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담화/ 박소영 사회문화부 부장

박소영 충청리뷰 사회문화부 부장

최근 제천고는 행복씨앗학교 응모를 두고 홍역을 치렀다. 일부 학부모들과 제천고 총동문회가 행복씨앗학교 응모 결사반대를 했다. 결국 행복씨앗학교 응모는 철회됐다. 제천고 총동문회가 나서서 반대한 이유는 한마디로 ‘시기상조’라는 것.

다른 지역 일반고는 하지 않는데 왜 지역명문고인 제천고가 먼저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그런데 올해 청주시내 일반고인 충북고와 서원고가 행복씨앗학교에 응모했다. 이에 대한 얘기를 전하자 제천 총동문회 관계자는 여하튼 “우리 학교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진짜 기자인줄 어떻게 아느냐며 전화를 끊겠다고 했다.

제천총동문회 홈페이지를 가보니 제천고 행복씨앗학교 반대 운동 관련 사진이 몇 장 올라왔다. 아이들을 볼모로 실험하지 말라는 자극적인 플래카드 뒤로 머리가 희끗희끗한 어르신들이 보였다. 누군가는 마이크를 잡고, 누군가는 서명을 받았다. 마치 혁신학교의 실험에서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나선 역전의 용사들처럼 비장해보였다.

우리나라 입시제도는 수차례 바뀌었다. 지금도 계속 바뀌고 있다. 혁신학교가 입시를 위해 탄생된 제도는 아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혁신학교가 입시에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이른바 학생부종합전형을 포함한 수시의 비율이 70%이상을 넘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과거처럼 시험 한번 잘 봐서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복잡해진 학생부종합전형에 자신만의 스토리를 써내려가야만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다.

총동문회 회원들은 과연 이러한 입시 메커니즘을 얼마만큼 이해하고 마이크를 잡고 있는지 씁쓸함이 밀려왔다. 입시제도의 유·불리를 떠나 자식과도 같은 지역의 후배들을 위해 선배들이 나선 행동은 과연 모범적이었을까. 학교에 항의 방문을 하고, 자극적인 플래카드를 걸고 반대 서명운동을 벌이는 모습. 이들의 과도한 행동은 과연 정당한 것인가.

청주시내 일반고인 충북고와 서원고의 학부모 운영위원들은 혁신학교를 100%찬성했다는 얘기가 들려온다. 이미 학부모들은 행복씨앗학교가 입시에 유리하다는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다.

행복씨앗학교는 수업의 변화를 꾀한다. 혼자 교실에서 수업하던 교사들도 이제 자신의 수업내용을 공개해야 한다. 교사 간 협력수업도 이뤄질 뿐만 아니라 학생과 교사의 위치도 상하가 아닌 수평으로 바뀐다. 이미 세계교육의 흐름이 이렇게 바뀌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안에서 민주주의를 배울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혁신학교를 두고 학교 구성원간 의견이 엇갈린다. 도내 어느 학교는 교장이 강력하게 혁신학교를 원하고, 어디는 교장이 원치 않는데 구성원들이 원한다는 얘기가 들린다. 물론 교사, 학생, 학부모 교육의 3주체가 혁신학교를 원해야 변화의 문을 열겠지만, 이미 학교와는 물리적·시간적 거리가 먼 동문회들이 나서 찬반을 논한다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지나쳐보인다.

제천고는 이번에도 운영위원회의 동의를 얻지 못해 더 이상 행복씨앗학교의 꿈을 꿀 수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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