의원 국회의원 만들기에 나서 ‘지원사격’을 가한 결과 성공, 타 단체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그러나 앞으로도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해서는 관심을 갖고 취지에 맞는 여성후보가 있으면 적극 돕는다는 계획이다. 여성의 국회 및 의회 진출이 여성운동의 동일선상에서 이뤄진다고 보고 있고, 실제 이는 제도 개선이나 인식의 변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창립멤버이며 이사로 활동중인 김수정씨는 “15년 이라는 역사가 조직으로서는 그리 길지 않으나 다소 거칠어도 여성운동에 대한 진정성을 갖고 여성의 지위 향상에 기여해 왔다. 여성운동에 대한 오해와 편견도 많고 가끔 마녀사냥이 있었음에도 꿋꿋하게 버텨 감회가 새롭다. 그러나 무모한 모함이나 비난같은 것들이 있을 때는 매우 당혹스러웠다”고 전제하고 “초기에는 여성운동=여성해방 이었으나 이제는 보육, 학교급식, 생협 등 여성들의 생활에서 필요한 운동이 중요시되고 있다. 앞으로 여성들의 다양한 요구를 어떻게 운동으로 승화시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충북여성민우회는 홈페이지(www.cbwomen.org)에서 단체를 소개하면서 “권리와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는 사회, 남녀가 함께 참여하고 어우러지는 그런 아름다운 세상을 원합니다. 각박해져만 가는 세상속에서 이웃과 더불어 함께 상부상조하고 따스한 온정이 넘쳐나는 공동체사회가 여성민우회가 희망하는 미래입니다”라고 썼다. 자매애가 있으면서 성차별에 단호히 맞서는 충북여성민우회회원들은 따뜻한 공동체를 일군다는 자부심으로 오늘도 일터로 모여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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