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리: 허드슨강의 기적>
애매한 팝콘
김규원 충북학연구소장

영화는 항공기 불시착 사고 공청회를 앞 둔 상황에서 설리 기장(본명은 설렌버그, 톰 행크스 분)의 회상으로 시작한다. 2009년 1월, 설리 기장은 뉴욕 라과디아 공항을 이륙, 샬롯 행 비행을 시작한다. 비행기가 고도를 잡기도 전에 철새로 이동하던 거위 몇 마리가 제트엔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 화재가 발생한다.
추진력을 잃은 비행기는 거의 추락 직전의 위기상황에 직면한다. 관제탑의 유도와는 다르게 기장은 30년 이상의 경험과 지식을 바탕으로 인근 공항 대신 허드슨 강 위로 착륙 아닌 착수를 시도한다. 불안에 떠는 승객들에게 승무원들은 충돌에 대비하는 자세 등을 반복적인 구령 합창으로 전달하고 마침내 찬바람이 맴도는 겨울 강 위로 비행기는 안전하게 착수를 한다.
다들 대피하고 난 뒤에도 설리 기장은 무릎 위까지 차오는 물을 헤치면서 機內승객들이 전원 대피했는지 확인, 또 확인을 한다. 이후 사고와 관련한 공청회에서는 회항 혹은 인접공항으로 비상착륙을 해도 되는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착수 한 것에 대한 정당성 즉 설리 기장이 상황에 맞는 합리적인 판단을 한 것인가가 주요 쟁점이 된다. 조사위원회에서는 기계적인, 지극히 기계적인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가지고 기장의 실수를 부각시키려고 하고 설리 기장은 기장대로 이에 대응을 하려고 한다.
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고 엔딩 스크롤이 올라갈 즈음 작은 창에 당시 비행기에 탑승했던 실제 승객들이 나타나 ‘7F, 11F, 9D, 1C, 25B, 26B…’라고 말하면서 당시에 구조된 승객들은 자신이 앉았던 좌석번호를 웃으면서 말하는 장면들이 나온다. 지나고 나니 무척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는 듯이 말이다.
시스템이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사고가 나면 흔히 사고의 원인으로 잘못된 시스템 혹은 시스템 부재를 탓한다. 하지만 시스템이 전부가 아니지 않을까. 시스템이 있어도 작동을 하지 못하도록 하거나 작동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서 무력화시키는 사람들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 살아있었더라면 지금쯤 대학2학년 혹은 군 입대를 했을 공주사대부고생들의 해병대캠프 참사 등 국내의 여러 안전사고들은 아마도 사리사욕과 무사안일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회사 유공자들로서 일부는 부부 동반으로 해외여행 후 귀가 길에 발생한 관광버스 화재사고와 전복사고는 물론 요즘은 그나마 소식이 안들려 다행이지만 유치원생 통학버스와 관련된 사건 사고나 특정인과 특정 세력이 일어나기를 원해서 발생하는 사건사고도 아마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인간은 왜 무사안일과 사리사욕에 집착할까.

한편으로는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폭력 등 문화적 차이나 몰이해, 언어 불통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건사고 등도 많으니 기술적 결함이나 구조적인 원인에 문화격차에 따른 사건사고 역시 추가해야 될 정도이다. 그런데 많은 경우 희생자들은 사회경제적으로 약자들이다. 나이가 어린 학생들이거나 노약자들이거나 계약직 사원들이거나 세입자들이 앞에서 열거한 사건사고의 희생자들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사회 경제적 약자들이 사건사고의 희생자로 등장하는 주된 이유는 무엇 때문이라고 추론할 수 있을까. 혹시 법적인 측면과 사회문화적 인식의 문제는 없을까. 제법 거창하게 말해서 헌법적으로 보았을 때 우리 헌법에 이러한 문제들의 발생요소들을 (잠재적으로)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헌법 제 11조1항의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는 조항은 독일의 기본법 제3조 1항, 모든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다(Alle Menschen sind vor dem Gesetz gleich.)와 규정짓는 범위와 의미하는 바가 많이 다르다. 우리 헌법은 외국인들이 아닌 대한민국 국민들만이 법 앞에 평등하다는 말이지만 독일의 경우는 독일 국민이냐의 여부를 떠나서 독일 영토 안에서는 인간이라면 국적이나 종교, 성별, 나이와 무관하게 법 앞에 평등하다는 전제를 갖는다고 한다.
아마도 이러한 독일의 기본법 때문에 즉 외국인과 내국인을 가리지 않고 평등한 대우를 보장하는 제도와 독일국민들의 인식 덕분에 60년대 초부터 국내의 취업난 때문에 독일로 일자리를 찾으러 간 당시의 광부, 간호사들이 언어 등 문화차이에도 불구하고 독일 사람들과 똑같은 급여와 의료혜택을 받았음은 물론이고 심지어 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지에서 교수 등 전문가로 활약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한국에 온 이주 노동자들의 고통과 아픔이 떠오른다. 아무튼 사건사고에서 어린이나 노약자, 여성, 이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시스템보다는 이들을 쉽게 여기는 관습, 편견 그리고 오해는 물론 가장 기본이 되는 헌법의 조항 하나하나 부터 수험생처럼 다시금 검토하고 음미하고 암기하여 자랑질도 할 필요가 있을 듯하다. 재미삼아 말이다.
아울러 수능시험장에서 규정 때문에 어머니가 싸주신 도시락가방에서 울린 휴대전화 벨소리로 1년을 낭비하게 된 사례를 보면 우리는 너무도 기계적인 생각을, 사람의 영혼이 없는 삶을 사는 것은 아닐까 싶다. 하긴 어디 이런 일 뿐이랴.
지금쯤 평범한 고교생들이 자신들의 평범할 뻔한 수학여행을 직접 만든 단편 영화에 ‘저는 단원고등학교 2학년 5반 인태범입니다, 저는 2학년 9반 정다혜라고해요, 같은 학교 한세영입니다...그런데 이번 수학여행이 완죤 재미있었어요, 배에서 탈출할 때는 아슬아슬 했었죠 하하하’ 또는 ‘저는 이승현의 누나인 이아름이라고 합니다. 철없는 아이들이 선생님들 말을 안들어서 김초원, 이지혜 선생님, 고생 많으셨죠? 라고 말하는 장면을 상상하면서.....한숨 한번 쉬고나서 산다는게 뭔지 모르겠어서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