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한덕현 충청리뷰 발행인

둘 한테는 공통점이 있다. 신분에 비해 정치판에서의 이목이 지나치게 커지고 있다는 것과, 때문에 잊을만 하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상위 순위를 차지한다는 사실이다. 일개 청와대 행정관과 일개 지방의원이 이처럼 국민적 관심을 사기는 유례가 없다. 둘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 상식을 말할 뿐이다.

우선 탁현민을 보자. 그는 공연기획자다. 문재인 대통령이 야인과 후보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그를 측근으로 둔 것은 분명 성공작이다. 꼭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더라도 수염이 더부룩한 모습의 히말라야 트레킹을 비롯해 대통령 취임식, 청와대 참모들과의 커피타임, 대기업 총수들과의 호프미팅, 5.18민주화운동 기념식, 대국민보고대회 등이 알려진대로 탁현민의 작품이라면 그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냈다고 인정해야 한다.

대통령에 대한 국민들의 울림이 이 때보다 더한 적은 없었다. 그 자체로 희망이었다. 그 옛날 왕조시대를 시점으로 일제식민과 군사독재, 권위주의 정권을 거치면서 나랏님에 대해 단 한번도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경험한 것이다. 그래서 이를 기획한 탁현민을 더 알아볼 요량으로 문제가 된 책 ‘남자마음 설명서’를 구해 단숨에 읽었다.

몇 장을 넘기면서 참 재주가 많다는 생각이 우선 들었다. 아니 상황 대처가 뛰어난 이들에게 붙여지는 재기(才氣)라고 표현해야 더 어울릴 것같다. 책의 제목이나 그동안 제기된 논란의 요지를 보아 어차피 큰 사유(思惟)나 철학을 기대한 건 아니지만 이성에 대한 남자의 심리를 어떻게 저렇듯 정곡으로 찌를 수 있을까? 무릎을 칠 정도였다. 살아가면서 여성에 대해 자연인의 신분으로 느낄 수 있는 많은 것을 그는 맛깔나는 글로써 풀어냈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책을 덮으니 머리에 남는 것이 없다. 읽는 순간에는 많은 공감으로 고개를 끄덕였지만 막상 읽고나니 특별히 기억할 만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다. 탁현민의 한계는 바로 이것이다. 그는 전문 공연기획자다. 공연은 관객들에게 순간의 감동을 주지 못하면 허당이다.
 

지금까지 문재인에 대한 탁현민의 기여는 그만의 재주와 재기를 십분 활용한 이같은 공연의 효과가 크다. 그는 2012년 대선을 앞두고 청주교대에서 열린 ‘문재인의 운명’ 북 콘서트에서도 문재인의 서민풍모를 암시하는 은연중 습관, 마이크를 오른팔로 반쯤 추어올려 잡는 것을 시범으로 보이게 해 단숨에 사람들을 휘어잡는 순발력을 보였다. 그만큼 상황에 대한 감성의 대처가 탁월하다.

하지만 정치와 통치는 순간보다는 시간과 인내를 수반하는 공감을 필요로 하는 생물(生物)이다. 늘 정적과 반대파들이 대척하기에 거기엔 설득과 타협이라는 과정, 그리고 그 결과의 효용성이 무엇보다도 중요시된다. 한 순간에 관객을 울려 내 편으로 끌어들이는 공연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다. 이를 간과한다면 지금 야당이 탁현민의 업적(?)에 대해 어깃장을 놓는 ‘쇼’라는 막말은 앞으로 더 자주 출몰할 것이다. 탁현민 식의 연출에 의한 국민감동은 이젠 충분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금까지 그랬듯 그저 자연스럽고 인간적인 면이 국민들에게 더 살갑다.

박근혜의 패가망신은 이미지 정치의 종언이 부른 비극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젠 자신을 잘 포장하는 탁현민보다는 그 탁현민의 한계를 경고하는 사람을 옆에 두어야할 시점이 됐다. 김이수 헌재소장 임명동의안 부결은 청와대의 행정실무 역시 앞으로는 국가통치의 본질에 천착해야 함을 일깨웠다고 볼 수 있다. “부결은 상상도 못했다”는 청와대의 회한은 오히려 국민들에게 상실감만 안길 뿐이다.

탁현민이 상황을 연출할 줄 안다면 김학철에겐 그 상황을 이용할 줄 아는 내공이 있는 것같다. 촉(觸)이 남다르다는 것이다. 이는 영특함을 넘어 영악함의 수준이다. 미친개와 레밍에 이은 늑대 발언을 보면 정치인으로서 논리력도 다분하다. 하지만 김학철이 알아야 할 게 하나 있다. 옳고 격한 말은 사람들을 쉽게 움직이지만 또한 사람들을 쉽게 식상하게도 만든다. 한 때는 세대교체의 아이콘으로 뜨는가 싶더니 지금은 정치적 낭인이 된 김문수와 전여옥을 떠올리면 답이 나온다.

더군다나 김학철은 아직 젊다. 그가 앞으로도 정치에서의 가능성을 추구하겠다면 더 이상 말(言)의 유희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 안 그러면 생명력이 짧다. 다른 건 다 차치하더라도 그가 충북의 광역의원인 현실에서 SNS를 통해 ‘동물농장 주인’ 쯤으로 매도되는 건 피했으면 한다. 그와 관련된 사안이 벌어질 때마다 외지 사람들이 인식하는 건 김학철 개인보다는 충북이 먼저다.

책 하나로 탁현민의 모든 것을 규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다. 이런 성격의 책발간이 늘 그렇듯 출판사의 이해와 계산이 깔린 상업성의 전략적 집필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남성들에게 마초적 본능을 자극하는 제목과 내용들이 많은 걸 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정치인들이 으레 구사할 수 있는 튀는 워딩(Wording) 한 두 개로 김학철의 속까지를 다 들여다 볼 수는 없다. 어차피 정치는 대중앞에 자기를 드러내는 것이기에 간혹 오버(Over)는 필요악이 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아직 젊은 두 사람이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머리보다는 가슴으로, 논리보다는 깊은 사유로써 먼저 성찰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적어도 그들이 여전히 국가정책과 지방정치의 한 복판에서 살기를 원한다면 세상을 좀 더 진중하고 진솔하게 바라보라는 뜻이다.

아니 더 솔직한 심정은, 그들이 이젠 언론에 그만 나왔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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