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국립공원, 백담사~봉정암~중청대피소~오색

즐거운 인생
월간 마운틴 기사제휴·강성구 기자river@emountain.co.kr

설악은 늘 그랬다. 두 얼굴이었다. 삶과 죽음, 고통과 쾌락, 개발과 보호라는 상극되는 단어가 공존하는 곳이었다. 가슴 시린 사고도 있었고, 개척등반과 같이 자신의 실력을 자랑하기도 한 곳이다.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했을 장소이자, 추억의 공간이었다. 이런 상반되는 개념이 만나는 곳이기에 설악은 더욱 아름답고 무서운 곳이다.
 

▲ 대청봉 정상에서 바라본 설악산, 오른쪽이 중청 왼쪽이 소청, 그 뒤로 서북능선이 이어진다.

당분간 설악산에 오지 않을 계획이었다. 이곳에 오면 아무것도 모르고 산에 다니던 시절의 추억과 현실의 고단한 삶이 부딪혀 괴리감까지 느껴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는 오색케이블카의 찬반 싸움이 끝이 날 때까지는 ‘오지 말자’라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다. 다행히 2016년 12월 28일 결정된 문화재청의 설악산 케이블카 부결건으로 걱정은 반으로 줄었다.

백담사~중청대피소, 7~8시간 소요

이맘때면 용대마을에서 백담사로 들어가는 버스는 눈으로 통제가 된다. 구불구불 이어지는 콘크리트길은 유난히 길고 지루하다. 하지만 그 시간은 스스로에 대한 많은 것을 깨닫게 한다.

7km가 안 되는 거리를 쉬엄쉬엄 걸어 백담사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1시. 잠시 숨을 돌리고 올라갈 본격적인 채비를 한다. 대청봉에서 100번째 담이 있는 곳에 절을 지으면 화재가 나지 않는다하여 지어진 백담사. 이절의 매력만큼이나 이곳의 암자인 봉정암과 오세암도 매력적이다.

백담사의 정갈한 분위기를 뒤로 한 채 수렴동 계곡을 오르기 시작한다. 아직도 얼지 않은 계곡이 보인다. 바람도 조금 따뜻하다. 이렇게 천천히 쉬듯 오른 길이 600고지가 넘어설 때쯤 거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3시간 이상을 걷다보니 이정표의 남은 거리도 믿을 수가 없다. 얼어붙은 쌍용폭포를 보니 겨울이 실감난다. 봉정암 사리탑 앞에 서니 뺨을 때리는 바람까지 불어온다. 추석부터 눈이 내려 오뉴월에 녹아 설악이라 이름이 붙었으니 추위는 상상도 못할 만큼 두렵다.

사리탑에서 설악산의 주요능선을 바라본다. ‘공룡능선, 용아장성, 울산바위도 보이고 속초 앞바다까지 보인다’ 혼잣말로 중얼거리니 옆에서 기도하는 아저씨 한 분께서 ‘천화대랑 범봉도 보이네요’ 라고 말을 건넨다. 지난 여름에 갔던 천화대가 생각난다. 설악에 대한 여러 선배의 전설적인 이야기도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남 얘기처럼 들리지 않으니 산이라는 건 대단하다. 봉정암을 지나며 기왓장을 나른 산악부 선배 이야기가 떠올라 혼자 웃기도 했다.
 

▲ 대청봉 일대에서 바라본 내설악 일대. 셀 수 없이 많은 봉우리가 보인다.

거센 바람과 맞선 댓가, 대청봉의 일출

이제 부지런히 발을 옮기는 것에 집중할 차례이다. 배낭의 무게도 제법이고, 나무 키의 반이나 되는 곳까지 눈이 쌓였으니 호락호락하지 않다. 끝까지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묵묵히 오름짓을 이어가는 것 밖에 없다.

내 몸을 통째로 날려 보낼 것 같은 바람에 몇 번을 휘청거리며 소청에 올랐다. 소청에서 중청으로 넘어가는 능선에서 바라본 외설악의 모습은 눈 시리고 청명했지만, 낭떠러지는 사람을 집어 삼킬 듯한 입모양이었다. 거기에 세차게 불어오는 바람과 추위는 나를 지옥으로 미는 듯 했다. 무서움을 뒤로하고 오늘의 쉴 곳인 중청대피소에 도착했다.

아침 7시 바라클라바를 비롯해 가지고 온 옷을 온몸에 감았다. 대청봉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강한 바람과 추위에 숨조차 쉬기가 어려웠다. 몸에도 기운이 없다. 이렇게 힘들게 대청봉에 오르니 그 모습은 더욱 매력적이었다. 옅은 빛이 굵직한 능선을 비추기 시작했고, 해가 뜨는 순간 설악산의 모습은 절정을 이루었다.

이날 설악산에서는 천국과 지옥을 보았다. 산에 대한 두려움과 무서움은 지옥의 모습이었고, 멋진 풍경과 추위에도 살았다는 결과가 천국에 가까웠던 것 같다. 바람에 맞서 하산길을 서두른다. 그리고 생각했다. 천국과 지옥은 그리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설악의 모습이 항상 두 가지였던 것처럼.
 

▲ 어렴풋이 보이는 울산바위.

교통 및 대피소 예약

설악산을 오를 수 있는 기점은 매우 다양하다. 남설악, 내설악, 외설악까지 총 3곳에서 진입이 가능하다. 남설악이라 불리는 장수대, 한계령, 오색의 경우 동서울터미널에서 수시로 운행되는 직행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오색은 17,500원, 한계령 16,500원이다.

내설악의 경우 백담사를 주요 출발점으로 본다. 동서울에서 백담사의 경우 시간당 1~3대의 차량이 운행된다. 요금은 15,900원. 외설악은 신흥사 또는 소공원이라 불리는 곳에서 시작된다. 속초시외 또는 고속버스터미널 도착후 7번 또는 7-1번 버스를 이용하여 설악산 소공원 종점에서 하차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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