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천시 청풍면 물태리 옛 청풍교 철거가 지난 10여년간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당초 60억원~70억원으로 추산됐던 사업비용이 90억원~100억원대로 불어 났다. 이미 부실판정을 받았던 교량이라 안전점검과 유지관리에 쏟는 비용도 만만치 않아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을 낭비하는 '흉물'로 전락한 것이다.
충주댐과 함께 1985년 완공된 청풍교 철거 문제가 대두된 것은 현 청풍대교 신설 방침이 확정됐던 2006년 3월 충북도와 제천시가 관리방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가닥이 잡혔다.
제천시는 당초 용도 폐지될 옛 청풍교 관광자원화 차원에서 직원 공모를 통해 활용 방안도 논의했다. 그러나 청풍교를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는 대체 교량(청풍대교)을 신설할 정도로 부실했던 교량 안전문제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에 불과했다. 한때 논의됐던 번지점프장, 자전거길 조성, 조형물 설치 등 아이디어는 불과 몇개월만에 '없던 일'로 돼 '철거'로 가닥이 잡혔다. 제천시는 2006년 7월 청풍대교 준공과 함께 철거해 줄 것을 충북도에 요청했다. 이 무렵 철거비용은 적게는 60억원에서 70억원이 거론됐다.
김호경 제천시의회 의원은 "철거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는 60억원~70억원 정도가 소요될 것이라는 답변을 들었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충북도가 2010년 6월 국토부에 옛 청풍교 철거를 위한 총사업비를 변경 건의 하는 과정에서 추산한 철거비용은 87억원 규모(2015년 기준)였다. 그러나 충북도는 2017년 기준으로 용역비 등을 포함한 철거 사업비는 100억원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대규모 장비를 설치하고 한꺼번에 처리를 해야하는 공사여서 1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본다"며 "국토부에 수차례 지원을 요청했으나, 국가지원지방도에 설치된 교량 철거 비용은 불가하다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혔다.
부실 교량이어서 안전문제가 상존하고 있는 데다 유지관리와 안전점검 등에 쏟는 예산과 행정력 낭비가 만만치 않다.
출입이 전면 통제되고 있는 옛 청풍교 입구 모습. 사진 오른쪽 시설은 2012년 준공된 청풍대교 전경
충북도는 2002년 사업비 14억원을 들여 보수·보강 공사를 실시한 데 이어 2006년 철거 방침을 확정한 이후 정밀점검을 위한 용역과 보수·보강 작업을 2년에 한차례씩 실시했다. 충북도는 이에 따른 비용이 매년 수천만씩 소요되자 2016년 2월 '특정관리대상시설'로 지정해 정밀점검을 실시하고 있다.
충북도 도로관리사업소 충주지소 관계자는 "안전진단을 위한 용역과 보수·보강 사업, 현장 방문을 통한 정기적인 육안점검 등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며 "연간 수천만원의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청풍호 자연경관을 훼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 케이블카 설치, 모노레일 운영, 둘레길 조성 등 관광 활성화 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는 데다 시설물 자체가 '명물'인 청풍대교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청풍호 관광을 홍보하는 일부 블로그에는 옛 청풍교 부실시공과 안전문제, 철거 지연 등에 대한 이야기가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제천시 관광과 관계자는 "관광객들이 청풍호와 청풍대교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선호하는 데 옛 청풍교가 흉물 역할을 하고 있다"며 "관광사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아 조기 철거하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충북도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받아 철거공사를 하는 방안을 여러차례 시도했으나, 기재부 승인을 받거나, 국가지원지방도 교량 철거 사업에 국비를 지원할 수 없도록 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같은 대안을 마련하지 못하면 지방비로 공사를 해야하기 때문에 쉽지 않은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부 지원만 쳐다보는 충북도의 태도도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