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시티 조성사업 시동 먼저, 시민 의견수렴은 나중에
이미 연구용역 발주, 미래도시연구원 주관 세미나 개최

▲ 이 시장은 집권 후반기들어 문화산업에 주력하고 있다. 청주시는 드라마시티 조성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수암골에 설치된 동상. 사진/육성준 기자

지난 2014년 7월 취임한 이승훈 청주시장이 집권 3년차에 접어들었다. 이 시장은 지난해 7월 청주·청원통합 1주년 기념식 때 ‘생명문화도시 청주’라는 비전을 발표했다. 이후 이 시장의 주력사업은 문화산업이 됐다. 청주시장 재선을 꿈꾸는 이 시장은 마음이 급하다. 뭔가 성과물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청주시가 드라마시티 청주와 한류명품 드라마테마파크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아직 마스터플랜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청주시는 연구용역을 발주하고 담당자를 지정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모르고 있다.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청주시가 드라마시티로 가는 것을 찬성하는지, 청주시도 여타 도시처럼 관광객이 몰려오는 관광도시를 지향할 것인지 등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을 반드시 들어야 한다. 원형을 잃고 카페촌이 돼버린 수암골, 이 수암골에서 드라마를 찍었지만 주민들과 상의없이 시작됐다. 수암골을 반면교사로 삼고 앞으로 제2의 수암골이 탄생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승훈 시장은 지난 6월 28일 전반기 2년을 마감하면서 “대외적으로 경제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SK하이닉스, LG생활건강, 셀트리온제약 등 542개 업체 18조9000억원 투자유치와 1만9600명의 고용창출 성과를 거뒀다. 청주산단 경쟁력 강화사업, 청주도시첨단산업단지 조성 등 100년 미래를 위한 산업지도를 그렸다”고 자평했다.
 

또 “사회안전망을 촘촘히 구축하고 지난해 동아시아문화도시로 선정돼 다양한 문화사업을 펼쳐 문화도시로서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다”고 말했다. 하지만 오래도록 히트작이라고 불릴 만한 작품은 딱히 없다. 이 시장은 최근 문화산업 분야에서 큰 사업을 벌일 계획을 하고 있다. 
 

청주시는 최근 드라마시티 청주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이 시장 주변에서 이 사업을 해보자고 끊임없이 제안한 사람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드라마라는 장르가 대중적인 데다 제작사들에게 청주가 웬만큼 알려졌고, 작품이 인기를 끌면 한류체험 관광객들이 청주국제공항을 통해 몰려와 ‘꿩먹고 알먹는’ 사업이 될 수 있다는 계산에서 나왔다는 후문이다.
 

이 계획은 생각보다 원대하다. 크게 드라마시티 청주조성, 한류명품 드라마테마파크 조성 두 가지로 나뉜다. 청주시는 드라마시티 조성에 대해 아직 구상단계이고 확정된 게 없다고 하지만 이미 연구용역을 발주했고 이 업무를 담당할 팀까지 신설했다. 이 시장은 창조전략과에 창조1팀, 창조2팀을 두고 창조2팀에 드라마시티 청주 조성 업무를 맡겼다. 이런 것만 봐도 드라마시티 청주 조성사업은 이미 시동을 걸었고, 향후 문화산업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청주시는 시내 주요 곳곳에서 드라마를 찍도록 하는 드라마시티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수암골 안 나온 수암골 드라마

지난 6월 2일 청주대 경상대 세미나실에서는 ‘드라마시티 청주를 브랜드화한 한류관광산업 활성화방안’ 세미나가 열렸다. 청주시가 주최하고 미래도시연구원·청주국제공항활성화대책위가 주관한 행사였다. 미래도시연구원 창립 12주년 기념행사로 이 단체가 실제적으로 이끌었다. 청주대 박호표 관광학과 교수, 김영배 경제학과 교수, 어일선 영화학과 교수가 공동연구를 했고 박 교수가 주제발표를 했다.

그러더니 청주시는 사업비 900만원을 들여 박 교수에게 드라마시티 청주 타당성조사 연구용역을 맡겼다. 본격 연구가 시작된 것이다. 결과는 오는 9월 4일 나온다. 시 관계자는 “타당성조사 연구용역 결과가 나온 뒤 이 사업이 적합한지 따져보고 추진할 것이다. 공청회와 시민의견 수렴을 거쳐 사업을 확정한다. 지금은 결정된 게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미 사업이 시작됐기 때문에 시민들은 찬반을 논할 권한이 없고 추진을 전제로 의견을 보탤 수 있을 것이다.

이 날 세미나에서 박 교수도 추진을 전제로 발표했다. 그는 왜 청주가 드라마시티가 돼야 하는지에 대해 청주시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들이 인기를 끌었고, 청주대 영화학과와 서원대 공연영상학과 등 전문인력 자원 보유, 전국적으로 뛰어난 접근성, 과거와 미래가 공존하는 도시라는 점을 들었다. 그리고 피란민 정착지였던 동네에서 드라마 촬영지가 된 수암골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욱 미래도시연구원 사무총장은 “수암골에서 드라마를 촬영한 뒤 관광객들이 몰려오면서 수암골 빈집들이 모두 매매가 됐고 시내 경기활성화에도 도움이 됐다. 또 문화예술인들이 빈집에 들어가 작업하면서 예술촌이 됐다. 동남아 한류관광객들이 오면 자연스레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도 이뤄질 것”이라며 “청주대, 문화산업진흥재단, 수암골, 산성, 우암산 등을 넓게 이으면 300만평 자연형 드라마세트장이 될 것이다. 청주가 드라마찍기 좋은 도시가 되면 관광객들이 들어올 것이고, 그러면 관광도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수암골에서 찍은 드라마는 아이러니하게도 이 곳의 특징인 피란민촌이나 벽화거리가 배경으로 나온 적이 없다. 한 관계자는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의 세트장인 팔봉빵집을 수암골에 만들었으나 드라마상에서는 인천으로 나온다. 그 외 드라마에도 벽화거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그냥 수암골에 세트장을 짓고 찍었을 뿐이다. 청주시에서 제작비를 대주면서 드라마를 수암골에 유치했기 때문”이라며 “수암골이 있기 때문 드라마시티가 돼야 한다는 건 심한 비약”이라고 꼬집었다.

드라마 배경도시 ‘너도 나도 드라마시티’
인기 끌었다하면 관광자원화···인천·창원·전주·순천 등 다수·

인기 끈 드라마 배경도시치고 드라마를 내세우지 않은 곳이 별로 없다. 한류라고 해서 동남아 관광객들이 드라마 촬영지를 방문하자 해당 지자체들이 너도 나도 관광도시를 지향하고 있다. 2002년 드라마 ‘겨울연가’를 촬영했던 남이섬, 드라마 ‘모래시계’를 찍었던 정동진이 대표적이다.

경기도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를 촬영했던 파주시 캠프 그리브스를 안보관광지로 지정한다는 계획이다. 안보관광지는 민통선 내 관광지로 관할 부대 협의와 문체부 허가를 얻어 지자체장이 지정한다. 인천시에서는 영화 ‘도가니’ ‘통증’ ‘더 타워’ ‘오직 그대만’ 등과 드라마 ‘태양의 후예’ ‘닥터스’ ‘응답하라 1988’ ‘별에서 온 그대’ 등을 촬영했다.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을 중심으로 인근에 1920~1940년대 지은 근대건축물이 있고 인천국제공항과 인천대교, 송도국제도시, 인천항, 소래포구 등이 있는 인천시는 이를 활용한 드라마촬영지 관광을 시작했다.
 

창원시도 영화 ‘인천상륙작전’과 ‘연평해전’ 촬영지를 관광자원화 할 생각인 것으로 알려졌고, 영화 ‘약속’ ‘YMCA 야구단’ ‘전우치’ ‘광해’ 등과 드라마 ‘성균관스캔들’ ‘용의 눈물’ ‘명성황후’ ‘바람의 화원’ ‘단팥빵’ 등을 촬영한 전주시도 이를 내세우고 있다. 전주시는 한옥마을과 전주향교, 전동성당, 경기전 등 유서깊은 곳이 많아 사극 촬영이 빈번하다. 전주시는 이미 한옥마을 만으로도 관광도시가 됐다.
 

그런가하면 드라마 ‘사랑과 야망’ ‘에덴의 동쪽’ ‘제빵왕 김탁구’ ‘자이언트’ ‘감격시대’ ‘허삼관’ ‘해어화’ 등을 찍은 순천시는 시대별로 60년, 70년, 80년대 거리를 재현하고 드라마나 영화를 촬영장으로 사용하는 한편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순천시도 낙안읍성, 송광사, 순천만 등의 관광자원을 많이 가진 도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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