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홍강희 편집위원

▲ 홍강희 편집위원

휴가철이다. 어디로 떠날까? 평소 이런 저런 이유로 책을 읽지 못한 당신, 올 휴가를 책과 함께 보내면 어떨까. 도서관에 가도 좋고, 아니면 책 몇 권 들고 호젓한 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바닷가나 계곡, 유명한 관광지에는 피서철을 별러 오는 관광객들이 많으니 이럴 때 별로 주목받지 않는 곳으로 가보는 것이다.

혹시 ‘북스테이’라는 것을 아는가. 괴산군 칠성면 미루마을에는 책과 함께 하룻밤 보낼 수 있는 ‘북스테이’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선보인 특별한 민박이다. 일명 가정식 서점 ‘숲속작은책방’을 운영하는 김병록·백창화 씨 부부는 서울서 내려와 지난 2014년 4월 서점을 열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작은도서관을 10여년간 운영했다. 귀촌하면서 책마을을 만들고 책과 관련된 활동으로 생계를 유지하자는 원칙을 세웠던 이들은 마을회관에 작은도서관을 만들려던 계획이 차질이 생기자 살고 있는 집을 서점으로 꾸민다. 그러다 고객들의 요청에 ‘북스테이’를 열었는데 그 인기가 상당하다. 주말에는 여간해서 이 집을 차지하기가 힘들다.

‘북스테이’를 하는 곳은 2층. 방 두 칸인데 한 팀만 받는다. 이를 사업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주인이 살고 있는 집 중 일부를 활용하는 것이라 소박하다. 이들은 민박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책을 좋아하는지 등을 묻는 ‘면접’을 본다. 책은 1층 거실에 마련된 서점에서 사면 된다. 이 집 자체가 아름다운데다 부지런한 주인 손길이 더해져 어렵게 찾아온 손님들은 보자마자 환호한다.

좀 더 호사스런 곳으로는 미국 뉴욕에 ‘라이브러리 호텔’이 있다. 듀이 십진법에 따라 책을 분류해 10개 층을 꾸미고, 60개의 객실은 한 가지 주제를 탐구할 수 있게 해놓았다고 한다. 이 호텔은 6000권 이상의 장서를 보유하고 있다. 투숙객들은 자신의 독서 취향에 따라 객실을 선택할 수 있다. 3개의 공용라운지가 있고, 너무 책에만 파묻혀 지낸다고 생각하면 뉴욕시내 구경을 가면 된다. 고전적인 20세기 초 양식 건물에 클래식한 분위기, 거실 한쪽에 꽉찬 책이 피서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나도 괴산 ‘숲속작은책방’은 가봤지만, 뉴욕 ‘라이브러리 호텔’은 못 가봤다. 언젠가 가볼 수 있겠지 하고 꿈을 꾸고 있다.

멀리 못가면 시내 도서관으로 가면 된다. 청주에는 공공도서관 9개와 공공 어린이도서관 2개, 작은도서관 124개가 있다.

오송도서관에서는 지난 5~7월 인문학강좌로 ‘새롭게 읽는 파격의 우리고전’을 진행했다. 이진경 교수의 ‘파격의 고전’ 이정원 교수의 ‘박제된 고전을 위한 하이킥’ 고미숙 고전평론가의 ‘길 위에서 길찾기’ 등 수준높은 강의를 해서 호평을 받고 있다. 인문학 강사로 이름난 이들이 펼치는 열강은 인기 최고다. 이어서 문학기행의 백미 남원을 탐방하고 강릉 허균·허난설헌 생가와 김시습 기념관을 다녀오는 기행도 있었다.

흥덕도서관에서는 6~7월 ‘미술로 만나는 인문학’ 프로그램을 하고 있다. 두 번의 강의 끝에 21일에는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 가서 이중섭 작가의 ‘백년의 신화’전을 관람한다. 미술공부를 하고 혼자 가기 어려운 이중섭 전시회까지 보니 일석이조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청주시내 도서관 프로그램을 주의깊게 들여다보면 가볼 만한 게 있다. 여름방학에는 아이들과 어른들을 위한 특별 프로그램도 내놓는다. 올 여름 휴가, 책과 함께 보내는 시간으로 만들어보자. 도서관 이용객들이 많아야 도서관도 진일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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