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서세종 노선 “민자사업자가 제출한 제안” 의미 축소
충북도 ‘음성 진천 감안’ 청주시 ‘실현가능 사업 우선’ 시각차

충북 경유여부로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세종간 제2 경부고속도로 노선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재차 확인했다. 국토교통부 도로투자지원과는 최근 청주공항활성화대책위에 보낸 민원회신에서 “안성-세종 구간은 민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향후 제3자 제안공고, 우선협상대상자 지정, 실시계획 승인 등을 거쳐 노선이 최종 결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공항활성화대책위는 지난달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의 청주시 통과를 요청하는 민원을 제기한 바 있다. 청주시 통과 노선에 대해 국토부는 “향후 민간사업자와 면밀히 검토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국토부의 회신을 분석한 결과 일부 언론에 보도된 안성-천안-서세종 노선은 ‘민자사업자가 제출한 최초 제안’에 불과하다는 것. 결론적으로 제2경부고속도로의 청주 경유 노선은 종점지를 서세종으로 삼으려는 공주시와 경부·중부가 만나는 남이분기점으로 삼으려는 청주시간의 유치전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충북도는 중부고속도로 호법-남이 구간의 확장을 통해 수도권 고속연계망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서울~세종고속도로 노선이 정치쟁점이 된 것은 지난 5월 총선직후다. 선거운동 당시 세종시 이해찬 후보가 서울-세종간 제2 경부고속도로 건설계획 확정에 대한 발언이 문제가 됐다. 청주를 빗겨간 신설 노선에 반대해온 이시종 충북지사를 자신이 설득해 동의를 받아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자 도내에선 이 지사가 충북의 이해관계를 저버리고 같은 당 소속 세종시 국회의원의 요구에 응했다는 반론이 제기됐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지난달말 “정부 발표대로 서울∼세종고속도로가 청주를 경유하지 않는다면 KTX세종역이 오송역의 위상을 실추시키듯, 세종시로의 쏠림현상이 심화하고 청주의 공동화가 가속화될 게 뻔하다”며 이 지사에게 서울∼세종고속도로 관련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세종시 이해찬 의원과 이춘희시장의 KTX세종역 신설 공세에 제2 경부고속도로 논란이 겹쳐 힘겨운 방어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대해 도 조병옥 균형건설국장 기자 브리핑을 통해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2008년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시점과 종점을 구리와 세종으로 정한 이후 지금까지 노선을 바꾼 사실이 없다. 청주 경유 노선은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데 어떻게 사전에 노선합의를 해줬다는 말이 나올 수 있느냐”며 반박했다. 조 국장은 “도가 당초에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했던 것은 중부고속도로의 조속한 확장을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국토부에서 충북, 세종간 갈등을 이유로 두 사업 모두 지연시키자 동시추진을 합의하게 된 것이다. 새누리당 측의 주장처럼 명칭이나 노선 변경을 위한 양보나 야합은 절대 없었다”고 강조했다.

청주시의 입장은 충북도와 온도차가 크다. 충북도는 서울~세종 제2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 확장 문제를 상호 경쟁적 관계로 설정하고 있다. 어차피 국토부가 유사한 구간에 두가지 고속도로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계산이다. 제2 경부 고속도로가 남이분기점으로 연결된다면 중부고속도로 확장은 물건너간다고 할 수 있다. 충북도는 음성, 진천, 오창 일대의 산업단지 경쟁력을 감안해 중부고속도로를 충북의 대동맥으로 여기고 있다. 따라서 남이~호법 구간 확장에 무게중심을 두고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청주시는 제2 경부고속도로가 경유하면 지역 발전에 당연히 도움이 된다는 주장이다. 이미 정부가 건설 계획을 확정발표한 만큼 실현가능한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유치에 나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고속도로가 청주 오송을 경유하면 KTX 오송역은 물론 청주공항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발표한 서울∼세종 고속도로는 서울에서 안성을 거쳐 서세종에 이르는 노선이다. 이 고속도로는 대전∼당진 고속도로와 연결된다. 충북은 세종 전동 분기점에서 오송으로 빠져나오는 지선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지선을 뚫을 바에야 아예 오송을 경유하도록 노선을 변경하자는 게 청주시 주장이다. 음성, 진천군을 아우르는 충북도의 시각과 청주만을 염두에 둔 청주시의 입장이 애매하게 대립된 상황이다.

청주시 요구가 받아들여진다면 대전∼당진 고속도로와 연결될 서울∼세종 고속도로 종착점이 서세종이 아닌 동세종으로 바뀐다. 그렇게 되면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충북과 가까워지면서 국토부가 용역발주한 중부고속도로 확장 사업의 경제성 타당성(B/C)이 더욱 낮아질 수밖에 없다

현재 충북도와 청주시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청주 경유를 놓고 공동용역을 진행하고 있다. 이 지사는 중부고속도로 호법~오창~남이 구간 확장 우선 추진을, 이 시장은 서울~세종고속도로 청주 경유 우선 추진을 주장하고 있다. 다음달 두 사업의 경제성 평가에 대한 공동용역 결과가 나온다면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필요할 수 있다. 불필요한 정치공세 보다는 전문가들의 용역결과를 바탕으로 건설적인 대안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미래도시연구원 이국 사무총장은 정부가 당초 서울-세종 고속화 도로사업 계획을 번복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총장은 “세종시 건설계획이 확정되면서 서울~세종간 교통수요 대비를 위해 타당성조사를 거쳐 2007년 중부고속 3차선 확장계획을 확정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 출범이후 서울~세종간 스마트 고속도로 신설로 수정된 것이다. 진작에 우리 몫을 챙기지 못한 정관계 인사들은 각성해야 한다. 일단 서울~세종고속도로는 남이분기점으로 연결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한다. 애초 정부가 계획했던 당진~공주~청원~상주로 통하는 동서고속도로와 연계할 수 있어 전국 교통망을 X자로 연결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사업 정치권 ‘물고뜯기’ 제물돼
제2 경부고속도로 노선 토론회 주장하지만 주제가 달라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을 둘러싼 논쟁은 청주공항MRO사업과 똑같은 방식으로 정치공방이 벌어졌다. 정우택 의원은 지난달 11일 청주시 국회의원 초청 간담회에서 “충북도가 중부고속도로 확장에만 관심을 기울여 서울∼세종 고속도로가 충북을 거치지 않게 됐다”고 주장했다. 전직 지사가 현직 지사에게 직접 칼끝을 겨눈 셈이다. 이에대해 더불어민주당 도당은 성명을 내고 “충북을 비껴간 서울∼세종 고속도로 노선은 2008년 정부와 새누리당의 합작품이다. 노선이 잘못됐다면 노선을 인정해 준 전직 충북지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맞받았다.

그러자 하루뒤 새누리당 충북도당은 “이시종 지사가 최근 수 년간 서울∼세종 고속도로 건설과 관련해 수시로 말을 바꾸고 갈팡질팡해 왔다. 새누리당은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윤진식 도지사 후보가 공약하고 이완구 원내대표, 이인제 최고위원까지도 서울~세종고속도로 충북경유를 약속했다”며 “만약 청주를 경유하지 않는 서울~세종고속도로 추진이 올바른 선택이라면 이 지사와의 공개적인 맞장 토론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맞장 토론 주장에 대해 조병옥 도 균형건설국장은 “청주시가 주장하는 오송 경유 노선과 원안 노선 중 어느 것이 충북 전체 발전이나 중부고속도로 확장에 도움이 되는지 토론회를 열어 따져봐야겠다”고 말했다. 지역 현안사업이 정치공세에 휘둘리지 않기 위해서는 공개적인 대토론회 등을 통해 도민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충북도와 청주시가 생각하는 토론의 주제가 서로 결이 다르다는 것이 해결 과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