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실랑이도 빈번, 개별적 사업 서비스질 감독 한계
대리운전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새해를 맞아 수요가 몰리자 `배짱 영업'을 하는 업체나 기사들이 늘고 있어서다.
웃돈 요구, 손님 골라잡기는 이제 일상이 된 지 오래다.
12일 도내 대리운전 업계 등에 따르면 이달 들어 대리운전 이용자가 부쩍 늘었다.
한 예로 도내 한 대리운전 업체는 하루 평균 200~300여건의 호출을 받고 있다. 해당 업체 관계자는 “새해를 맞아 술자리가 많아지면서 대리운전을 찾는 사람도 덩달아 늘고 있다”며 “예년보다 저조한 수준이긴 하지만 경기 상황을 생각하면 나쁜 편은 아니다”고 전했다.
문제는 대리운전을 이용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 만큼이나 어렵다는 점이다. 여기엔 업체와 기사들의 횡포(?)가 한몫한다.
업체는 소비자가 대리운전을 요청하면 기본료로 호출을 띄운다. 대대적으로 광고해놓은 게 있다 보니 섣불리 높은 가격을 부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수십 분이 지나도 콜을 받는 기사가 없으면 그제야 요금을 올려 달라고 요구한다.
대리운전 기사도 마찬가지다. 다녀오기 편한 목적지만 고르는가 하면 한두 푼이라도 많은 요금이 책정된 건을 택한다.
비가 오거나 눈이 오는 날엔 그야말로 대목을 맞는다. 사고 위험이 크다 보니 출근하는 기사도 적을 뿐더러 손님이 알아서 웃돈을 얹어주는 까닭이다.
대리기사 최모씨(29)는 “평소 경쟁이 심해 벌이가 좋지 않은 관계로 수요가 몰릴 때 바짝 돈을 벌어야 한다”며 “그러려면 입맛에 맞는 콜을 잡을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요금 시비로 웃지 못할 일도 일어난다. 지난 11일 청주에서는 음주운전을 한 30대 남성이 경찰에게 붙잡혔다. 당시 혈중 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치인 0.54%였다.
이 남성은 이날 대리기사와 요금 문제를 놓고 다툼을 벌였다. 발단은 목적지 경유에서 비롯했다. `애초 금액으로 가는 게 맞지 않냐'는 입장과 `목적지 경유에 대한 추가요금을 달라'는 요구가 팽팽히 맞섰다.
실랑이 끝에 대리기사는 운행 도중 차에서 내렸고, 남성은 1㎞가량을 스스로 운전했다.
이 모습을 지켜본 대리기사는 남성을 경찰에 신고했다.
소비자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안전한 귀가를 위해 부른 대리운전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례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대리운전을 자주 이용하는 직장인 이모씨(32·진천읍)는 “대리운전 관련 피해사례를 접할 때마다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업체나 기사들은 소비자들이 안심하고 대리운전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