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 순국 100주년 기념행사 개최 … 1000여명 참석
‘추모식은 엄숙해야’ 탈피…오페라‧만화 등 볼거리도 많아

22일 진천읍 신척리 숭렬사 인근에서 이상설 선생 순국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22 진천읍 신척리 숭렬사 인근에서 이상설 선생 순국 100주년 기념행사가 열렸다.

 

 

위대한 독립운동가이자 교육자인 보재 이상설(1870~1917) 선생이 고향 후손들의 가슴으로 돌아왔다. 엄숙함을 벗고 오페라 형식의 공연으로,  때론 만화 형식으로 등장하자 10대 학생들도 기꺼이 보재 선생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선생이 태어난 진천읍 신척리 마을에는 보재 선생을 추모하기 위한 1000여명의 내방객이 장사진을 이뤘다. 진천군과 계승사업회가 준비한 순국100주년 기념행사를 통해 우리는 역사의 뒤안길에 묻혀 있던 보재 이상설 선생을 다시 만났다.

“처음 서전고등학교를 접할 때 ‘서전’은 서전서숙의 이름을 이어 지었고 이상설 선생님의 뜻을 받아 지어진 학교라는 것만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엄마께서 그 학교를 가게 된다면 이상설 선생님이 누구신지 어떤 일을 하셨는지도 잘 알아야 하지 않겠냐고 하셔서 선생님에 대해 알아보았습니다. 이상설 선생님께서 헤이그 특사에 파견된 세분 중 한 분 이란 걸 알고 나서 웬지 신기했어요. 그리고 강제로 맺어진 을사조약의 부당함과 일본의 침략을 폭로하려고 네덜란드로 가셨잖아요. 선생님께선 일본에 독립을 못한 것이 창피해 업적을 모두 없애고 돌아가셨다 하셨지만 저희가 세상을 열심히 살고 고쳐나가면서 자랑스러운 한국인이 되도록 할께요. 저도 선생님처럼 세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서전고등학교 1학년 김지담 학생의 편지글)

지난 22일 보재 이상설 선생의 생가터가 자리한 진천읍 신척리 보재 이상설 선생의 생가터. 70~80대의 유림들은 숭렬사 앞 잔디밭에 게시된 서전고 학생들의 편지글을 꼼꼼히 읽었다.

여의진(서전고·1학년) 학생은 이상설 선생을 생각하며 시를 썼다. “마냥 빛 하나 없을거라 믿었던 그 속에 / 빛이 되고 길이 되어 주었기에 / 이를 이어받아 상서로운 배움터에서 열정적으로 /빛이 되준 사람들처럼 / 노력 또 노력하겠습니다.”

“매년 개최되는 행사지만 올해만큼 사람이 많이 모인적은 없었다.” 진천군의회에서 이상설 선생 기념관 건립 문제를 제일 먼저 공론화한 김상봉 의원은 추모행사에 모인 많은 인파를 보고 즐거워했다.

기념관건립 모금운동을 주관하고 있는 장주식 진천문화원장도 “진천 군민 모두가 한마음으로 나서주는 것 같아 너무 뿌듯하다”며 흥분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기초지자체 최초로 역사외교를 진행한 송기섭 진천군수. 진천군의 노력으로 올해 8월 이상설 선생이 무장독립투쟁을 위해 건설한 만주 한흥동에 기념비가 세워진다.

광장으로 나온 추모행사

이상설 선생은 고종이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전세계에 알리기 위해 세계평화회의에 보낸 특사이자 만주 한흥동에 무장독립기지촌을 세운 위대한 독립운동가다. 이뿐만 아니라 해외 최초의 근대식 민족교육기관인 서전서숙을 세워 무상교육을 실천하고 최초의 가로쓰기 수학교과서인 산술신서를 편찬한 위대한 교육자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상설 선생은 헌신적인 삶에도 불구하고 그의 업적은 널리 알려져 있지 않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크게 두가지 요소가 작용했다.

우선 이상설 선생이 남긴 마지막 유훈에 따라 그에 관한 대다수의 기록은 불태워져 강물에 뿌려졌다. 이로 인해 선생과 관련해 남아있는 기록이 거의 없다. 두 번째로는 이상설 선생의 활동 근거지가 구 사회주의권인 중국과 러시아(옛 소련)여서 연구가 쉽지 않았다.

이에 따라 보재 이상설 선생에 삶과 업적에 대한 재조명과 재평가가 시급한 과제로 제기됐다.

이번 순국100주기 행사는 독립운동가와 교육자로서 위대한 업적을 남긴 선생의 업적을 재조명하고 역사적 재평가를 끌어내기 위한 시금석이 되는 자리.

의례적인 추모행사를 탈피해 그동안 일궈낸 연구 성과를 공개하고 다양한 세대들이 공감하는 자리가 되어야 했다.

행사를 주최한 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와 진천군은 이런 점을 의식해 다양한 행사를 연계해 진행했다. 21일 진행된 전야제에는 항일운동을 다룬 오페라 형식의 공연과 대중가수의 공연을 함께 배치해 진지함과 대중성이 겸비 될 수 있도록 했다.

‘이상설 오브 오페라’에서는 TGY 심포니오케스트라의 협연으로 태진아, 김수희 등 유명 대중가수를 비롯해 성악가, 중창가수들이 출연해 이상설 선생의 일대기를 담은 오페라 형식의 공연을 펼쳤다.

이상설 선생의 업적에 대한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선생의 삶은 다룬 소설과 만화로 된 전기도 편찬됐다. 추모제가 진행되는 숭렬사 주변으로 다양한 체험 부스와 전시 부스를 설치해 참여한 시민들이 다채롭게 관람 할 수 있도록 했다.

서전서숙의 이름을 따 올해 개교한 서전고 학생들은 이상설 선생에게 보내는 편지글과 시를 준비해 전시했다.

사전에 행사의 취지를 이해하고 참여한 학생들은 동원된 수동적인 모습을 탈피했다. 서전고 학생들은 행사장 주변에서 참가자들을 안내하고 식사 도우미를 하면서도 ‘V'자를 그리며 사진을 찍는 등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시종 도지사, 김병우 교육감, 이재정 경기도교육감, 오제세‧경대수 교육감 등 정‧관계 인사들도 대거 참여했다.

만화로 만들어진 이상설 선생 평전
김병우 충북교육감이 서전고(교장 한상후) 학생들이 이상설 선생에게 보내는 편지글과 시를 살펴보고 있다.
이상설 선생 순국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서전고 한상훈 교장(왼쪽)과 학생들이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

이번 순국100주기 추모제에 앞서 진천군은 역사외교를 진행해 그동안 중앙정부도 해내지 못한 여러 성과를 거뒀다.

지난 3월 진천군은 송기섭 군수를 비롯해 방문단을 꾸리고 이상설 선생이 활동한 러시아 우수리스크시와 중국 미산(밀산시)시를 방문해 기념비 건립과 관련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8월이면 이상설 선생이 활동한 중국 헤이룽장성 미산시 한흥동에 이상설 선생의 독립투쟁을 기념하는 기념비가 세워진다.

이상설 선생의 삶과 업적에 대한 재조명사업을 이끌고 있는 송기섭 군수는 “이번 순국 100주년 추모행사는 선생께서 우리 독립운동사에 남기셨던 위대한 발자취를 찾아나서는 자랑스런 여정의 첫걸음이자 신호탄”이라며 “100년 전 차디찬 이역만리에 땅 우수리스크에서 눈을 감으시며 남기셨던 선생의 유훈을 가슴 깊이 새기고, 선생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오롯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 후손의 책무”라고 밝혔다.

한편 21일과 22일 진행된 추모행사는 사단법인 이상설선생기념사업회가 주관하고 진천군, 충청북도, 충청북도교육청이 후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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