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월 4억8000만원 들여 예경보 전광판 교체했지만 무용지물
크기작고 밝기낮아 잘 안보여…타 제품보다 가격은 배로 비싸

청주기계공고 주변 무심천 둑방에 세워진 예경보 전광판. 글씨가 작고 밝기가 어두워 보인다.
청주시 분평동에 설치된 청주시정 홍보 전광판. 비슷한 가격이지만 무심천예경보 전광판보다 면적이 3배 정도 넓어 멀리서도 눈에 잘 띈다.

충북 청주 무심천 돌다리가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지난 3일 무심천 세월호를 건너던 시민이 또 다시 불어난 물에 휩쓸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청주시는 지난해 4억8000여만원을 들여 ‘무심천 상하류 예경보시스템 전광판’을 교체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교체된 전광판이 크기가 작고 밝기도 낮아 제기능을 못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지난 3일 이를 동안 내린 비로 물이 불어난 가운데 무심천을 건너던 A씨(87)가 숨진 채 발견됐다.

충북도에 따르면 A씨는 이날 오후 12시21분쯤 청주시 서원구 모충동 무심천 돌다리를 건너다 사고를 당했다.

이 상황을 본 목격자에 따르면 “백발의 노인이 돌다리를 건너려 해서 이를 제지했지만 그대로 다리를 건넜다”며 “빠른 유속 때문에 휩쓸려 내려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과 소방당국은 119구조대 25명과 경찰관 25명 등 50여명의 인력이 투입해 수색에 나섰다. A씨는 수색 3시간 만에 사체로 발견됐다.

기상청에 따르면 청주지역은 지난 2일부터 3일 오후 2시30분까지 104.5㎜ 등 많은 비가 내렸다.

A씨의 사고를 계기로 무심천 익사 사고가 다시 회자되며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다. 가까이는 지난 2월 청주시 분평동 수영교 아래 무심천에서 60대 치매 환자가 물에 빠져 숨졌다.

2011년 여름에는 세 차례 실족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그해 8월 태풍 ‘무이파’가 한반도에 상륙했을 당시 청주시 흥덕구 옥산면 옥산다리 인근 미호천에서 B(당시 23세)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조사결과 B씨는 청주시 운천동 제2운천교 인근 무심천 돌다리에서 급류에 휩쓸려 실종된 것으로 확인됐다.

숨진 B씨는 친구와 함께 무심천 돌다리를 건너려다 불어난 물에 빠지며 사고를 당했다. 7월에는 청주시 흥덕구 모충대교 아래 무심천에서 C(당시 54세)씨가 급류에 휩쓸려 사망했다. 6월에도 모 중학생이 무심천에서 익사한 채 발견됐다.

 

‘예경보 전광판 제 기능 했나?’ 의문

 

사고가 잇따르자 청주시의 재난관리시스템이 문제가 없는지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현재 청주시는 무심천 청남교에 수위자동측정 장치를 설치하고 상황에 따라 출입통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청남교 수위가 50cm가 도달할 것으로 예상되면 청주시는 무심천 세월호 출입을 통제한다. 70cm이 되면 12곳의 차량 진입로를 통제하고 150cm에 도달하면 서원구 지역 쪽 하상도로 출입구를 봉쇄한다.

하상도로 출입구 12곳은 상당구청에서 관리하며 원격 시스템을 통해 차단기를 자동 조절한다.

하상도로 출입통제는 각 구청에서 진행하며 재난방송과 재난문자 전송은 청주시에서 직접 전송한다.

이러한 재난예방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사람 잡는 무심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익사사고가 발생하자 청주시도 시스템 보완에 나섰다.

2015년 12월 청주시는 국민안전처로부터 재난안전사업에 필요한 특별교부세 8억 7100만원을 확보했다. 무심천 상하류 예경보시스템 보강사업에 5억원, 영산저수지 등 보수사업에 3억2천만원, 어린이 놀이시설 정비복구에 5100만원이 포함됐다.

당시 청주시는 “무심천 상하류 예경보시스템 보강공사로 재난정보를 시민들에게 신속하고 정확한 전달을 통해 시민 불편 및 안전사고를 예방할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는 이렇게 확보된 예산으로 지난해부터 올 1월까지 무심천 지역에 설치된 5곳의 예경보 전광판을 교체하고 신규로 2곳을 추가 설치했다.

나라장터에 게재된 입찰결과 자료에 따르면 청주시는 7곳의 전광판 제작과 예경보 시스템에 4억3000만원을 지출했다. 시스템과 기타 장비를 제외해도 전광판 하나당 최소 5000만원에 달 할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이렇게 고액의 예산이 들어갔지만 크기가 작아 운전자나 행인에게 재해정보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일 폭우가 내릴 당시 예경보 전광판의 가시거리는 채 50미터도 되지 않았다. 우선 전광판 크기가 작았다. 전광판의 표시부 크기는 가로 320cm, 세로 128cm 밖에 되지 않았다.

밝기도 지적됐다. 시방서에는 휘도 기준이 8000 NIT(1NIT:휘도의 단위로, 1m2당 1칸델라와 같다)로 되어 있지만 글자가 눈에 띄지 않았다.

모 전광판 전문가는 “도저히 8000 NIT가 되지 못한 것 같다. 측정하면 훨씬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설치된 제품이 크기와 제품의 질에 비해 지나치게 가격이 높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청주시는 지난해 청주시 서원구 분평동 1순환로에 시정홍보용 전광판을 설치했다. 본보가 나라장터 입찰 결과를 통해 확인한 설치비용은 5600여만원.

무심천 예경보 전광판과 비슷한 가격이다. 하지만 전광판 면적은 가로 608cm, 세로 160cm 으로 3배나 넓었다. 휘도 기준도 7000NIT로 큰 차이가 없었다.

전광판 전문가는 “상식적으로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뭔가 가격이 부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무심천 일원의 여름철 집중호우 및 재난재해발생시 인명피해 우려지역에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하는 예경보시스템을 확대 설치해 재난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기여하고자 설치했다는 무심천 예경보전광판.

4억3000여만원의 고액이 투입돼 설치됐지만 제 기능을 다하는지 의문만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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