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리스트는 죄가 안 된다. 직권을 남용한 박영수 특별검사가 구속돼야 한다.” 이른바 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블랙리스트) 작성 지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김기춘(78) 전 청와대 비서실장의 변호를 맡은 정동욱(68) 변호사가 법정에서 한 말이다. 발언을 놓고 네티즌들의 비난이 쇄도하는 속에서 정 변호사가 충북 출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법조계 안팎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정 변호사가 온·오프라인에서 관심을 받는 데는 지난달 28일 열린 김 전 실장 등의 1차 공판준비기일에서 한 발언 때문이다.
그는 “특검은 수사할 수 없는 사람을 수사해서 구속까지 했다. 명백한 위법수사”라며 “구속돼서 법정에 있을 사람은 김 전 실장이 아니라 직권을 남용한 특검 측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나이 80이 다 된 분이 심장에 스텐트(심혈관 확장 장치)를 8개나 박고 있고, 한 평 남짓한 방에서 추위에 떨고 있다”며 “잘못한 게 없는데도 구속됐다는 심리적 압박감 때문에 건강이 매우 나빠져 불안하다”고 강조했다.
그의 변론이 전파되면서 네티즌들의 비난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정 변호사의 약력·경력 등이 노출된 터에 그가 충주 출신이라는 사실도 노출됐다. 그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 사법연수원(4기)을 수료한 후 검찰에 입문했다.
평검사를 거쳐 1986년에는 청주지검 제천지청장을 지내기도 했다.
김 전 실장이 검찰총장일 때 대검 공안과장, 법무부 장관일 때는 법무부 법무과장을 지내면서 인연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순실씨 국정농단 파문에 등장하는 인물들과 교집합을 형성하거나 관련 있는 법조인은 정 변호사뿐만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변호를 맡은 유영하(56·연수원 24기) 변호사의 `청주 인연'은 한때 지역에서 흥밋거리였다.
유 변호사는 검찰에 몸담은 지 10년도 안 돼 조직을 떠난 데는 2003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양길승 청와대 제1부속실장 몰카 사건'영향이 크다.
그가 청주지검에서 평검사로 근무했던 2003년 당시 양길승 전 실장의 술자리 향응 몰래카메라 촬영사건이 터졌다.
양 전 실장에게 향응을 제공한 청주 키스나이트클럽 실질적 소유자인 이원호 씨로부터 18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게 드러나면서 유 변호사는 감봉 3개월의 처분을 받았다.
문화계 비선 권력으로 지목된 차은택씨의 변호를 맡은 송해은(58·연수원 15기) 변호사는 청주 출신이다.
송 변호사는 청주고와 한양대 법대를 나와 대검 수사기획관을 거쳐 검사장으로 승진한 뒤 서울 동부·서부지검장, 대검 형사부장, 사법연수원 부원장을 지냈다.
2013년 고검장 승진 유력 후보군에 들었으나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그만뒀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개인 비리를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을 이끈 윤갑근(53·연수원 19기) 대구고검장도 청주 출신이다.
청주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윤 고검장은 수사 대상이 된 우병우 전 민정수석과 사법시험·연수원 동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