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면허’ ‘종신 진료’, 도내 80세 이상 현업 의사 9명
의료 브로커 유혹 대상, 외국 사례 재등록제 도입 여론

지난 10월말 광주 북부경찰서는 허위 입원환자를 모아 요양급여비용과 보험금 약 3억원 상당을 가로챈 혐의(의료법 위반 등)로 한방 병원장을 구속했다. 병원장은 86세된 고령 의사까지 고용해 전남의 다른 지역 환자까지 원정 입원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진료를 할 수 없는 고령 의사의 면허를 불법 대여받은 것이다. 고령화 시대를 맞아 60대 이상 의사 면허신고자가 전체 16% 이상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의사 면허는 정년이 없고 재등록 절차가 없어 사실상 진료 능력이 의심스러운 고령 의사들이 의료 브로커들의 먹이감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SBS 이미지 캡쳐

사례1> 2016년 청주 도심에 위치한 A의원은 원장의 해외연수로 1주일간 단기 대체 의사가 필요했다. 투석 환자들을 진료하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을 중단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인터넷 의료진 구인 사이트(청주의료부로 통칭)를 통해 신청하자 이틀뒤 연락이 왔다. 50대 후반의 남성 의사인데 사전 면접은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급여 지급도 본인 실명으로 곤란해 가족 명의 통장으로 입금해 달라는 것이었다.

상황이 다급했던 A의원 원장은 그대로 수락했고 의사 면허번호만 확인해 보건소에 대체 진료 신고도 마쳤다. 마침내 약속한 날 아침 9시 50대 후반의 의사가 출근했다. 하지만 당사자를 본 순간 A원장은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출근한 대체 의사는 걸음걸이조차 불편한 반신마비 상태의 장애를 갖고 있었다.

A원장은 “정말 충격을 받았지만 내색을 할 수 없어 혼났다. 한쪽 팔을 아예 쓰지 못하는데다 안면 근육도 일부 마비라서 발음이 명확하지 않았다. 사실상 외래 환자 진료가 불가능해 보였지만 이미 보건소 신고까지 마친 상황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결국 의례적인 투석 환자 처방만 내리고 1주일을 근무시킨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근무한 대체 의사의 인건비는 하루 50만원, 따라서 7일간 총 350만원을 대체 의사가 지정한 계좌로 입금시켜야 했다.

사례2> 2015년 12월 성남중원경찰서는 실제로 시술을 하지 못하는 78세, 74세 고령 의사 등 3명을 고용해 불법으로 임플란트 전문병원을 운영한 사무장 남모씨를 의료법 위반혐의로 구속했다. 경찰의 조사에서 치기공사 출신인 남씨는 2014년 1월부터 월 4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고령의 치과의사인 박 모씨(74)를 고용해 박씨 명의로 치과 병원을 개설했고, 2014년 4월부터는 월 10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신모씨(46)를 고용해 다시 명의를 바꿔 운영하다가, 2014년 9월부터 2015년 10월까지는 월 600만원을 지급하는 조건으로 고령 의사 이 모씨(78)를 다시 고용해 약 2년간 일명 ‘사무장 병원’을 운영해 왔다. 경찰은 의료기관을 개설할 수 없는 남씨에게 고용되어 월급을 받으면서 의료행위를 해 온 이 모씨 등 의사 5명을 의료법위반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고령자가 20% 이상인 경우 일컫는 ‘초고령사회’의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고령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지만 의료계에서는 ‘고령의사’에 대한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현재 충북도의사회에 등록된 현업 의사 수는 1649명이다. 이 가운데 60세~70세 188명, 71세~80세 24명, 80세 이상이 9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상적인 고령자 기준인 65세 이상이 전체 1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의사는 자신이 원하면 종신토록 아무 제재없이 진료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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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버스기사 65세 자격검사

지난 2015년 서울 양천구 B병원에서 C형 간염 환자가 무더기로 발생했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병원장이 주사기를 반복사용토록 해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병원장은 3년전 교통사고를 당한 뇌병변장애 3급, 언어장애 4급 판정을 받았고 거동이 불편해 누군가 부축해주지 않으면 움직이기 힘든 상태였다. 결국 새 주사기를 포장상태에서 꺼내는 게 번거로워 주사기를 재사용했다고 털어놓았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은 해당 병원장과 같이 진료행위에 결함이 있는 의사를 미리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

의사면허가 취소되는 경우는 의료법 제65조에 따라 △정신질환자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 중독자 △금치산자·한정치산자 △의료법·형법 등 관련법에 따라 금고 이상 형이 선고된 자 △자격 정지 기간 중 의료행위를 한 자 △면허증을 빌려준 자 등으로 제한돼 있다. 그러나 이에 해당하는 의사라 해도 관련성을 은폐할 경우 적발하기 힘들다. 환자나 병원 직원 등 해당 의사에게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사람이 경찰에 고발하지 않는 이상 의사면허 취소는 쉽지 않은 일이다.

반면 국토교통부는 ‘65세 이상 택시 기사 자격 유지 검사제’를 추진하고 있다. 나이 많은 택시 기사가 늘면서 사고가 증가하자 지난 2월 65세 이상 택시 기사에게 검사 의무를 주는 여객자동차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이 제도가 시행되면 65세 이상 기사는 3년, 70세부터는 1년에 한번 자격유지 검사를 받아야 한다. 90분 동안 신호등 검사, 주의지속 능력 등 7개 항목을 검사해 최하 5등급까지 받을 수 있는데, 2개 항목 이상 5등급을 받으면 탈락된다. 65세 이상 버스 운전자의 경우 지난해 1월부터 자격유지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따라서 사람의 생명을 다루는 의사면허의 경우 재등록 제도 도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익명의 의료인 Q씨는 “의사협회 차원에서 면허를 관리하는 기구를 신설하고, 스스로 면허를 재등록하는 방법이 좋다고 본다. 면허 취득을 위한 시험을 다시 보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마다 등록을 새로 하는 것이다. 의료계가 자율적으로 대안을 마련하지 않으면 결국 외부에서 나서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재등록 제도에 대한 우려의 부분도 언급했다. Q씨는 “단순히 신체적으로 장애등급을 받았다고 의료업을 못하게 하는 것은 논란의 소지가 될 수도 있다. 서로 경쟁관계에서 ‘건강상 의심이 간다’는 등의 신고로 악용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외견상으로도 진료가 힘들어 보이는 중증 장애를 가진 경우 재등록 심사를 통해 거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은 주별로 면허 갱신, 캐나다는 동료평가>

미국은 각 주별 면허원(State Medical Board)에서 의사면허 취득 후 정기적(대개 2년)으로 면허 갱신을 주관한다. 이때 면허원은 무작위로 의사를 선택해 자격 적격성 여부를 확인한다. 의사들은 면허를 갱신하기 위해 의료윤리에 입각한 의료행위 여부와 건강 상태, 질병 유무, 그리고 보수교육 수료 여부 등 증빙자료를 제출해야 한다.

미국 텍사스 주의 의사면허 재등록 제도를 보면 의사는 2년마다 면허를 신청하고 재발급받는데 이 경우 첫째 보수교육을 24시간 받아야 하고, 둘째 법적·윤리적으로 문제가 없어야 하며, 셋째 연회비 납부 등 3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또한 면허 재등록을 위해 제출해야 할 신청서에는 의료업 장소, 의료업 기관, 전문 분야, 의료행위 형태, 법적 문제의 유무, 질병 유무, 근무 형태 등 항목을 세분화해 작성하게 돼 있다.

텍사스 주 면허원은 이를 토대로 면허 재등록을 허가한다. 면허원 위원은 총 19명으로 구성되는데 이 중 12명이 의사고 나머지는 사업가, 은행원, 교사, 법학자 등 다른 직업 종사자다. 임기는 6년이며, 바뀔 때마다 주지사가 임명한 뒤 주 상원의원으로부터 인준받아야 한다. 또한 2개월마다 회의를 하고, 면허신청자 면담 등의 활동도 해야 하며, 모든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원칙이다.

캐나다 퀘벡 주에서는 전문직법에 따라 의사 능력을 점검하기 위해 동료평가(peer review)를 실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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