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지역개발회, 홈페이지에 모금액·사용실적 명시 의무 위반
업데이트 안 된 잘못된 정보 제공… 포털에서 주소 검색도 안 돼

충북지역개발회가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정기부금 단체 지정이 취소될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지만 즉각적인 대응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충북지역개발회(이하 지역개발회)는 지난해 3월 15일 정기총회를 열고 정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주요 골자는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사용실적을 홈페이지에 공개한다는 것이다. 정관을 바꾼 이유는 지역개발회가 지정기부금 단체이면서도 기획재정부의 지정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2014년 2월 이 같은 조항을 신설했다. 하지만 지역개발회는 1년이 지난 2015년 3월에서야 정관을 개정해 대응했고, 그마저도 헛구호에 그쳤다.
 

홈페이지에는 여전히 故 이상훈 회장이 지역개발회장을 맡고 있다.
관리자가 2016년 9월 27일에 게시한 ‘2017년 문화예술진흥공모지원사업 신청 서식’. 관리자가 요약 작성한 내용이 모두 ‘?’로 전환돼 알아볼 수 없는데도 방치돼 있다.

홈페이지 속 회장은 故 이상훈

2016년 3월 개정한 지역개발회 정관 제27조(재산의 관리) 4항에는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사용실적을 다음해 3월말까지 홈페이지에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실제 홈페이지 관리상태는 어떨까.

충북지역개발회 홈페이지(http://www.cbsd.or.kr)는 2012년에 멈춰있었다. 법으로 정한 기부금 공개 내역은 2011년 업데이트가 최종이다. 사업실적도 마찬가지다.

‘인사말’에는 한장훈 회장이 “지역사랑 이웃사랑의 정신으로 충북발전을 선도하겠다”라고 했지만 다른 카테고리에서 지역개발회장은 여전히 故 이상훈 씨이다. 지역개발회 연혁에는 이상훈 회장이 13대 회장에 취임(2012년)한 것이 가장 최근 역사로 기록돼 있다.

정관과 운영규정은 지난해에도 개정됐지만 홈페이지 속 정관과 운영규정은 2011년 개정까지만 반영돼 있다. 임원 및 회원 현황과 역대임원현황은 물론 갤러리와 자유게시판도 형편은 매한가지다.

이 같은 지적에 권영욱 충북지역개발회 사무총장은 “관리 업체가 불성실해 다시 정비하려고 예산 집행도 중지하고 있다. 새로운 업체를 선정할 것”이라고 답변했다. 하지만 언제부터 방치돼 있었는지, 언제 시정을 지시했는지, 업체 선정은 언제까지 진행하는지에 대한 물음에는 구체적인 시기를 답변하지 못했다.

취재 결과, 홈페이지 운영에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알았지만 수년간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관리업체의 도움이 필요한 업데이트는 2012년 초에 멈춰선 반면, 공지사항은 2013년 5건, 2014년 2건, 2015년3건, 2016년 2건 등 꾸준하게 올렸다. 공지사항은 모두 문예진흥공모지원사업 신청과 심의결과와 관련된 것이다. 공지가 필요했던 최소한의 문건만 사무실에서 올린 것으로 파악됐다.

홈페이지 운영비, 60만원 행방은?

권 총장은 예산집행을 중지했다고 했지만 2016년 3월 배포된 총회자료에 적힌 운영비 세출내역에 따르면 홈페이지 운영비로 200만원을 책정했고, 실제 60만원을 집행했다. 사무처의 설명대로라면 2015년까지는 정상적으로 관리비를 지급했다는 것인데 홈페이지 상황만으로 본다면 돈만 받고 관리를 안했거나, 사무처가 거짓 해명을 했다는 결론이 나온다.

홈페이지 관리 부재에 따른 가장 큰 피해는 사업에 참여하려는 도민들에게 돌아간다. 홈페이지에는 ‘장학’ ‘체육’ ‘지역개발’ ‘문화예술’ 등 주요 7개 사업에 대한 상세한 안내가 수록돼 있는데 지급횟수와 지급시기, 심의규정 및 위원회 명단 등 홈페이지에 게시된 안내 자료는 2012년 초 기준이다. 업데이트가 중단된 상태라는 사실을 알아챘다면 전화 문의 등을 통해 실제 정보를 얻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라면 지원도 못하는 낭패를 볼 수 있다.

사무처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자체로 글을 올린 공지사항 조차도 언어설정을 잘못해 ‘?????’식으로 내용을 알아볼 수 없는 지경이다. 홈페이지 관리업체 관계자는 “데이터베이스 상 언어 설정과 화면상 나타나는 언어설정의 구성환경이 달라서 나타나는 현상”이라며 “현재의 홈페이지 상태라면 관리업체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 언어 설정은 간단한 조작만으로도 문제해결이 가능하며, 관리업체가 있다면 실제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지역개발회 사무처는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방치했다. 지역개발회는 “홈페이지 운영에 문제가 있다”고 인정했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입장이다. 놀라운 사실은 지정기부금 단체이면서도 기부방법에 대한 안내는 물론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 검색창에 ‘충북지역개발회’를 입력해도 홈페이지 주소 안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시민은 “결국, 자기들끼리만 운영하겠다는 의도적인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한장훈 회장 취임 후 업무추진비 ‘급증’
2014년 1156만원에서 2015년 1763만원으로 607만원 늘어

2016년 3월 총회자료에 따르면 2014년 1년간 업무추진비가 1156만원이었던 것이 2015년 1763만원으로 50%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무추진비 상세내역을 확인한 결과 사무총장이 220만원을 사용했고, 회장이 1544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월 128만원 꼴이다.

업무추진비의 대부분은 식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개발회 차원에서 보내는 축하화환과 근조화환, 경조사비는 별도의 기관운영비(2015년 896만원)에서 집행했기 때문이다. 권 총장은 “한 회장님이 열심히 활동하기 때문”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또 “업무추진비도 사용하지만 한 회장님이 사비를 쓰는 게 더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외부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한 관계자는 “주말을 제외하면 하루에 6만원 꼴인데 사람을 만나는 일이 모두 협회를 위한 것도 아니고, 비영리단체의 명예회장이 업무추진비를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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