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특수시책 불구 공식 포기 첫 사례

지난 25일 제천고등학교가 행복씨앗학교 응모포기를 발표한 가운데 응모를 하지 않은 진짜 이유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외형적으로는 학생들의 반대로 행복씨앗학교 응모를 포기했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현재 우리교육계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점이 동시에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많다. 제천고의 한 학부모는 “아직은 시기상조”임을 강조하며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2년 동안 행복씨앗학교 준비교였던 제천 고등학교는 지난 25일 운영위원회를 열고 학생들이 행복씨앗학교 응모여부와 관련 투표한 결과 반대의견이 많아 행복씨앗학교 응모를 철회한다고 밝혔다. 김만균 교사는 지난 26일 페이스북을 통해 "교원 중 76.8%가 행복씨앗학교 응모에 동의하는 놀라운 일이 있었음에도 응모를 철회할 수 밖에 없게 되어 매우 아쉽다“고 전했다. 제천고는 행복씨앗학교 추진과 관련 투표를 실시한 결과 1, 2학년 학생 477명 중 찬성 218명, 반대 226명, 기권 33명이 나옴에 따라 행복씨앗학교 응모 제안을 철회했다. 김 교사는 "학생들 의견 수렴은 사실 소홀했다. 말로만 3주체였지,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 학생들이 이해하도록 노력하지 않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앞으로는 더욱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학생들 의견은 1학년은 반대가, 2학년은 찬성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만균 교사에 따르면 반대의 구체적인 이유는 △학업량이 더 많아질 것 같아서 △학생 참여형 수업이나 수행평가가 지금도 힘들다 △지금도 많은 활동을 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공부를 더 안 할 것 같아서(학교의 학업 분위기) △강의식 수업이 더 편하고 이해도가 높고 입시에 유리해서 △대학 진학에 불리할까봐 △입시를 소홀히 할까봐 △교과 시간이 줄어 공부를 적게 할까봐 △공부에 흥미 없는 아이들에게 좋은 학교라서 △공부의욕이 있는 학생들에겐 오히려 해가 될까봐 △충북에 두 곳밖에 없는데 아직 검증되지 않아서 △임상실험대상이 될까봐 등이다.
하지만 제천고가 행복씨앗학교 응모를 포기한 진짜 이유는 단순히 투표결과에 따른 것이 아니라 △2015 교육과정 및 수능의 절대평가 도입 등 급격한 대입제도 변화 속에서 내 아이에게 맞는 전형 찾기 △‘지역을 살리려면 우수한 지역인재를 살려야 한다’는 생각 △수준별 교육을 원하는 비평준화 △행복씨앗학교와 관련된 ‘선례’가 없다는 불안감이 동시에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제천고의 한 학부모는 “아직 이렇다 할 명확한 데이터도 없고 그렇다고 행복씨앗학교를 어떻게 실현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열린교육, 행복교육만을 외칠 수는 없다”며 “행복씨앗학교의 취지와 내용, 교사들의 열정과 노력은 너무 좋지만 그래도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현재 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아이들은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아이들이다. 갑자기 바뀌는 것은 너무 혼란스럽다”라며 “행복씨앗학교는 초등학생 때부터 그런 학교에 다녔던 아이들에게 적합한 개념”이라고 말했다.
사실 제천고는 제천지역 상위 10%안에 드는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학교로 알려져 있다. ‘제천중학교의 전교 1등부터 10등까지는 제천고에 간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사실 이 학생들의 대부분은 수능, 즉 정시를 염두해 두고 학교에 입학했는데 이른바 학생부종합전형에 유리한 행복씨앗학교를 추진하면 학생들이 입시에 불리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체험학습 및 다양한 프로그램 실시가 학력하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불안감 또한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의 한 관계자는 “행복씨앗학교 준비학교를 진행하면서 야간 자율학습시간에 학생들이 PC방에 가거나 잠을 자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해 학력하향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커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외에도 이번 결과는 출발점이 다른 학생들이 같이 교육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주장하는 비평준화의 벽을 넘지 못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고등학교의 평준화 정책은 김병우 충북교육감의 주요 정책으로 현재 청주지역에서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한 관계자는 “수준이 다른 아이들은 수준별로 다르게 교육을 하는 것이 맞다”고 주장하며 “평준화를 주장하는 김병우 교육감 정책에 동의할 수 없고 제천지역이 정치적으로 이용될 수 없어 반대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