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로 편지/ 권혁상 편집국장

▲ 권혁상 편집국장

오늘 9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김영란법’과 관련해 재계와 정치권의 흔들기가 본격화되고 있다. 또한 법적용 대상에 포함된 것에 대해 공공연하게 불만을 표출해 온 일부 언론 매체들이 이에 편승하고 나섰다. 김영란법의 정식 명칭은 ‘부정청탁및금품등수수의금지에관한법’이다. 공공기관, 사립학교, 언론사 종사자들에게 직접 또는 제3자를 거쳐 부정 청탁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골자다.

법에 적용되는 공직자는 음식물 3만 원, 선물 5만 원, 경조사비 10만 원 이상 받으면 안 된다. 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을 비롯한 일부 정치인과 경제 단체 등은 경제 위축을 이유로 김영란법의 일부기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용역의뢰를 받은 한국경제연구원은 연간 매출 손실 예상액이 외식업계 8조 5000억원, 화훼 농가 2000억원, 선물 관련 산업 2조원, 골프장업계 1조 1000억원으로 분석했다. 우리 경제가 결딴나고도 남을만한 분석자료다.

하지만 국민권익위원회의 용역의뢰를 받은 현대경제연구원은 경제적 충격이 없는 것으로 내다봤다. 경제 피해 규모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되는 화훼 산업 선물 수요는 많아야 0.86% 줄어든다고 했다. 기업 접대비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노동자 임금이 올라갈 수 있고, 지하경제가 양성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하늘과 땅 차이의 분석결과를 놓고 국민권익위 보다 전경련을 신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한국갤럽 조사에서도 우리 국민 66%가 김영란법을 찬성하고 있다.

물론 김영란법 해당자가 400만명에 이른다고 하니 초기엔 내수경제를 위축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일부 부작용이 나타나더라도 대한민국의 미래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2015년도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는 56점으로 OECD 평균 69.9점에도 훨씬 못 미친다. 34개국 가운데 고작 27위에 머물러 있다. 부태로 인한 사회적 손실이 막대한 우리에겐 부패를 막고 투명한 사회로 가는 일이 무엇보다 뼈저린 명제다. 이같은 혁명적(?) 의지로 대상 범위를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까지 확장한 것이다.

그런데 법도 시행하기전에 완화하자는 건 명분도 설득력도 없다. 설령 농축수산업계에 미칠 영향이 있더라도 다른 정챙적 수단으로 보완해야지, 부패의 기준을 완화하는 식으로 해결할 일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이 ‘공익 목적으로 제3자의 고충·민원을 전달하는 것'을 김영란법상 부정청탁 예외로 인정한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 최근 취업대란 속에 국회의원 사무실은 지역구 민원 가운데 취업청탁이 첫손에 꼽히고 있다. 하지만 현 김영란법 상으로는 적발되더라도 도덕적 비판 대상이지 법적 처벌 대상이 되지 못한다.

20대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는 김영란법 부정청탁 처벌 대상에 스스로 참여하는 것이 우선이다. 사립학교 교원, 언론인들도 우리 사회의 냉혹한 시선을 외면하지 말고 함께 동참해야 한다. 김영란법을 완화시키지 않으면 국가경제를 활성화 시킬 수 없다고 말하는 한국 정치 지도자들을, 우리가 동경하는 서구 선진국에서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할까, 한번쯤 되짚어 보자.

▲ 한국자영업자 총연대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내수시장 위축 등을 가져올 수 있다며 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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