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발파로 양돈농가 대규모 피해 ‘공방
충북도-진천 양돈농가 거액 소송의 내막

전국체전 기간중 청주 시민들은 충북도청 주변에서 아주 특별한 ‘이벤트’를 구경할 뻔했다.

충북도를 상대로 소송을 벌이는 한 양돈농장이 지난 7일부터 월말까지 도청 앞에 집회신고를 내고 수백마리의 돼지시위를 벌이려 했던 것이다. 당국의 만류로 시위는 자진 철회됐지만 문제의 양돈농장은 여전히 체전 후 ‘거사’ 가능성을 숨기지 않는다.

해배상을 놓고 현재 충북도와 대산농장(대표 장봉순·진천군 백곡면 사송리 680)이 벌이는 민사소송은 우선 그 규모면에서 큰 관심을 끈다. 전문가에 의해 추정된 피해액이 무려 20억원에 달하는 것이다. 농장측은 이것도 부족하다는 입장이고, 충북도는 피해액이 과장됐다며 판결전에 합의할 뜻이 전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충북도가 지방도(313호) 확포장 공사를 시행하면서 대대적인 발파작업을 벌인 것이 화근이 됐다. 돼지로 야기된 20억원의 공방을 심층취재했다.

충북도가 시행중인 313호 지방도 확포장공사는 구간별로 나눠 추진된 연차 사업이다. 문제가 된 진천 금암~백곡 구간은 사업비 85억원으로 지난 2001년 4월 착공돼 올 6월 완공예정이었다. 그러나 이 구간중 1㎞정도가 분쟁에 휘말리면서 공사가 중지됐고 할수 없이 충북도는 부분 준공허가를 내 주는 것으로 공기를 마쳤다. 문제의 1㎞구간은 지난 2월 28일 청주지방법원이 피해농장의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임으로써 지금까지 공사중지된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공사로 인한 양돈농장의 피해는 처음부터 예견됐다. 대산농장 바로 옆으로 도로가 지나기 때문이다. 공사지점과 농장간의 최저 인접거리가 2~5m에 불과할 정도로 거의 붙어 있다. 농장문을 나서자 마자 도로가 나타나는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도로가 농장을 관통하는 형태다. 그런데도 공사구간의 많은 부분이 암반이어서 시공사인 (주)삼익건설은 천공 및 발파작업을 벌일 수 밖에 없었고, 이에 따른 소음과 진동 때문에 대산농장의 돼지가 피해를 입게 됐다.

청주지법은 이례적으로 충북대 조성구박사(농과대학 축산학과)에 의뢰, 농장 피해에 따른 조사용역까지 실시한 후 현재 이를 근거로 심리를 진행중이다. 조교수가 산출한 피해액은 두가지 유형으로 나눠 각각 19억8140만원과 19억9820만원으로 집계됐다.

   

피해 늘어나자 “이거 장난 아니다” 직감
대산농장의 일지에 따르면 발파가 본격 시작된 시점은 2002년 1월로 이후 1, 2차에 걸쳐 2003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진행됐다. 예를 들면 2002년 11월의 경우 21, 22, 26, 27, 29일에 발파가 있었고, 12월엔 2일을 시작으로 6, 10, 11, 13, 21, 24, 30, 31일에 각각 발파작업이 이뤄졌다.

농장측은 소음과 진동은 발파 때 가장 심했지만 폭약을 심기 위한 천공이나 암석파쇄 때도 ‘뿌레카’ 작업으로 인한 피해가 컸다고 주장한다. 조교수가 진천경찰서에서 확보한 자료엔 1차 화약사용기간인 2001년 11월 18일부터 2002년 2월 8일까지 시공사측에 양도된 화약은 폭약 1508㎏에 뇌관 1010개로 나타났다. 가정으로 뇌관 하나씩을 달아 발파했다면 결국 1010회의 발파소음이 발생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발주처인 충북도와 삼익건설은 본격발파에 앞서 관계자가 모두 참관하는 시험발파를 실시해 피해 및 안정성 여부를 사전 조사했는데 이 시험발파에 대해서도 서로 입장이 다르다. 대산농장 동업자인 한준기씨는 “시험발파 때는 소음이나 진동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발파지점에서 약 200여m 떨어진 곳에 서 있었는데 거의 감지하지 못할 정도로 조용했다. 그러나 실제 발파시엔 사정이 달랐다. 어느 땐 축사에 앉아 있으면 엄청난 소음과 함께 마치 지진이 난 것처럼 지반이 흔들렸다.

당연히 가만히 누워있던 돼지는 놀랄 수밖에 없었고, 곧이어 유산이나 사산이 잇따랐다. 물론 본격 발파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부분적으로 피해가 나타났지만 그 정도로 끝날 줄 알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그러나 어느 시점부턴 이거 장난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 충북도와 시공사측에 적극 문제를 제기했다. 처음 시험발파대로 작업이 이루어졌다면 왜 피해가 났겠는갚라고 반문했다. 그러나 충북도와 시공사측은 현장 인부들이 모두 자격증을 갖춘 전문가들임을 들어 “처음부터 끝까지 당초 규정에 의한 발파만을 시행했기 때문에 농장측에서 주장하는 피해는 설득력이 없다”고 반박한다.

피해는 인정, 액수가 문제
그러면서도 현지의 입지조건과 공사 및 발파 당시의 전후과정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피해는 있을 수도 있다”고 말해 자신들의 과실을 전혀 부인하지는 않았다. 공사구간이 워낙 농장과 근접한데다 이곳 지형이 계곡의 형태여서 똑같은 조건이라도 소음과 진동피해가 상대적으로 클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충북도는 농장측의 반발이 심해지자 간이 방음벽을 설치해 줬지만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법원 의뢰로 용역을 맡은 조성구박사도 “발파가 집중 이루어진 지점은 농장과 300여m 쯤 떨어져 있지만 농장보다 지대가 높은데다 양돈장 주변이 산으로 둘러 싸여 공사소음 발생시에는 직접 음파를 통과시키지 못하고 산울림을 발생시킴으로써 소음과 진동피해가 평지보다 더 큰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박사는 “이미 발파가 끝나고 공사가 중지된 상태에서 현지 조사를 벌인데다 농장측이 주장하는 소음 및 진동에 관한 아무런 측정치가 없어 조사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농장측이 제출한 피해사진과 진술, 현지 정황 그리고 인근주민들에 대한 면접조사 등을 감안하면 피해발생은 분명하다. 발파와 관련해 제출받은 자료는 시험발파 때의 수치가 전부인데, 물론 이는 규정을 정확하게 준수한 것이기 때문에 기준 이하로 나타났다. 그러나 그 이후의 모든 발파가 이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도로공사의 현지 여건을 감안하면 농장측의 주장에 일견 설득력이 있다”고 말했다.

당초 농장측은 충북도와 시공사의 안내(?)로 2003년 5월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을 신청했다가 2003년 11월 청주지법에 손해배상청구 민사소송을 제기, 지금까지 두 번의 공판을 거쳤다. 이에 대해 대산농장 장봉순대표는 “환경분쟁조정위가 구체적으로 드러난 피해만 문제삼고 조정기일도 1년후로 정하는 바람에 자금운용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개의 민사가 그렇듯 이번 소송도 지금으로선 결정이 쉽지 않을 조짐이다. 당초 농장측은 조속한 해결을 위해 적절한 선의 ‘타협’을 원했지만 충북도와 삼익건설은 일단 재판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재판부는 지난 9월 17일 양측에 일종의 중재를 지시하며 원만한 합의를 유도했지만 현재 양측의 의견조율은 사실상 물건너간 상태다. 충북도가 조성구 박사의 조사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되레 농장주를 상대로 도덕성을 흠집내려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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