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의권 전 서울신용정보 회장 ‘와신상담’ 서울서 새로운 도전
한국테러방지시스템 설립…내년 상반기 1000억원 돌파 자신

한때 지역사회로부터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윤의권 전 서울신용정보 회장이 대중의 기억 속에서 잊혀 지기 시작한 것은 17대 총선이 치러진 2004년 무렵이다. 국내 최초로 오토바이 택배사업(퀵서비스)을 시작해 성공한 그는 이후로도 ‘최초’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녔다. 국내 최초로 정부로부터 채권추심 대행업체 허가를 받은 서울신용조사(1992년 설립)는 이후 서울신용정보로 성장했고, 업계 최초로 코스닥에 상장됐다.
 

▲ 윤의권 한국테러방지시스템(주) 회장./ 충청리뷰 육성준 기자

그의 성공이 관심을 모은 이유는 두 가지다. 그가 고등학교도 제때 갈 수 없을 정도로 어려운 환경에서 자랐다는 점과 그래서인지 성공 후 모교 등 학교에 총 10억원 이상을 기부한 대표적인 독지가였다는 점이다.

40대에 큰 성공을 거둔 젊은 사업가는 거칠 것이 없었다. 그런 그가 선택한 다음 행선지는 정치였다. 자수성가의 아이콘으로 승승장구하던 윤 회장은 17대 총선에서 첫 패배를 맛본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선거법 위반 형이 확정돼 피선거권도 박탈당했다.

일은 서울에서, 휴식은 청주에서

지난 주말 청주 모처에서 그를 만났다. 그는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며 명함을 건넸다. 최초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던 윤 회장은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그가 새롭게 시작한 사업은 ‘테러방지시스템’, 회사 이름도 ‘한국테러방지시스템(주)’이다.

“잇달아 세무조사를 받았고, 연이어 악재가 터지면서 회사 형편이 급격히 나빠졌다. 결국 부산저축은행에 헐값에 매각했다. 그 후로 오랫동안 힘들었다.” 덤덤하게 말했지만 절치부심이 느껴졌다.

총선 후 그의 삶은 크게 변했다. 불행히도 긍정적 변화가 아니었다. 가장 큰 충격은 믿었던 사람들에게 당한 배신이다. 그렇게 오랜 기간 고향으로 돌아오지 못했던 그가 최근 재기해 고향으로 돌아온 것이다.

사업때문에 주중에는 서울에 머물지만 주말이면 어김없이 청주로 돌아온다. “고향에서 큰 상처를 입었지만 그래도 내가 돌아와 살 곳은 고향이다. 예전에 하던 일보다 더 큰 사업이 될 것이다. 이미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고 있고, 내년 상반기에는 1000억원대 매출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한다. 다시 고향에서 봉사 할 일이 생길 것이다.”

윤 회장의 말은 힘이 넘쳤다. 이미 금의환향이 시작됐다고 장담했다.

한국테러방지시스템이 하는 사업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사업대상을 위험과 위협으로부터 안전하게 지키는 일이다.

현대사회의 뜨거운 관심분야 중 하나다. 윤 회장은 “현대인들은 다양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 IS와 같은 테러조직이 언제 어떤 식으로 우리 생명을 위협할지 모르고, 기상이변에 따른 자연재해나 인터넷상의 해킹 등 다양한 위협 요소로부터 목숨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수행한다”고 설명했다.
 

▲ 한국테러방지시스템의 주력사업 중 하나인 방사능 탐지 시스템 홍보브로셔 일부.

“성공 후 고향으로 돌아올 것”

주력 사업분야는 ‘데이터 유출 방지 솔루션’ ‘방사능 탐지 시스템’ ‘기상 예측 시스템’ 등이다. 윤 회장은 “원천기술을 보유한 것은 아니다. 각 분야 세계 최고기업의 독점 판권을 획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사업분야는 한국은 물론 아시아 독점 판권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몇몇 기관과 납품계약을 체결했고, 여러 사업분야 중 선두를 달리고 있는 사업은 데이터 유출 방지 솔루션이다. 윤 회장은 “기존 국내업체들도 해당 서비스를 하고 있지만 기술력에서 차이가 있다. SKYE-GLOBAL사가 개발한 WWS(Words Without Secrets) 제품은 USB나 네트워크 드라이브를 이용해 데이터를 복사하거나 직접 인쇄, 화면 캡처를 하는 행위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반면 SKYE-GLOBAL사의 솔루션은 이러한 내부망 관리는 기본이고, 밖으로 나간 자료까지 추적하고 탐지할 수 있다. 또한 추적해서 확인한 유출 데이터는 볼 수 없도록 차단하고, 회수하는 기능까지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디도스 등의 해킹을 경험했던 정부기관이나 금융기관이 보안프로그램 교체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방사능 탐지 시스템도 한국테러방지시스템의 주력 사업분야다. 윤 회장은 “총기 테러범의 살상력은 최대 수백명이다. 반면 방사능을 이용한 테러가 시도된다면 그 파괴력은 상상 이상이 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 공항이나 항만에서는 금속탐지기 정도만 갖추고 있을 뿐 방사능 테러에 대한 어떤 대책도 마련돼 있지 않다. 우리 회사와 독점 계약을 체결한 뉴크세이프사(NUCSAFE)는 세계 최고의 방사능 탐지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다. 미국 국방부와 영국·일본의 공항, 항만 등에서 뉴크세이프의 제품을 사용하고 있고, 국내에서도 일부 군부대에서 백팩(등에 매는 탐지기)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현재 각 공항과 원자력위원회 등에 해당 제품을 소개하고, 도입 필요성을 설명하고 있다는 게 윤 회장의 설명이다. 그는 “이미 관계기관에서도 방사능 탐지 시스템의 필요성과 우리 제품의 우수성은 인식하고 있다”며 “비용 상의 이유로 미뤄져 왔지만 궁극적인 안전성을 확보하려면 도입할 수밖에 없다. 시간문제”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도 세계적인 기업 슈나이더의 기상 예측 시스템과 기업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 등을 한국테러방지시스템의 이름으로 국내에 판매하고 있다.

선거법 위반으로 피선거권을 박탈당한 윤 회장은 2008년 광복절 특사로 피선거권을 회복했다. 하지만 정계 복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는 “일단은 사업 성공이 우선이다. 사업 성공 후에는 고향에서 이웃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지역사회에 얼굴 비칠 일이 다시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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