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근 주민 폭행 목격 불구 손님이 경찰 신고 범행드러나
주인부부 김씨 몫 기초생활수급비•장애수당까지 ‘횡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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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에서 또다시 장애인인권유린사건이 발생했다. 지난 7월에 발생한 ‘축사노예’ 사건에 이어 이번엔 한 카센터에서 지적장애인의 노동력을 착취한 사례가 한 시민의 신고로 세상에 알려졌다. 청주청원경찰서는 지난 10년간 지적장애 3급 김모(42)씨에게 카센터 일을 시키며 임금을 주지 않고 학대해온 청원구 북이면의 자동차 타이어 수리점 주인 변모(64)부부를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12일 입건했다.
피해자 김씨는 지난 2006년까지 청주에서 아버지와 함께 지내왔다. 형과 누나 등 형제가 2명 있었지만 아버지가 보호자로 김씨를 계속 돌보게 됐다. 하지만 아버지마저 식도암 판정을 받아 건강이 악화됐고 더 이상 김 씨를 책임지기 어려웠다. 결국 아버지는 평소에 알고 지냈던 타이어 가게 주인 변씨에게 아들을 부탁했다. 2007년 5월께 아들의 기초생활비와 장애수당 등을 관리하던 통장을 변씨에게 맡기고 이듬해 세상을 떠났다.

폭행에 욕설까지…인면수심 변씨부부
하지만 새로운 보호자가 된 변씨는 아버지 김씨의 유언 같은 당부를 저버렸다. 경찰에 따르면 변씨는 ‘일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김씨에게 폭력을 행사했다. 심지어 몽둥이에 맞아 김씨의 팔이 부러져 치료를 받은 사실도 확인했다. 변씨는 ‘인간 제조기’, ‘거짓말 정신봉’이라 쓰인 몽둥이로 김씨를 수차례 폭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카센터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 윤모씨는 폭행현장을 직접 목격했다고 설명했다. “8~9년 전부터 김씨가 폭행당하는 모습을 봤다”며 “엎드려뻗쳐를 시켜놓고 쇠파이프로 엉덩이를 수차례 때렸다”고 말했다. 또 카센터 인근 슈퍼주인도 “마을 초입에 카센터가 있어서 그런지 자주 보지는 못했지만 가끔 맞는 것을 본적이 있다”고 말했다.
주민들의 증언에도 불구하고 정작 변씨는 몽둥이 폭행사실은 부인하고 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폭행죄를 인정한 변씨가 특수상해죄는 피하려는 것 같다. 단순 폭행죄와는 다르게 유죄 판결을 받게 되면 최소 징역 1년 이상의 처벌을 받는 중대범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변씨의 의도(?)와는 다르게 특수상해에 따른 처벌을 피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경찰은 지난 2007년 김씨가 왼쪽 팔 골절상으로 병원치료를 받은 국민건강보험공단 수급 기록과 김씨의 갈비뼈 3개가 부러졌다 다시 붙은 흔적이 있다는 의사소견을 확보했다.
또한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곡괭이로 가슴을 맞았다”며 “숨쉬기가 힘들 정도로 아팠다”고 진술했다. 변씨의 아내 이모(64)씨도 김씨를 향해 시도 때도 없이 욕설을 하는 등 인격모독을 서슴없이 자행했다.
마을주민 윤씨는 “변씨의 아내도 때리지만 않았지 김씨를 많이 괴롭혔다. 듣기 민망할 정도로 항상 김씨에게 욕설을 해대 불편했다”고 말했다. 취재결과 주민들은 공통적으로 변씨부부의 이 같은 행각을 10년 가까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김씨에게 도움을 준다던지 경찰에 알리지 않았다.
이점에 대해 윤씨는 “작은 동네다 보니 쉬쉬 했던 것 같다”며 “2년 전 김씨의 형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결국 변씨 부부로부터 10년간 학대받은 김씨는 카센터를 찾은 손님의 신고로 지옥 같은 노예생활을 끝낼 수 있었다.

기초생활수급비까지 가로채 적금
김씨에게 수년간 폭행을 가한 변씨부부가 상습폭행에 이어 정부의 기초생활수급비까지 가로채 매달 적금을 부어온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17일 경찰에 따르면 변씨의 부인 이씨는 지난 2007년 5월 11일부터 지난 7일까지 김씨의 기초생활수급비 지급 통장에서 매월 10만원씩 자신 명의의 통장에 자동 이체했다. 부인 이씨는 10년 동안 카센터에서 일하고도 임금 한 푼 받지 못한 김씨에게서 수급비까지 가로챈 것이다.
지적장애 3급인 김씨는 기초생활수급비와 장애 수당 등으로 매월 20만원~40만원씩 국가지원금을 받았다. 이들 부부는 김씨의 아버지가 사망하기 전부터 수급통장을 관리했으며 김씨가 받는 수급비를 인출해 생활비 등 개인 용도로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가로챈 돈은 2400만원에 달한다. 경찰은 부인 이씨를 횡령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는 경찰조사에서 임금 미지급, 기초생활수급비 횡령 혐의에 대해 일부 인정했다.
한편 카학대에서 벗어난 김씨는 현재 서울의 한 보호시설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보강수사를 마친 후 조만간 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보건복지부, 전국 재가장애인 실태점검
충북도의회,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조례 제정추진
염전노예•축사노예•타이어노예 등 장애인인권유린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이 같은 사건의 재발을 막기 위해 전국 재가장애인 인권실태점검에 나선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9일 전국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이달 20일부터 다음달 21일까지 한 달간 재가장애인 인권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1차 실태점검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점검대상은 장애인 등급재판정 및 소득 수준 등 재가장애인 관련 빅데이터를 이용해 선정된 장애인 약 1만 명이다.보건복지부는 점검 대상자가 거주하는 읍면동 주민센터를 통해 대상자가 실제로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지의 여부를 확인하고 소재가 불분명하거나 장기 미거주자로 확인되면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기로 했다. 또 학대 장애인을 발견한 시민은 누구나 장애인 인권침해 의심사례 신고센터(1577-5364)에 신고할 수 있도록 안내할 방침이다.
보건복지부는 “1차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장애인 인권 취약지역에 대한 실태점검을 강화 하겠다”며 “내년부터는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을 통해 체계적으로 학대 실태를 조사하고 장애인 학대 예방 프로그램도 개발 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충북도의회는 지난 18일 최병윤(더불어민주당•음성1)의원이 대표 발의한 ‘충청북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연내에 제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도의회는 발달장애인 관련 단체들과 협의와 공청회 등을 거쳐 오는 11월 열리는 정례회에서 이 조례안을 의결할 계획이다.
이 조례 안에 따르면 충북도는 지역사회보장계획과 연계한 발달장애인 지원 기본계획을 4년 마다 수립해야 하며 매년 시행계획을 마련해 추진해야한다. 또한 성년후견제•의사소통지원•자조단체 활동•위기발달장애인 쉼터 운영 등 발달장애인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고용•교육•문화 사업 등에 도예산을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