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학논문 책으로 엮은 오문환의 <동학의 정치철학>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
권은숙 온갖문제연구실 연구노동자
 

▲ 동학의 정치철학: 도덕, 생명, 권력 오문환 지음. 모시는사람들 펴냄.

자신보다 탁월하지 못한 자에게 통치당하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다. 연일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성명서가 발표되고 있다. 청년들 보기 참 부끄럽다. 그래서인가 책 <동학의 정치철학>을 자꾸 뒤적이게 된다. ‘정치가 도덕과 분리되면 더 이상 정치라 할 수 없다’는 것이 동양철학의 핵심. 해서 동양의 정치철학은 권력에 앞서 도덕을 논했으며, 리더십의 제1덕목으로 도덕을 꼽았다.

동학은 도덕에 기초한 권력만이 정당하다고 본다. 도덕에 기초한 권력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현될 수 있을까? 수운은 도덕적 인격의 탄생, 천지이기(天地理氣)와 관통하는 존재로서의 인격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 인격은 사사로운 자신의 이익, 자신이 속한 조직, 편협한 입장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공공적이고 보편적인 이익을 추구하며, 상생의 공동체를 지향하고, 확장된 지각의 길을 열 수 있는 자이다.

동학에서는 민(民)이 곧 하늘이기 때문에 통치의 정당성은 ‘민(民)을 하늘로 아는 자’에 의해서만 유지될 수 있다. 동학을 시작한 수운 최제우는 절대존재인 신과 상대존재인 인간이 본마음에서는 평등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그것을 근거로 평등주의사상을 세웠다. 군자(君子)와 소인(小人)을 구분해 민을 배제한 왕과 사대부의 정치이념과 체제를 철학적으로 엄격히 비판했다. 지벌과 가세, 문필이 높은 사람들의 도덕에 대한 배타적 점유를 근본부터 부정하고 도덕을 신분과 지식으로부터 과감하게 떼어냈다.

해서 동학은 신분제적 불평등, 반상의 불평등, 적서의 불평등, 남녀간 불평등, 어른과 어린이의 불평등을 포함한 일체의 불평등을 극복하고자 한다. 수운은 자신이 데리고 있던 여종 둘을 한 명은 며느리로 삼고 또 한 명은 양딸로 삼았다. 직접행동으로 표현되는 신념은 아름답다.

해월은 조선시대 남녀 불평등의 상징인 “며느리도 천주를 모시고 있다”고 하여 여성을 하늘로 대하라고 명했다. 또 “부한 사람과 귀한 사람과 글 잘하는 사람은 도를 통하기 어렵다”고 하며, 도(道) 앞에서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며 오직 정성(精誠)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스승 수운의 뒤를 이어 관군의 추적과 지독한 탄압을 피해 38년간 일명 ‘도바리’ 생활을 했다. 수운의 가르침이 든 글을 보따리에 싸 메고 조선팔도를 돌며 동학을 실천하고 사회변혁의 주체가 될 사람들을 조직했다. 수운과 해월의 우정과 의리는 ‘관계의 본질’을 고민하는 나의 연구과제이고, 인간의 존엄이 생활에 속에서 구현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

도덕성 담보한 통치자 필요

존엄하지 않은 존재를 공경(恭敬)할 수는 없다. 공경은 존엄성을 전제로 한다. 동학에서 공경의 정치사상은 ‘사람이 곧 하늘이다(人乃天)’ 이라는 인간 존엄성에 대한 철학에서 비롯된다. 해월은 공경을 사람과 자연, 사물을 대하는 근본원리로 말한다. 사람을 공경할 때 이상적인 사회관계가 형성되고, 사물을 공경할 때 우주 만물을 관통하는 사물과의 바른 관계를 수립할 수 있어, 공경은 대인관계와 대자연관계에서 최고의 덕목이 된다.

저자 오문환은 수운을 자주적으로 자율적 인격을 찾아낸 한국 자주적 근대성의 아버지라고 평한다. 수운이 도(道)란 “내가 나 되는 일이며 다른 것이 아니다 我爲我而非他”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고 주장하며. 동학에 의하면 인간은 완전한 도덕적 자율성을 갖춘 영적 존재이다.

동학의 평등주의는 정치적 객체이자 피지배계층이었던 농민들을 정치적 주체가 되어 19세기말 사회변혁의 선두에 서게 한 사상적 기반이 되기도 했다. 1894년 동학농민혁명, 1910년대 갑진개화운동, 1919년의 3.1운동은 자율적 인격을 지닌 주체들의 정치참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평등이 전제되지 않는 참여는 있을 수 없다. 모든 민이 평등하게 참여할 권리를 가지지 않는 한 참여 민주주의는 성립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오문환이 말하는 동학의 참여민주주의는 동학적 생활정치의 완성을 뜻한다. 동학적 생활정치는 ‘사람을 하늘로 섬기는’ 네오(새로운) 휴머니즘에 기초한 생활세계를 만들고, 그 생활세계에 기초한 시민들의 자율적이고 평등한 공공영역이 형성되고, 이들의 자발적 정치 참여에 기초한 새로운 정치권력의 창출이라는 과정이 왜곡 없이 이루어지는 정치이다.

요약하자면 ‘도덕적 평등주의’를 이 땅에 구현하는 사회변혁(개벽)을 하자는 것이다. 하여 도덕성을 담보한 통치자와 자신이 하늘임을 아는 시민이 필요하다. 올바름을 사유하며 목소리를 내는 민(民)은 준비된 것 같다. 그러니 정치를 하려는 자, 이제라도 <동학의 정치철학>을 공부하시라!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