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교육청, 택지개발지구 9개 학교 신설 승인

“우리 손자가 다닐 수 있게 제발 학교를 지어주세요.”

 “10년 만에 내 집 마련해 입주해야 하는 데 학교가 없으면 우리 애들 어디로 다니나요.”

청주교육지원청에는 하루에도 여러 건 학교 신설을 요구하는 민원 전화가 걸려온다.

며칠 전에는 한 할머니가 방서지구에 학교를 지어달라며 담당 직원을 붙잡고 20여분을 하소연했다. 지어준다고 확답을 줄 수도 없고 일련의 과정을 설명해도 무조건 학교를 지어달라는 할머니와 말씨름하는 직원도 답답하기는 마찬가지다.

이달 초 직원들은 방서지구 학교 건립을 위해 이전 재배치 대상 학교인 청주 신송초를 찾아 3차에 걸쳐 설명회를 가졌지만 결국 학부모 설문조사에서 60% 이상 찬성을 얻지 못해 결국 단독설립을 선택했다.

충북도교육청이 도내 대단위 택지개발에 따른 9개 학교의 투자심사를 모두 승인했다.

도교육청은 지난 21일 오후 ‘2016 1차 수시 재정 투자심사’를 열어 통·폐합과 이전 추진, 단독설립 등 9개 학교의 신설을 승인했다. 도교육청이 승인한 신설 안이 다음 달 말로 예정된 교육부 중앙투자심사위원회(중투위)의 심사를 통과하면 2019년 3월 개교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부 심사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교육부는 학령인구 감소로 단독신설보다는 소규모 학교의 재배치 방식인 신설대체이전을 권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독신설 학교는 교육청이 투자심사를 승인했더라도 중투위 통과가 사실상 어렵다는 얘기다.

9곳 중 이런 곳이 청주의 솔밭2초(대농지구), 양청초(서청주 센트럴파크), 청원2초(오창 센토피아), 방서초(방서지구), 충주 용전중(기업도시) 등 5곳이다. 청주 솔밭2초의 경우 청주 서촌초와 신설대체 이전을 추진했지만 학부모의 반대에 부딪혀 단독설립으로 방향을 바꿨다.

중투위의 높은 문턱은 최근 2년 사이 도교육청이 심사를 신청한 7건 중 1건만 통과시킨 것에서도 엿볼 수 있다. 이 기간 전국 17개 시·도교육청에서 제출한 352건 중 90건만 중투위 승인을 받아 승인비율은 25.6%에 불과했다.

도교육청은 주민의 민원 때문에 중투위 통과가 어려운 걸 알면서도 투자심사를 모두 승인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담당 직원들이 업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학교신설 관련 민원이 폭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옥산2초(소로분교장 이전·가락지구), 내곡2초(내곡초 이전·테크노폴리스), 진천 두촌초(상신초 이전·혁신도시), 충주 대소원2초(대소원초 이전·서충주신도시) 등 4곳의 통과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심사는 도내 대단위 택지개발에 따른 학교 설립 필요성과 주민 민원 때문에 9곳을 모두 승인했다”며 “중투위를 통과하기 위해 보완해야 할 점 위주로 심사를 진행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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