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은농협, 정년 2년 연장 대신 임금 50% 삭감하는 임금피크제 도입
시급 7035원 받는 비정규직도 일괄적용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지” 반발

28일 전국사무금융노조충북본부는 기자회견을 열고 보은농협(조합장 최창묵)이 시행하는 임금피크제 철회를 요구했다.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지 최저임금 언저리에 있는 비정규직 임금을 줄입니까?”

보은농협(조합장 최창욱)이 결정한 임금피크제가 비정규직까지 적용대상으로 삼아 비판이 일고 있다.

노조와는 사전 합의 없이 진행돼 법적 정당성을 갖췄는지도 논란이 되고 있다. 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법적 대응 입장을 밝혔다.

지난 달 30일 보은농협은 이사회를 열고 정년을 현행 58세에서 60세로 2년 연장하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의결했다. 보은농협은 정년을 연장하는 그 기간에 임금 50%를 삭감하고 직책이나 직급은 부여하지 않기로 했다.

보은농협은 임원 2명을 제외한 전 직원에게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일하는 계약직 직원 20여명도 임금피크제 적용대상이 됐다.

임금피크제롤 비정규직 까지 적용하기로 하면서 “비정규직 임금 착취수단으로 악용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현재 보은농협 하나로마트에서 일하는 직원들의 시급은 7035원. 2017년 최저임금 6470원보다는 565원 높다.

이들에게는 근속과 상관없이 시급이 일괄적으로 적용된다. 근무시간도 길다. 보은농협 하나로마트 오전 조 근무 직원들은 아침 8시에 출근해 오후 6시 30분에 퇴근한다.

오후 조는 12시 30분에 출근해 밤 10시에 퇴근한다. 휴게시간 1시간을 제외하면 하루 9.5시간을 일한다. 주5일제가 법으로 정한 기준근무일이지만 이곳 직원들은 주6일 일한다.

보은농협이 결정한 임금피크제 시행안에 의하면 이들의 시급은 3517.5원으로 줄어든다. 법에서 정한 최저임금 6470원 보다 2952.5원 적다. 당연히 최저임금법 위반이다. 

보은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전경. 이곳에는 2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보은농협이 운영하는 하나로마트 전경. 이곳에는 20여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이에 대해 보은농협 최창욱 조합장은 “최저임금 이하로 내릴 계획은 없다. 최저임금은 당연히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고액연봉자의 인건비 상승 부담을 줄여 정년 연장의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 도입된 임금피크제가 비정규직의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깍는 수단이 된 것이다.

당연히 비정규직 직원들의 불만도 높다. 보은농협 비정규직 직원 A씨는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높다. 정규직은 몰라도 비정규직 임금을 최저임금으로 줄이나? 자존심 상해서 정년연장 하지 않고 그만 두겠다”고 말했다.

보은농협 정규직 직원 B씨도 “민망하다.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하지 못할 망정 어떻게 최저임금으로 임금을 깍을 수 있나.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는 것이 낫겠다”고 비판했다.

인건비 절감효과도 의문이다. 우선 내년에 정년연장 대상이 된 정규직 직원 4명 모두 임금피크제 대신 퇴직을 신청했다. 사실상 정년연장 효과도 없고 인건비 절감 효과도 없게 된 것이다.

노조도 반발했다. 28일 전국사무금융노조보은농협분회는 보은읍 중앙사거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임금피크제 도입 철회를 요구했다.

노조는 "임금피크제는 법이 아니다. 법적 정년연장(60세)에 맞선 재벌들의 요구사항 이었으며 이른바 '적폐' 중 하나로 폐지돼야 한다"며 "보은농협은 과반수 이상이 노조원이 아니라는 것을 이용해 취업규칙 변경을 강행했고, 이를 빌미로 남아있는 소수 노동조합원에게도 이를 강제 적용하는 취업규칙을 확정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소수 노조지만 헌법과 노동조합법 등에서 노동조합의 단체협약은 그 어떤 취업규칙보다 우선하게 돼 있다"며 "이를 전면 거부하고 강제 적용하겠다 하는 것은 명백한 헌법과 노동조합법, 단체협약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비판이 확산되자 보은농협도 문제가 된 부분에 대해선 노사협의를 통해 해결하자고 한발 물러섰다.

기자회견 뒤 노조관계자와 만난 최창욱 조합장은 “법적인 해석차이가 있는 만큼 시간을 가지고 논의를 하자”고 말했다.

비정규직 임금착취 수단으로 악용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 반대했지만 직원들이 자유롭게 정한 방안이어서 어쩔 수 없었다”며 “임금이 줄어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조합장의 말대로라면 임금피크제를 비정규직에는 적용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보은농협은 임금피크제 도입과 관련해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자 일단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취했다. 하지만 고액연봉자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을 간신히 웃도는 임금을 받는 비정규직 임금을 최저임금 수준으로 깍겠다는 보은농협 임금피크제에 대한 비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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