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근리 평화상’ 인권상 수상자에 박선주 충북대 명예교수(69)가 선정됐다. 17일 노근리평화상심사위원회는 “역사·인류학자인 박 교수가 노근리 등의 희생자 유해 발굴을 헌신적으로 수행하는 등 전쟁 희생자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한 점을 인정해 9회 수상자로 정했다”고 밝혔다.

‘노근리 평화상’은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을 학살한 노근리 사건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인권과 평화라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증진하기 위해 노근리평화재단(이사장 정구도)이 2008년 제정한 상이다.

인권상 수상자인 박 교수는 1997년 7월 일본 홋카이도 댐·철도공사 강제 징용자 유해 발굴을 주도했고 2000년부터 한국전쟁 전사자 유해 발굴 책임연구원으로 참여했다. 국방부 유해 발굴 감식단을 만드는 데 산파 구실을 했으며 2008년부터 중국과 공동으로 안중근 의사 유해 발굴에 나서기도 했다. 진실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회에서 한국전쟁 때 민간인 학살 희생자 발굴을 수행했으며, ‘한국전쟁기 민간인 학살 유해 발굴 공동 조사단’을 꾸려 민간 차원의 유해 발굴에도 앞장섰다.

박 교수는 도내에서 영동 노근리와 청주 남일면 분터골 유해발굴 작업을 이끌었다. 정년 퇴직 후에도 자원봉사로 충남 홍성군 광천읍 시굴조사, 대전 산내 골령골 유해발굴 작업 등을 수행해 민간인 희생자 인권을 위한 헌신적인 노력을 인정받았다. 박 교수는 언론 인터뷰에서 “민간인 희생자의 유해 발굴은 계층과 계층 간의 갈등을 풀어 주는 계기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도 희생자들의 유가족들은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고 일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런 밑바닥 갈등을 빨리 해결해야 진정한 통합이 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편 박 교수는 지난 9월 충북대 교내의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추모관’(임시유해안치소)에 7년간 안치했던 희생자 유해를 세종시 추모의 집으로 이전하는 작업을 마무리했다. 2009년 3월부터 충북대 전산정보원 409㎡ 공간에 마련된 임시안치소는 한국전쟁 당시 희생된 전국 민간인 희생자 유해를 안치해왔다. 한국전쟁 민간인희생자 추모공원은 2020년까지 남대전IC 인근의 동구 낭월동 일원에 세워질 계획이다.

한편 ‘노근리 평화상’ 언론상 방송 부문은 ‘13세 지적장애 하은이 성매매 둔갑’ 연속보도로 법원 판결의 문제점을 지적한 CBS 김광일 기자가 선정됐다. 신문 부문은 외국인 불법 체류자 자녀 인권 문제를 제기한 중앙일보 최종권·임명수·김호·유명한·조혜경 기자가 수상자로 결정됐다.

문학상은 소설 ‘흔들리며 피는 꽃’에서 1985년 ‘광명 87호’ 선장의 베트남 난민 보트피플 구출 사건을 통해 인간에 대한 이해와 인권 문제를 들여다본 소설가 이덕화씨가 선정됐다. 시상식은 오는 27일 오후 5시 노근리 평화공원 교육관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