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청주대 분규 발화점, 재단운영 비리, 총장직 세습 책임

지금은 인용하기 무색해졌지만 과거 청주대 앞에 붙는 수식어는 '한수 이남 최고 사학'이었다. 1947년 6월 해방이후 첫 사립대학으로 인가받아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게 됐다. 청석학원과 청주대는 80년대까지만 해도 자타가 공인하는 모범적인 지방사학이었다. 당시 사립대에 흔했던 교수채용 비리도 없었고 이른바 '무분규' 사학이었다.

하지만 2014년 교육부의 정부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된 데 이어 3년 연속 오명을 쓰게 됐다. 평가대상 대학의 하위 15%에 해당하는 '부실대학'에 연거푸 선정된 것이다. 교육부는 더욱 강경한 대학 구조조정 입장을 밝히고 있고 올해 4년 연속 선정될 경우 '회생불가'라는 소문이 나돌고 있다. 대학 구성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김윤배 전 총장이 물러나고 이후 3명의 총장이 바뀌었다.

그럼에도 대학정상화비대위와 대학·재단의 대타협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재단실세인 김윤배 이사가 자신의 부친인 고 김준철 이사장 동상 원상복구를 주장하며 타협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 김준철 이사장 동상을 학교 교정에 세울 수 없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

첫째, 청주대 학내분쟁의 첫 발화점이 된 인물이다.

앞에 소개한 대로 청주대는 한수 이남의 오랜 역사를 가진 사학으로 분규없는 대학이었다. 하지만 89년 고 김준철 이사장이 대학총장직을 넘보면서 학내분규가 시작됐다. 사업가인 재단주가 총장직까지 맡는 것을 용인할 대학 구성원들은 없다. 교수회와 총학생회가 집단반발하면서 80년대 민주화운동 시위 이후 최대 규모의 학내 시위가 벌어졌다. 

둘째. 재단운영에 심각한 비리를 저지른 장본인이다.

학내분규 과정에서 교수회의 고소고발을 통해 고 김준철 이사장의 비리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우선 자신의 개인회사인 삼창토건이 각급 학교공사를 도맡아 횡령 및 탈세혐의가 드러났다. 설립자 청암 김원근(1886~1965)·석정 김영근(1888~1976) 형제가 재단에 출연한 땅을 불법 횡령한 사실도 밝혀졌다. 교육부는 93년  42필지(약 1만3000평, 공시지가 53억원, 시가 140억원)를 횡령한 것으로 판정했다. 감사원은 추가로 153필지의 소유권이 부당하게 고 김준철 이사장에게 이전등기됐다고 판정했고 이미 111필지를 제3자 매각한 것으로 확인했다. 결국 총 195필지의 횡령 부지 가운데 최종 원상회복된 것은 6필지에 불과했다.

셋째. 집안 내부에서도 동상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청주대 교정 진입로쪽에 설립자인 청암·석정 형제 동상이 나란히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고 김준철 이사장 동상은 청석교육역사관 앞 광장에 홀로 우뚝 선 형상으로 세워졌다. 이에대해 석정계 후손들은 건립 구상 단계부터 이의를 제기했다. 설립자 형제 이상으로 돋보이는 후손의 동상 건립이 부적절하다는 것이었다. 학교 구성원들은 재단 운영 비리가 뚜렷한 인물에 대한 동상 건립 자체에 거부감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당시 김윤배 총장은 '강공 드라이브' 로 밀어부쳐 동상을 세웠다. 결국 부실대학 선정으로 학교정상화비대위가 결성되고 동상 철거를 요구했으나, 재단측이 거부하면서 마침내 인위적으로 철거시키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넷째. 총장직 세습을 통해 부실대학을 만들었다.

고 김준철 이사장 생전의 오점 가운데 어쩌면 가장 큰 과오라고 할 수 있다. 고인은 청주대 학내분규가 자신이 총장직을 욕심내면서 비롯됐다는 점을 잘알고 있었을 것이다. 결국 대학 운영에 직접 개입하려는 무리수는 사법적 처벌로 이어졌고 4년만에 불명예 퇴진하는 수모를 당했다. 이후 설립자 가족이 아닌 2명의 총장을 임명하다가 2001년 아들 김윤배 이사가 6대 총장에 취임하게 됐다. 김윤배 총장의 등장은 예기치 않은 상황이었고 총장추천위로 포장했지만 학내구성원들의 반발은 거셌다.

당시 '상왕'으로 알려진 고 김준철 이사장이 아들의 총장 진입을 적극 지원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어쩌면 실패로 끝난 자신의 대학 총장직 꿈을 아들을 통해 대리시킨 셈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참담했다. 3년 연속 부실대학이 됐고 충북 도내에서조차 제1 사학의 위상을 잃어가고 있다. 오늘날 청주대의 비극은 총장직 세습에 대한 고 김준철 이사장의 노욕이 빚어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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