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가동결 때문에…차량목욕 서비스 중단위기
옛 청원군 지역 직격탄…지자체 지원대책 없어

▲ 방문목욕 서비스를 받아야하는 노인들이 제도부실로 인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사진은 차량목욕 서비스 후 청소중인 모습

목욕차량을 통해 방문목욕 서비스를 받아야하는 노인들이 제도부실로 인해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노인의 날을 맞아 노인장기요양서비스 실태를 취재한 결과 수가문제•업무과중 등의 이유로 방문목욕(차량목욕) 서비스가 상당수 기관에서 사업철회 되면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서비스)이란 노인성 질병인 치매•중풍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위해 국가에서 직접적인 지원을 해주는 사회보험제도이다. 따로 가입할 필요 없이 건강보험료에서 ‘장기요양보험’을 납부하고 있어 노인성 질환은 갖고 있는 65세 미만의 국민 또는 65세 이상의 노인이라면 신청가능하다. 노인장기요양서비스로는 요양원입소•방문요양서비스•방문목욕•주야간보호 등이 있다.

수가인상 시급, 적자운영 위기
청주지역 방문목욕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 현황을 보면 청원구 20개, 흥덕구 14개, 상당구 32개, 서원구 27개 등 90여개의 기관이 방문목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중 목욕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기관은 청원구 4개, 흥덕구 1개, 상당구 1개 등 6개에 그쳤다. 서원구는 목욕차량 보유 기관이 한 곳도 없다. 방문목욕의 경우 목욕차량을 통한 차량목욕과 가정 내 목욕 서비스로 구분되는데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제공받는 대부분의 노인들은 노인성 질환이 심해 가구 내 목욕이 힘든 실정이다. 노인장기요양법 방문목욕 법령 제24조 2항에 따르면 ‘방문목욕급여에는 목욕준비, 입욕 시 이동보조, 몸 씻기, 머리 감기기, 옷 갈아입히기, 목욕 후 주변정리까지가 포함되며 수급자의 안전을 위하여 입욕 시 이동보조와 몸 씻기의 과정은 반드시 2인 이상의 요양보호사에 의해 제공되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최소 3명이 움직여야 하는 과정에서 협소한 가정 내 목욕시설로는 제대로 된 서비스 제공이 불가능하다. 더욱이 집안 내 목욕시설과 온수 시설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농촌지역인 옛 청원군은 목욕차량이 더 절실하다. 하지만 현재 옛 청원군지역까지 목욕차량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은 사회적기업 (주)휴먼케어가 유일하다. 휴먼케어 송유정 대표는 “목욕을 통한 개인의 위생관리는 인간의 기본권에 해당하는 중대한 문제”라며 하지만 “현재 관련 서비스를 진행하는 기관이 전무한 실정”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지난 2008년, 제도 설계 후 많은 기관들이 목욕차량을 통한 방문목욕서비스를 확대했지만 수가문제로 대부분 사업을 철회했다. 2008년 시간당 7만1290원으로 시작된 수가가 2013년 한 차례 1250원 인상된 7만2540원으로 현재까지 동결된 상태다 보니 기관들이 적자운영을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또 차량수리비용•유류비 등 매월 정기적으로 들어가는 비용도 적지 않다. 또 방문목욕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의 관리자에 대한 인건비 부분은 아예 책정돼 있지 않다. 이 부분은 서비스 제공기관이 오롯이 안고 가야하는 부담이다. 목욕차량서비스를 제공했다 철회한 한 복지관 관계자는 “재정적 부담을 이기지 못해 사업을 철회하게 됐다”며 “실내에서 진행할 수 있는 가정 내 방문목욕만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송 대표는 “공공영역의 필수 서비스 임에도 수익성 감소로 제공기관들이 이를 기피하고 있는 실정이다”며 “농인장기요양보험제도의 공공성 향상을 위하여 실질적 수가 체계 형성을 통해 더 많은 제공기관이 재참여 할 수 있도록 정책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옛 청원군 지역 타격, 대책시급

통상 목욕차량의 수명은 8년으로 본다. 감가상각을 고려해 폐차 시점인 8년 후를 기준으로 월40만원 가량을 적립 해야지 폐차 후 재구매가 가능하지만 휴먼케어의 경우 목욕차량 구매 후 적자운영으로 인해 2000만원에 가까운 금액을 적립하지 못했다. 만약 현재 보유하고 있는 차량을 폐차한 뒤 재구매하지 못하면 옛 청원군 지역의 시민들은 관련 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할 수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옛 청원군 지역 사회복지사는 “청주 시내권 지역은 가정 내 목욕시설도 잘 구비되어 있고 목욕탕과 같은 공공시설도 많다. 하지만 옛 청원군 지역은 집안 내 목욕시설도 없는 곳이 많다”며 “수요도 많고 지원이 절실한데도 관련 사업들이 정리되고 있는 추세라 걱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국가 지원을 통해 운영되는 영세한 복지관들이 추가 부담을 안고 목욕차량을 통한 목욕서비스를 진행하기에는 큰 무리가 있다”며 “수가인상을 통해 최소한 관련 서비스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던지 아니면 지자체에서 추가 지원을 해줘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청주시청 복지시설팀 관계자는 “다른 지자체도 마찬가지지만 청주시도 추가 예산을 부담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며 “다만 외부후원사업을 통해 목욕차량을 지원해 주는 등 관련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 하겠다”고 답했다.
 

▲ 왼쪽부터 김남우•조상철 요양보호사

적자운영에도 ‘사회적 기업’ 책무 다하겠다
7년째 목욕차량 운행하는 김남우•조상철 요양보호사

적자운영, 업무과중에도 7년째 목욕차량을 운행하며 어르신들의 위생을 책임지는 김남우(41)•조상철(58) 요양보호사를 만났다. 분주하게 목욕차량 내부를 정비하고 방문목욕을 준비하는 두 사람의 이마에는 목욕 전부터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일교차가 심해 어르신이 감기라도 걸릴까봐 서둘러 차량으로 빠르게 이동한다. 인사만 나눈 채 밖에서 기다리기를 40여분, 활짝 웃으며 목욕차량 밖으로 나온 김남우 요양보호사를 만났다.

김 보호사는 “하루에 이 차를 끌고 300km를 돌아다니며 어르신들의 위생을 책임지고 있다”며 “옛 청원군 지역의 수요가 너무 많아 하루에 많게는 7~8명까지도 책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쑥스러운 듯이 “인터뷰를 한다고 해 수염도 깎았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건데 쑥스럽다”고 말했다. 방문목욕이 끝나고 어르신과 살갑게 대화를 나누는 이는 조상철 요양보호사다. 조 보호사는 “일이 많이 힘들지만 보람 있다”며 “사회적 기업으로서 책무를 다하고 보호자들에게 큰 도움이 되는 거 같아 기쁘다”고 웃어 보였다. 이 둘이 콤비를 이룬지는 7년째. 청주전역을 누비며 목욕차량이 필요한 어르신들에게 달려간다. 김 보호사는 현재 사회적기업 휴먼케어의 이사로도 활동하고 있다. 김 보호사는 “힘을 많이 쓰는 일이다 보니 몸이 많이 고되다. 가정 내 목욕이 편하긴 하다”며 하지만 “겨울철이나 목욕시설이 제대로 구비되어 있지 않은 곳에는 이 목욕차량이 꼭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회사사정이 어렵고 몸은 고되지만 사회적 기업으로써 사회복지종사자로서 사회적 책무를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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