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어류 포식자' 퇴치사업 실효성 의문
대청호에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이 급증하면서 어민들의 생업까지 위협받고 있다.
옥천군 군북면에서 30여년째 물고기를 잡는 손모(70)씨는 살을 에는 추위 속에 힘들여 그물(자망)을 건져 올려 보지만 붕어·잉어 대신 외래어종인 배스·블루길만 한가득 걸려 나와 생업을 접을까 고민중이다.
찾는 사람도, 쓸모도 없는 배스나 블루길은 토종 어류를 모조리 잡아먹는 '호수의 포식자'로 등장한 지 오래다.
손씨는 "배스·블루길이 호수를 점령하면서 토종 물고기 씨가 말랐다"며 "덩치 큰 배스의 배를 갈라보면 붕어나 새우가 쏟아져 나온다"고 말했다.
배스와 블루길은 지난 1970년 어민소득 향상을 위해 미국에서 식용으로 들여왔지만 식탁에서 외면받아 천덕꾸러기가 됐다.
특히 강한 육식성으로 전국의 강과 호수를 빠르게 퍼져나가 토종 어류의 씨를 말려 지난 1998년 황소개구리와 더불어 생태계 교란생물로 지정됐다.
대청·충주호 등 내륙 호수에 이들 어종이 얼마나 퍼져 있는지는 정확하게 조사된 바 없다.
다만 2015년 금강수계관리위원회가 괴산 장연저수지와 진천 백곡저수지의 배스 서식실태 조사자료를 보면 심각성이 확인된다.
두 저수지에서 배스의 상대 풍부도(포획된 개체 중 배스 비율)는 각각 58.5%와 22.3%로 조사됐고, 산란장은 5.6㎡와 13.1㎡당 1개꼴로 관찰됐다.
충북도는 수중 생태계를 되살리기 위해 10여년째 배스·블루길 퇴치사업을 벌이고 있다.
해마다 1억5천만원을 들여 어민한테서 이들 어종을 사들인 뒤 사료나 퇴비로 만들어 되돌려주고 있다.
도는 지금까지 수매를 통해 356t의 육식어종을 솎아냈다.
그러나 해를 거듭할수록 외래어종 개체수가 늘어나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도 관계자는 "한해 30∼40t씩을 수매하는 데도 워낙 번식력이 강한 어종이어서 밀도조절이 안 된다"며 "대대적인 포획이 필요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어 그럴 수 없다"고 말했다.
금강유역환경청도 대청·보령호와 세종보, 미호·백곡천에서 잠수부를 이용해 지난해는 2만3천마리를 붙잡았다. 산란장에서 걷어낸 알도 203㎏이나 된다.
금강유역환경청은 대청호 등의 외래어종 퇴치를 위한 중장기 대책수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유역청 관계자는 "대청호는 워낙 유역면적이 넓어 외래어종 실태조사에만 3년 넘게 소요된다"며 "올해 모니터링에 착수한 뒤 중장기 대책을 세워 보다 체계적인 퇴치사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솎아내기식 퇴치사업이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 식용으로 소비하는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실제 외국서는 배스나 블루길을 구이로 요리해 먹고 있다. 국내에서도 매운탕이나 조림, 회무침 등의 요리법이 개발됐지만, 보급에는 실패했다.
대청호 인근서 매운탕집을 하는 이모(67·여)씨는 "배스 회는 쏘가리와 식감이 비슷하고 블루길은 조림으로 만들 수 있지만, 비린내와 흙냄새가 난다"며 "무엇보다 외래어종에 대한 거부감이 식용화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