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지검, 서문 통행제한·정문 출입자 통제강화 논란
서문 무인시스템 “민원인 편의보다 관리 수월성 우선”

서문 앞에 게시된 민원인 차량 통제 안내판.
종합민원실과 가깝게 설계된 청주지법 동문과 청주지검 서문. 상업지구로 우회해야 하는 청주지검 정문.
무인시스템으로 바뀐 서문에서 되돌리는 민원인 차량.

 

청주지방검찰청이 민원인 차량출입시 개인 휴대전화 번호를 확인하는등 과도한 통제조치를 취해 논란이 되고 있다. 시민의 제보에 따라 지난 14일 민원실 방문을 내세워 청주 산남동 청주지방검찰청 청사를 방문했다. 일단은 4차선 도로에서 출입이 가장 편리한 서문으로 들어가려 했지만 ‘민원인 미등록차량 정문이용’이란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결국 두꺼비생태공원쪽으로 돌아가 정문으로 들어섰지만 이번에는 진출입 차단기가 올라가지 않았다.

차유리창을 내리자 경비원이 “거기 인터폰에서 묻는대로 대답하면 열릴 것”이라고 안내했다. 그러자 설치된 인터폰에서 ‘무슨 용무로 왔느냐’고 물었고 ‘민원서류를 떼러 왔다’고 답했다. 그러자 두번째 질문은 ‘어떤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러 왔느냐’였고 ‘공소부제기이유서를 청구하러 왔다’고 답했다. 이젠 끝났나 싶었더니 ‘본인 휴대폰 번호를 불러달라’는 생뚱맞은 질문이 돌아왔다. 결국 전화번호를 밝히자 차단기가 올라갔고 주차를 마친 뒤 경비원에게 ‘왜, 개인 휴대전화번호까지 확인하느냐’고 질문했다.

정문 경비원은 “청사내에 외부 사람이 장시간 주차할 경우 확인조치하기 위해 묻는 것”이라고 답했다. “전국 지방검찰청이 다 이런 식으로 민원인 차량통제를 하느냐”고 재차 묻자 “얼마전에 서울에서 그렇게 방침이 정해져서 다른 데서도 똑같이 실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무실로 돌아온 취재기자는 가까운 대전과 전주지방검찰청으로 확인전화를 돌렸다. 양 청사 보안 관계자는 “외정문에서 차량 출입을 따로 통제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그런 계획은 없다. 하지만 청사건물 정문 출입시는 기존대로 신원확인 등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똑같은 대답이었다. 결국 대검찰청의 지시가 아닌 청주지방검찰청의 자의적 판단으로 변경한 셈이었다.

 

청주지검 정문에 설치된 인터폰.

최종적으로 청주지방검찰청 총무과로 연락해 경위를 파악했다. “5월부터 민원인 미등록 차량의 서문 출입을 막고 정문 출입차량은 용무 확인작업을 거치고 있다. 산남동 일대 도로가 출근시간대 정체가 심하다보니 서문을 통해 들어와 정문으로 빠져나가는 ‘얌체’ 차량들이 늘어났다. 결국 청사내 교통사고 위험이 커져서 예방조치로 일반 민원인의 서문 차량통행을 막았다. 정문에서 용무와 휴대폰 번호를 묻는 것은 외부 불법주차를 막고 민원차량 등록을 위해 취한 조치다. 일단 등록되면 다음부터는 서문 출입도 가능하게 된다. 초기라서 일부 불편해 하는 분들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청사내 주차장 도로를 통행 도로처럼 사용하는 일부 출근주민 때문에 전체 민원인을 상대로 진출입을 제한하게 된 것이다.

당초 청사설계 취지 무시

한편 검찰청 서문 경비실을 확인해 보니 근무자가 아무도 없었다. 자동 차단기만 설치돼 있어 멋모르고 진입한 민원인 차량이 수시로 되돌아 나오고 있었다. 주요 공공청사 차량 출입문이 인력배치없이 무인 전자장비로 운영되고 있었다. 이에대해 총무계 직원은 “서문 경비인력은 빼서 정문이나 다른 근무로 돌렸다. 외부 차량 진출입문이 2개가 되다보니 운영에 문제점이 있어 정문 하나로 일원화한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청내 주차장 관리와 청원경찰의 업무편의를 위해 서문은 막고 정문으로 일원화시킨 것으로 분석된다. 문제는 그동안 검찰청 방문 민원인들의 대부분이 서문을 이용해 왔다는 점이다. 실제로 청주지방법원, 검찰청사의 전체적인 설계를 보면 4차선 도로를 접한 쪽에 동문, 서문을 내도록 했다. 또한 두 청사 모두 동문, 서문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청사내 종합민원실을 배치했다. 결국 검찰청의 서문 통행제한 조치는 당초 설계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결정인 셈이다.

인근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민원인 차량 통행문을 하나로 일원화한다면 진출입이 용이한 서문을 이용하는 것이 당연하다. 누가 2차선 좁은 길을 좌우회전 하면서 정문으로 가고 싶어 하겠는가? 민원인 편의는 무시하고 직원들 업무편의만 염두에 둔 판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대해 제보 시민 A씨는 “전국 어느 관공서에서도 차량 출입자에게 개인정보인 휴대전화 번호까지 확인하며 통제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출근이라는 특정시간대 규칙 위반자가 있다면 그에 한정된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합당한 것 아닌가? 모든 민원인을 잠재적인 규칙 위반사범으로 보고 일괄 통제하는 것은 과거 권위주의 사고가 여전하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청주지검 민원실과 인접한 주차장은 17일 오전 11시에도 절반밖에 차지 않았다.

 

법원 만성 주차난, 검찰청과 공동방안 없나?
지역 특성 고려 담장 헐고 주차장 통합운영 방식 제안

지난 2008년 청주지방법원·검찰청의 ‘산남동 시대’가 열린 이후 두 기관은 민원인 주차장 운영을 놓고 전혀 다른 고민을 해왔다. 법원은 민원인 이외에 재판 방청객까지 몰리다보니 만성적인 주차난에 몸살을 앓고 있다. 그동안 계도성 차량 5부제를 하다 최근에는 전자 차단기를 설치해 부제 해당 차량을 회차시키고 있다. 재판 시간대에는 지하 주차장을 포함 320대 주차 용량이 꽉차다보니 담장을 사이에 둔 검찰청으로 들어가 주차하는 경우도 있었다.

실제로 청주지방검찰청의 민원 주차장은 여력이 있는 편이다. 전체 278대를 주차할 수 있지만 만차되는 경우는 드물고 지하 주차장은 한결 여유가 있다. 따라서 검찰청이 민원인 편의를 우선한다면 차량통제 보다는 과포화 상태인 법원의 주차난을 함께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민원주차장을 공동운영할 경우 동문, 서문을 일방 진출입로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기관 사이에 담장을 트고 내부 도로망을 연결시키면 가능할 수 있다. 이에대해 산남동 모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애초에 산남동 상업지구의 주차장 계획 자체가 잘못됐다. 특히 법원에 못세운 차들이 상업지구까지 흘러들어와 주차난을 부채질 한다. 법원과 검찰청이 한 블록이기 때문에 공동 주차관리를 한다면 진출입로부터 효율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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