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민간단체 도지사상 875건·교육감상 182건·청주시장상 977건
음성 A사찰 어린이 백일장, 원고지 2장 작품 도지사·교육감상 수상
선출직 민선 단체장들이 민간단체 각종 경연대회에 기관장상을 남발한 채 사후관리에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충북도청, 도교육청, 청주시청의 경우 민간단체 행사 성격에 따라 부서별로 기관장상 요청을 받아 자체 심사후 제공여부를 결정하고 있다. 백일장, 사생대회 등 학생 경연대회의 경우 도내에서 가장 큰 상이기 때문에 공정성과 일정한 수준이 요구된다. 하지만 지자체는 시상이 결정되면 연례적으로 상장만 제공할 뿐 수상 작품의 질이나 행사 진행의 공정성 여부를 점검하지 않고 있다. 도내 대형 사찰에서 진행하는 학생 백일장·사생대회를 통해 그 실태를 알아본다.

음성에 위치한 A사찰은 도내 조계종 말사 가운데 신도수가 손꼽히는 대형 사찰이다. A사는 매년 부처님 오신날을 맞아 어린이 사생대회 및 백일장 행사를 연다. 올해도 지난 5월 22일 사찰 경내에서 300여명의 학생들이 참가한 가운데 경연대회를 열었다. 명목상 제15회 전국 대회로 열렸지만 참가자 규모는 한참 못미치는 정도였다. 시상은 백일장 운문, 산문과 사생대회 유치부, 초등부 4개 부문으로 나눴다. 결국 4개 부문별로 도지사상, 교육감상, 음성군수상을 비롯해 군부대장, 경찰서장, 소방서장, 우체국장 등 총 50여개의 상장이 주어졌다.
A사찰은 법보신문 6월호에 올해의 주요 수상작을 소개했다. 다음은 '충북도교육감상'을 받은 작품의 전문이다. <오늘은 부처님 오신날이다. 아침 일찍 일어나 아빠차를 타고 음성 미타사에 왔다. 예쁜 한복으로 갈아입고 꽃을 뿌리고 육법공양을 했다. 작년에도 그 작년에도 육법공약을 했다. 하고나면 부처님 생신을 축하해 드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다. 내년에도 난 미타사에 올 것이다. 부처님 생신을 축하해 드릴 것이다.>

물론 글을 쓴 학생이 초등학교 1학년생 임을 감안하더라도 글의 분량이 너무 짧다. 시가 아닌 산문을 200자 원고지 1장 분량으로 받아 최고상을 준 것이다. 신문에 실린 산문 수상작 13편 가운데 원고지 3장 이하 분량의 작품이 절반을 차지했다. 올해 주최측이 제시한 주제어는 새싹, 꽃, 바람, 연등, 부처님 오신날, 어머니였다. 하지만 산문 수상작 13편 가운데 8편이 ‘부처님 오신날'을 제목으로 삼았다. 동시인 운문 부문에서 음성문화원장상을 수상한 작품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부처님 오신 날은 / 영광스러운 날, 그리고 좋은 날 / 부처님 감사합니다. /부처님은 우리나라의 대대왕이다./부처님은 소원을 이루어 질 수 있도록 해주신다 / 부처님 잘 지내시고 사랑합니다>
수상작품 선정의 기준이 궁금해 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오랫동안 A사찰 백일장 심사위원장을 맡은 수필가 반숙자씨는 “백일장을 오랫동안 심사하면서 가장 아쉬운 것은 참가자 수가 적어서 입상작 내기가 어려웠다는 점이다. 작품 제목을 A사찰 쪽에서 내다보니까 상투적인 제목이 나오고 종교에 한정되어 어린이들의 상상력이나 체험의 구체화가 안되는 점도 있다. 산문부에서 매수가 적은 것이 절대적 결함은 아니다. 함축 되어 작품성을 높일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 필력이 부족한 것으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고 이번에도 장원다운 작품이 없었다”고 말했다.

청주 B사찰도 매년 사생대회를 열어 도지사상, 교육감상, 청주시장상, 국회의원상을 비롯해 교육장, 대학총장, 언론사 사장상을 시상하고 있다. 유치부, 초등부, 중등부, 고등부 4개 부문으로 나눠 각 기관장은 4개의 상장을 제공한다. 문제는 고등부의 경우 전공 입시준비생이 아니면 대회 참가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다보니 고등부 참가자는 전원 본상 수상을 하게 된다는 것. 올해의 경우 고등부 참가자 10명 전원이 국회의원상 이상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청주 모 미술학원은 “2015년 고등부 3명 최우수상 (충북교육감상, 충북도지사상, 교육지원청장상)을 비롯하여 지도 교사상을 수상했다”고 자체 카페에 홍보하기도 했다. 각 기관장인 최우수상이 55명, 우수상 10명에 입선작으로 발표된 명단만도 2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8회째를 맞은 B사찰의 ‘충북청주사랑 그림그리기 대회’는 청주시장상이 15장에 달해 눈길을 끈다. 다른 기관장상은 4개 부문에 맞춰 총 4장인데 청주시장상은 15명을 선정해 시상한다. 이에대해 청주시 관계자는 “이미 17년전 첫회부터 시장상을 제공했기 때문에 왜 15장으로 결정됐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상의 훈격이 지사상, 교육감상보다 낮고 청주사랑 사생대회로 시작했기 때문에 많이 제공된 것으로 보인다. 관내 종교단체 행사에 제공되는 상으로는 B사찰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단양 C사찰은 올해 8회째 백일장 및 사생대회를 열고 있다. 총본원 사찰답게 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이었고 금상은 도지사상, 은상은 교육감상이었다. 작년 참가자는 700여명으로 각 기관장상인 본상 18명에 장려상 4명, 입선 28명으로 수상작을 엄선했다. 작년까지 시상금도 수여했으나 올해는 시상금없이 선착순 500명을 접수받아 대회를 치를 예정이다.
이시종 지사 취임후 도지사상 29% 늘어
도교육청 시상 제한 엄격, 주무부서 결정하면 연례적 제공
충북도, 도교육청, 청주시청 확인결과 기관장상 제공여부에 대한 결정은 부서별로 이뤄졌다. 실국별로 과장급이 참여하는 심의위원회를 통해 서류심사로 판단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총무부서에서 분야별로 일목요연한 집계자료를 갖고 있지 않았다.
충북도의 경우 민간단체 도지사상 제공 건수가 2010년 678건에서 2016년 875건으로 늘어났다. 이시종 지사 취임이후 29%가 늘어났고 주로 문화, 체육, 여성정책 부서 행사에 제공됐다. 도교육청은 2014년 174건에서 2016년 182건으로 김병우 교육감 취임이후 늘어난 것은 8건에 불과했다. 학생 경연대회 시상이다보니 행사 내용이나 규모를 까다롭게 심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일단 참가비를 받거나 행사관련 교재부담이 있으면 시상에 제약을 받는다”고 말했다. 청주시는 2016년 시장상 발급건수가 977건으로 가장 많았다. 3개 기관 모두 실국별로 결정해 제공하다보니 충북도를 제외하곤 전체 건수를 취합한 자료가 없었다.
특히 관행적으로 매년 행사때가 되면 상장만 제공할 뿐 사후관리는 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연대회의 경우 당초 취지대로 행사가 진행됐는 지, 수상대상 작품의 수준이 일정한 지 아무런 확인작업을 하지 않았다. 더구나 종교단체의 경우 불교사찰 행사로 집중된 경향을 보였다. 단양 C사찰은 올해부터 백일장 및 사생대회 행사장소를 사찰이 아닌 단양읍 수변무대로 옮겨 대중적 행사로 탈바꿈하려는 시도를 보였다. 이에대해 지역 관가에서는 “민선시대 접어들면서 기관장 표창장이나 민간 경진대회 포상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주무부서에서도 돈안드는 민원이다보니 쉽게 들어주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기관장상은 개인보다 기관의 권위와 위신을 상징하고 있다. 우는 아이 떡하나 주듯이 남발되면 상의 가치는 그만큼 감가상각될 수밖에 없다. 민간이 참여하는 심사위원회를 통해 사전심사를 하고 수상작과 행사에 대한 사후점검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