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OU' 함정에 빠진 한국, 빛좋은 개살구 사례늘어
MOU(양해각서)는 당사자 이행 등을 전제로 맺은 약속이다. 하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여건이나 환경이 바뀌면 언제든지 파기나 변경이 가능하다. 단순 '의향' 정도를 확인하는 절차에 불과한 셈인데, 경쟁적으로 투자 유치에 나서는 전국 지자체는 MOU 체결로 지나치게 호들갑이다. 정부도 마찬가지다. 이른바 '치적 홍보용'으로 적격이기 때문이다. 마치 당장 엄청난 경제 효과를 낸 양 과대 포장을 일삼지만, 속빈 강정에 불과한 사례가 적지 않다. 본보는 MOU 체결에 따른 명암과 개선 방향에 대해 집중 조명해 본다.
정부는 물론 전국 각 지자체도 각종 '외교 성과'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정작 알맹이는 빠졌다. 구속력이 없는 MOU를 토대로 장밋빛 전망만을 내놔서다. 수억~수조원의 경제 효과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투자나 본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MB 자원외교, 실패 외교로 '낙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정부 출범 직전인 지난 2008년 2월 오일머니 유치에 나섰다. 쿠르드 정부와 MOU를 맺고 유전개발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당시 정부는 이 같은 자원외교를 안팎의 경제 위기를 타개할 '가뭄의 단비'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성과는 미미했다.
96건의 자원외교 MOU 가운데 본계약이 체결된 사례는 16건에 불과했다. 단 16.7%만 정상 추진된 것이다. 성공을 호언장담했던 쿠르드 현지 유전사업은 전체 5개 광구 중 3개가 탐사에 실패했거나 광권 만료로 철수하기에 이른다.
자원외교는 경제효과는커녕 막대한 국고 낭비만 초래했다. 사실상 실패한 외교나 다름없는 셈이다.
◇치적 쌓기용 외교 MOU 되풀이
박근혜 대통령 역시 지난 5월 중동외교에 나섰다. 박 대통령은 당시 로하니 이란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30개 프로젝트에서 66건의 MOU를 체결했다.
청와대와 각 정부 부처는 '역대 최대의 경제외교 성과'라고 소개했다. 총 42조~52조원의 경제 성과를 거뒀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법조계와 경제계에서는 법적 구속력이 없는 단순 MOU는 경제효과를 장담하기 이르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정부의 해외 MOU·MOA 체결 이후 추진이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상희(경기 부천시소사구) 의원은 지난 10월 열린 국감에서 "지난해 체결된 31건의 협약 중 현재까지 추진실적이 나타난 협약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14건(45%)에 불과하다"며 "그 외 협약들은 1년이 넘도록 현재까지 본 계약 없이 계속 협의만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자자체, 투자유치 무산 수두룩
MOU를 체결한 뒤 엄청난 성과를 낸 것처럼 과대포장 해놓고 낭패를 보는 지자체가 수두룩하다.
대표적인 곳이 인천이다. 인천은 각종 외자유치 사업을 추진했지만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지난해 3월 박근혜 대통령의 중동순방에 따라나서 첫 외자유치를 따냈다. 두바이 자본을 유치해 인천 서구 검단에 기업도시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제시했지만 실무협약(MOA) 기한이 만료되도록 진척을 보이지 않았고, 결국 무산됐다. 보궐선거용이라는 논란 속에 추진된 검단스마트시티 조성사업이 무산되면서 금융비용만 무려 1천억 원 이상을 낭비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지난 3월 유 시장이 미국 뉴욕까지 직접 가 관련 기업과 MOU를 체결한 뒤 발표한 수도권매립지 테마파크 조성사업 역시 지지부진하다.
이 밖에 전북도는 지난 2011년 삼성과 체결한 새만금 투자 계획 관련 'MOU'를 놓고 진실 공방이 치열했다. 지난 5월 삼성이 "투자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전북도에 통보한데 따른 논란이다.
전남 순천시 역시 최근 1천200억 원 대의 순천만랜드 투자 유치가 물거품 될 처지다. 지난해 9월 순천만 국가정원 인근에 순천만랜드를 조성할 계획을 세우고 지자체와 관련 기업이 MOU를 체결했지만, 일각에서 특혜시비 등이 불거져 사업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