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홍강희 편집위원

▲ 홍강희 편집위원

인터넷에서 섹스관광을 검색하면 성매매를 목적으로 하는 관광이라고 나온다. 태국, 필리핀, 베트남, 중국 등 동남아에서 섹스관광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들도 올라와 있다. 다른 나라 남자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한국 남자들의 섹스관광 탐닉은 유명하다. 그럼 성매매를 목적으로 가는 건 아니라고 따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목적을 내세우지 않더라도 해외에 나가 성매매하는 한국 남자들이 많은 건 사실이다. 남자들끼리, 특히 동남아로 여행가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태극기 꽂고 왔다’ ‘국위선양 하러 간다’ ‘백마타고 왔다’ 는 등의 은어가 있다. 남자들이 킥킥대며 하는 말이지만 여자들도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안다. 해외에 나가 성매매하고 왔다는 얘기다. 태국, 필리핀 등지가 섹스관광국이라는 오명을 쓴 데에는 한국남자들의 ‘역할’이 컸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제는 블라디보스톡까지 물들게 생겼다. 블라디보스톡은 고구려 발해 성터와 안중근 의사 기념비, 독립운동가 최대 후원가 최재형 선생 생가와 헤이그특사 이상설 선생 유허비가 있는 곳이다. 시베리아 횡단열차의 종착역이고 가장 가까운 유럽을 볼 수 있는 낭만도 있는 곳이다.

얼마전 청주시 B면 이장단협의회 42명이 블라디보스톡으로 해외연수를 다녀온 뒤 관광 안내차 동행했던 여행사 여직원들을 성추행·성희롱한 사건이 터져 망신을 톡톡히 당했다. 이 연수에는 해당 지역구 시의원, 주민자치위원장, 농협조합장 등도 참석했다. 가해자들은 망신을 당했을뿐 아니라 피해자의 고소로 법적 심판까지 받게 됐다.

그런데 그 중 일부가 여행 첫날부터 성매매 장소를 소개해 달라고 여행사 여직원들에게 여러차례 요구했다고 한다. 다른 여행에서는 단체로 10만원에 성매매 했고 아예 관광버스에 도우미를 태우고 다닌 적도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4박5일간 지옥같은 여행을 했다. 음담패설에 성추행까지 겪었는데 성매매 장소를 소개해 달라는 얘기까지 들었다. 우리는 그런 것 안한다고 딱 잘라 말했으나 계속 졸랐다”는 게 피해자인 여행사 여직원 말이다.

그는 “일행 중 3명은 블라디보스톡 현지 가이드한테 부탁해 결국 성매매 장소에 다녀왔다는 말을 가이드한테 들었다”는 것도 덧붙였다. 이에 대해 B면사무소 관계자는 “그 얘기를 듣고 연수 참가자들에게 물어봤으나 그런 일이 없다고 한다”고 했지만 피해자는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갖고 있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해외 성매매는 공공연한 비밀이다.

B면 이장단협의회는 매년 해외와 국내연수를 번갈아 간다. 이를 위해 각자 여행경비를 적립한다고 한다. 이렇게 돈을 모아 가면서 여행을 준비한 사람들이 안내차 동행한 여행사 여직원들을 괴롭히고 해외 성매매를 했다는 의혹까지 받으니 유구무언이다.

블라디보스톡을 다녀온 모 씨는 “이국적이면서도 우리나라 역사와 관련된 문화유적지들이 곳곳에 있어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준다. 의미있는 여행을 할 수 있는 도시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남자들이 떼로 몰려와 성매매 할 곳을 찾고, 그런 곳으로 가는 것을 보고 기가 막혔다. 요즘 블라디보스톡 여행이 각광받고 있는데 이 곳 마저 섹스관광지로 추락할까봐 걱정”이라고 털어놨다. 여행객들의 말을 들어보면 태국, 필리핀, 베트남도 모자라 이제는 블라디보스톡까지 이런 사람들로 붐빌 날이 멀지 않은 듯하다.

섹스관광객들은 경찰조사가 들어가도 현장 잡기가 어렵다는 점을 이용한다. 그렇지만 언젠가는 들통나고 만다. 다녀온 뒤에는 이것을 무슨 무용담처럼 떠들어대는 남자들이 꼭 있다. 해외 성매매, 한국남자들의 추태이고 망신이며 국격을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이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경찰조사와 사법처리가 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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