끈질긴 탐문수사로 밝혀낸 ‘축사노예’사건

지난 7월, 전국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장애인인권유린사건이 발생했다. 일명 ‘축사노예’사건. 청주시 오창읍에서 축사를 운영하는 김모(68)씨 부부는 1997년 여름, 소 중개업자의 손에 이끌려 온 고모(47·지적장애 2급)씨를 19년간 붙잡고 강제노역을 시켰다. 고씨는 이곳에서 ‘만득이’로 불리며 최대 100여 마리까지 기르던 축사 일을 도맡아 했다. 고씨는 축사 옆 악취가 진동하는 3평 남짓한 쪽방에서 생활했으며 임금도 제대로 받지 못했다.

영원히 감춰질 뻔한 이번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건 오창지구대 최남섭(54) 경위덕분이다. 최경위는 “농장을 나와 떠돌던 고씨가 비를 피하기 위해 공장계단에 앉아있었다. 당시 제대로 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상태였다”며 “인근 주민들에게 수소문해 김씨 부부에게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사촌동생이라며 보호자로 나선 김씨 부부에게 고씨를 인계하던 중 최경위는 수상한 점을 발견했다. “당시 고씨가 비를 맞아 떨고 있었고 배도 많이 고파했다. 김씨 부부에게 밥도 좀 주고 잘 챙겨주라고 말했지만 김씨 부부는 고씨를 챙기기는커녕 그냥 들어가서 자라고 하는 등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고 말했다.

이후 최경위는 마을주민, 사회복지기관 등 주변 탐문수사에 나섰고 ‘밥도 못 먹고 다니는 거 같다’, ‘어디서 데려온 것으로 알고 있다’ 등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후 김씨 부부가 경찰 조사를 받으며 관련 혐의 일부를 시인했고 그동안 알려지지 못하고 감춰졌던 장애인인권유린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이다.

최경위가 남다른 시각으로 이번 사건을 바라본 배경도 있었다. 최경위가 사회복지사2급자격증 소지자였던 것. 최경위는 “92년 경찰이 되고 난 이후 사회적 약자들 특히 장애인들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그들에게 좀 더 보탬이 되고 싶어 시작한 공부였고 이번 사건을 해결하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신의 탐문수사를 시작으로 밝혀진 이번 사건에 대해 최경위는 “경찰이니 당연히 할 일을 했을 뿐이다”며 “축사를 떠나 가족을 만난 고씨를 보며 보람을 느꼈다. 앞으로도 성실히 국민들을 위해 봉사하겠다”며 뿌듯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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