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명으로 회원 제한…확장성 포기, 그들만의 단체로 전락
최근 2년간 관련 기사 2건뿐…외부노출 꺼리고 ‘두문불출’

1984년, 충북도민 화합과 지역 발전에 기여할 목적으로 충북지역개발회가 설립됐다. 기금으로 운영되는 대표적인 민간단체다. 시작은 이보다 더 거슬러 올라간다. 충북지역개발회의 전신은 새마을총화은행으로 1976년 민간단체협의회(이하 민협) 산하에 설립됐다. 이때부터 계산하면 올해로 설립 42년을 맞이한 셈이다. 충북지역개발회의 현주소를 살펴보았다.
 

40년 역사의 충북지역개발회가 그들만의 단체로 전락됐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사진은 2015년 3월 정기총회.

2000년 2월 16일, 충북도의회 170회 본회의에서 박노철(무소속·교육사회위) 의원은 작심한 듯 충북지역개발회(이하 지역개발회)를 맹비난했다. 5분 자유발언에 나선 박 의원은 오송분기역 유치·IMF 이후 실업자 문제·결식학생문제 등을 거론하며 “지역개발회가 너무 소극적인 자세로 안주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과감한 구조조정과 개혁이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이 지적한 문제점과 대안은 이렇다. 첫째, 임원진 구성에 있어 지역개발분야에 경영마인드를 갖춘 개혁성과 진취성을 겸비한 전문경영인으로 세대교체가 시급하다. 둘째, 학연·지연·혈연 등에 얽혀 있으며, 권위적인 운영방법을 탈피하지 않고서는 도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을 수 없다. 셋째, 고작 80억원(2000년 기준, 현재는 127억원)의 기금으로 비영리사업을 진행하면서 연간 6000만원(2015년 현재 1억 100만원)의 운영경비를 지출하는 것은 지역개발회의 설립 취지에도 맞지 않고 도민정서상 납득할 수도 없다. 따라서 충북도 기금운용관이나 신용보증기금 등에 위탁관리하는 게 적당하다.

다섯째, 사업항목 중 체육, 지역개발, 4-H회, 문화, 상공 등은 현재 상당히 만족할 만한 다양한 형태의 지원을 받고 있다. 대상사업을 축소해 내실 있게 운영해야 한다. 여섯째, 전 도민의 총화성금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선정의 불투명성과 불공정성, 특정지역에 편중된 기금배정과 원시적인 기금증식운영 방법을 하루 속히 개선해야 한다. 박 전 의원은 “오래전 일이라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다”면서도 “지역개발회 운영과 구조에 대해 상당한 비판 여론이 있었고, 그런 이유로 충북연구원과 통합 논의도 진행됐었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2000년에 비판받은 내용도 개선 안 돼

17년이 지난 지금, 당시 박 의원이 지적했던 사안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 있을까. 첫번째로 지적했던 임원 구성의 문제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임원진 구성에 있어 개혁성과 진취성을 겸비한 전문경영인으로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지만 한 달 뒤인 3월 이상훈 회장이 취임했다. 이 회장은 도내 신문사 사장을 역임한 언론인 출신이다. 지역 언론계 대부로 불리던 인물이다. 9대 회장에 취임한 이 회장은 2014년 6월, 세상을 떠날 때까지 충북지역개발회 회장직을 유지하고 있었다. 15년 동안이다.

회장 뿐만 아니다. 부회장과 이사 등 임원진도 마찬가지였다. 충북예총회장 등을 역임한 故 우영 씨는 5대(1988년)·6대(1991년)·8대(1997년) 감사를 지냈고, 이후 10·11·12대 부회장을 역임했다. 이태호(70) 전 상공회의소 회장은 8대(1997년) 이사에 이름을 올린 후 12대(2009년)까지 이사로 활동했다. 현 회장인 한장훈(74)씨 또한 9대(2000년) 감사를 시작으로 12대까지 감사를 맡아오다 13·14대 부회장을 거쳐 14대 잔여임기 회장 및 현 회장을 맡고 있다. 대부분의 임원이 4선 이상이다.

이사회 의결, 문턱 높은 회원 자격

원인은 제한돼 있는 회원 수에 있다.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지역개발회 정관 5조에 따르면 ‘충북 도내 교육·경제·사회·언론·문화예술·지방행정·체육·산업 등에 조예가 있고 덕망이 있는 인사와 기타 직능단체 중에서 회원 60인 이내로 구성한다’고 명시돼 있다.

권영욱 지역개발회 사무총장은 “현재는 정관을 개정해 회원 수 제한을 두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관은 개정됐지만 회원 수는 여전히 60명이고, 단체장 변경으로 회원이 변동되기는 했지만 회원이 추가된 경우는 극히 드물었다. 한 관계자는 “도 행정부지사·도의장·시의장·상공회의소회장·신한은행충북본부장 등 사실상 60명 회원 대부분이 특정단체의 대표로 구성돼 있다”며 “기존 회원들이 조직의 변화를 바라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2000년에 박 의원이 지적한대로다. 이들 대부분은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지역사회 원로들로 학연·지연 등으로 얽혀 있다. 40년 세월이 흐르면서 회원들의 연령도 고령화됐다. 이미 작고한 회원이 상당수다. 작고한 경우 아들이 회원자격을 이어받기도 하고, 기관이나 회사 임원으로 대체되기도 했다.

자금운용을 통한 지역기여도도 예전만 못하다. 지역개발회는 장학사업과 체육사업, 지역개발사업, 4-H회사업, 문화예술사업, 상공분야사업, 시민사회사업, 지정기탁사업 분야를 지원해왔다. 사업실적은 해마다 증가해 1980년 2억 7700만원이었던 사업비는 2001년 6억 8600만원으로 3배 가량 성장했고, 2011년(홈페이지에 공개된 마지막 해)에는 8억 7700만원으로 다시 30%가량 성장했지만 2015년에는 5억 7800만원으로 4년 전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대외적 활동도 마찬가지다. 언론 노출도 크게 줄었다. 지역개발회는 2016년 현재 127억원의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기금을 통해 얻는 이자수익(2015년 3억여원)을 이용한 과제수행과 위탁사업이 주요 사업이다. 하지만 도민들은 지역개발회가 어떤 사업을 하는지,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지 못한다.

해마다 올라오던 장학사업 기사도 언제부턴가 사라졌다. 지역 업체나 금융기관이 기탁금을 냈다는 소식도 끊긴지 오래다. 포털 창에서 ‘충북지역개발회’를 검색하면 지난해 11월에 열린 4H대상 시상식, 2015년 3월 한장훈 회장 연임 소식 등 2건만 2015년 이후 기사다.

권 총장은 “여전히 지정기탁은 물론 장학사업, 문화사업 등 정관에 정한 사업들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며 “우리는 민간단체다. 대다수의 임원들이 실적을 알리는 것보다 사업 자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지역개발회 취지에 맞는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한 시민은 “도민들이 낸 성금으로 설립된 단체다. 누가 그들에게 권리를 줬는지 모르지만 현재까지 적립된 127억원은 그들의 돈도 아니고, 낸 사람들만의 것도 아니다. 도민성금으로 시작된 만큼 도민 모두에게 알 권리가 있고,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40년간 그 나물에 그 밥이다. 의심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역개발회가 공공성 유지해야 하는 이유
정종택 전 지사가 전하는 모금 비화

정종택 전 지사

기금이 어떻게 조성됐는가는 지역개발회의 성격을 규정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근거다. 사실상 지역개발회를 만든 정종택(83) 전 충북도지사는 모금 당시를 또렷하게 기억했다. 정 전 지사는 소년체전을 앞두고 성금을 모으기 시작했다. 경제계를 비롯한 도민들의 자발적인 성금도 있었지만 준조세 형식의 반 강제적인 모금 방법이 동원됐다. 영업용 택시 허가를 내주면서 기금을 모금한 것이 대표적인데, 1978년에 택시 600대를 새롭게 허가했고 기금으로 12억원을 받았다. 이렇게 인허가를 조건으로 성금을 기탁하게 한 경우가 상당수였다.

정 전 지사는 “당시 인허가 사업에는 많은 프리미엄이 붙었고 이것이 부정비리의 원천이 되었다.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 부정의 근원을 제거하기 위해 인허가 시 이를 도민 성금으로 거두게 된 것이다. 또한 지역 및 출향 인사들에 부탁하여 많은 지정 기탁 장학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이 35억원에 달했다. 소년체전을 치르는데 쓰고 20억원이 남아 이를 민간단체가 관리토록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나중에 충북도지사 비리조사로 확대됐지만 35억 모금액 전액이 투명하게 사용돼 아무런 법적 조치없이 일단락됐다.

지역개발회 설립의 종잣돈이 된 20억원은 이렇게 도민의 기부금과 충북도가 조성한 자금으로 만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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