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격외도리/ 한덕현 발행인

▲ 한덕현 대표님

안희정이 어느덧 차기 대권후보의 한자리를 견고하게 차지하기 시작했다. 오늘의 위상은 그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새바람을 일으키며 충남도지사에 당선될 때부터 일찌감치 예견됐다. 충남 유권자들은 4년 후에도 그를 재선시킴으로써 사실 안희정은 일찌감치 차기 주자로 지목돼 왔다.

하지만 안희정의 대선지지도는 후보로서의 초기 필요충분조건이라는 5%를 아직 넘지 못하고 있다. 자칫하면 요즘 넘쳐나는 도토리 키재기 식의 군소후보들과 섞여 변죽만 울리다 무대 뒤로 사라질 수도 있다. 어쨌든 그는 올해 들어선 대권도전에 대한 발언수위를 높여온데다 최근엔 관훈토론과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을 ‘민주당의 적자이자 21세기 지도자’라고 자처함으로써 대권의지에 대한 확실한 방점을 찍었다.

당연히 안희정은 반기문과 함께 충청대망론의 요체가 됐지만 국민지지도에선 아직 게임이 안 된다. 이와 관련 그는 얼마전 자신의 심경을 올림픽에 비유해 이렇게 밝혔다. “올림픽 때가 되면 (사람들은) 출전선수들을 금방 알게 된다.”

똑같이 올림픽에 출전하더라도 메달 가능성의 선수들은 미리 점쳐지게 되고 그 결과는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출발이 늦은만큼 더 많이 알리고 더 지지도를 높여야 한다는 얘기다. 아무리 21세기형 지도자를 지향한다 하지만 정치, 특히 선거에선 자기 사람을 꿰고 몰고다니지 못하면 모든 게 공허하다. 그는 지난 총선에서도 자기세력을 당선시키는데 한계를 보였다. 그래서 나오는 의문이 과연 그가 무엇으로 사람들의 눈과 귀, 마음을 유혹할 것인가이다.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아직 덜 알려진만큼 앞으로의 정치적 확장성은 누구보다도 유리하다는 점이다.

우선 안희정은 유권자의 눈을 끄는데 1차적인 호조건을 가지고 있다. 후보군 전체를 보거나 같이 50대 기수론을 펼치는 남경필 원희룡과 견주어도 스마트한 외모가 장점이다. 그의 대중성은 ‘말(言)’에서 더욱 돋보인다. 정치가로서의 언변이 상대적으로 논리적이자 호소력 또한 짙다. 현재 안희정을 주목하는 사람들중엔 인터넷 동영상의 연설에 매료된 경우가 많다.

안희정은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고질병인 ‘남 탓’을 거의 안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오히려 기회가 되면 전임자와 상대를 추켜 세운다. 그러면서 자기 책임과 자기 신념만을 강조한다. 같은 잠룡인 오세훈도 이 점을 높이 사 방송 등에서 안희정을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 1순위로 꼽았다.

정치적 이력으로서의 그의 장점은 몇 번의 부침에도 불구 제대로된 과정을 밟았다는 것이다. 학창시절에는 누구보다도 고민많은 역동적인 시간을 보냈고 노무현을 보좌하면서는 정치와 권력의 정점에 서 보았는가 하면, 광역자치단체장을 맡아서는 조직관리와 종합행정을 두루 섭렵했다. 전국 시도지사 직무수행평가에서 줄곧 선두를 달리는 것도 그의 대권잠재력을 확인시켜주는 호재가 되고 있다. 충남도지사 재선 이후로는 아예 국가적 담론을 주도하는데도 주저하지 않았다.

그가 제시한 도정 어젠다 즉 환황해시대, 양성평등사회, 신재생에너지, 동양평화론은 국정 차원의 이슈다. 지난 4월 포스트 시진핑으로 각인된 중국 천민얼 구이저우(貴州)성 당서기의 충남방문은 안희정이라는 인물에 대한 국제적 인증의 구체적 시발점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2005년 한나라당 당대표 시절 당시 저장성 당서기였던 시진핑을 만났고 두 사람은 이후 양국의 최고 통치자가 됐다.

하지만 앞으로 안희정이 갈 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당장 ‘노무현 동업자’라는 닉네임을 가진 문재인 안희정 이광재 트리오의 좌장인 文과의 관계설정이 녹록지 않은데다 같은 충청권의 반기문을 뛰어넘어야 하는 것 역시 지금으로선 계란으로 바위치기다. 안의 등장에 대해 문재인측이 대환영 의사를 시사하자 본인도 페어플레이를 다짐했고 지난 22일 관훈토론회에선 자신을 충청대망론의 패러다임에 가두지 말아달라면서 반기문과의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이 두가지 현안은 그가 대권주자로 나서는 한 어쩔 수 없이 맞게 될 난제임에는 틀림없다. 잘못될 경우 전자는 안희정을 ‘의리없는 사람’으로, 후자는 충청인들의 반백년 숙원인 충청대망론에 초를 치는 이단아 쯤으로 내몰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현재를 보더라도 차기 대선은 후보난립이 불가피한데다 개헌론과 제3지대 정치세력까지 가세하는 상황인지라 앞으로 엄청난 정치공학적 이합집산을 필히 유발한다는 점이다. 이럴 경우 안희정으로선 본인만의 색깔을 견지하면서 독자적 입지를 확보하는데 훨씬 유리하다. 역시 정치의 확장성이 누구보다도 뛰어나기 때문이다. 당내 경선이 흥행하게 되면 차기는 아니더라도 차차기는 더욱 확고해지는 효과도 있다.

반기문과의 대립구도에서도 안희정이 노릴 건 분명하다. 예상대로 반기문이 다 쓰러져가는 친박을 등에 업고 또 망국적 지역구도의 화신이랄 수 있는 JP의 ‘마지막 혼신의 힘을 다한’ 도움에 편승하고자 한다면 안희정은 본인의 말대로 세대교체가 아닌 시대교체의 기수답게 갓 50대 초반의 당찬 정치력을 보이면 그만이다. 많은 사람들은 안희정을 바라보면서 제로(0)의 지지도에서 출발했지만 온몸을 던져 끝내 대통령자리에까지 오른 노무현의 데자뷰를 다시 한번 느끼고 싶어 하는지도 모른다.

안희정의 주도로 지난 2013년 충남도청이 이전한 내포(內浦)는 예부터 가야산으로 상징되는 천하의 명당으로 꼽혀왔다. 풍운아 대원군이 이곳에 묻히자 2대에 걸쳐 천자(天子)가 나온다는 풍수지리의 예언은 현실화됐다. 후손인 고종과 순종이 연이어 황제의 대통을 이은 것이다.

박정희를 존경한 부친이 한자까지 똑같이 거꾸로 이름을 붙이는 바람에 희정(熙正)이 되었다는 안 지사가 박정희 딸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하에서 내포에 발을 딛고 대권에 도전하는 것도 참으로 아이러니컬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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