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띠 친구들이 모였다. 류정환(52)·송일상(52)·김명기(52)·우은정(54)·김사환(52)·연규상(52)씨는 지역에서 유명한 예술가들. 화가이자 조각가이자 시인인 이들은 오랫동안 인터넷 카페 ‘뱀들의 날꿈’을 만들고 글과 예술을 공유했다. 그리고 이번에 오래전부터 꿈꿔온 일을 벌이기로 했다. 무크지 ‘사행(蛇行)’을 발간했다. 무크지의 제호인 ‘사행’은 물줄기가 골짜기마다 뱀처럼 구불구불 흐르는 모습을 의미하며 그런 유연한 태도를 본으로 삼고 있다.

사행은 크게 2개의 테마로 나뉜다. 1부에서는 ‘사이’에 대해 2부에서는 ‘자유’에 대해 글을 썼다. 원래 ‘사이’는 ‘시원과 참이슬 사이에서 놀았다’라는 다소 긴 제목이였는데 이번에 다 빼고 ‘사이’만 남았다고.

1부에서는 류정환 씨의 포토에세이와 우은정씨의 ‘우씨가 만나는 일곱 마리의 개’, 연규상 씨의 ‘파도와 바위 사이의 시학’, 김사환 씨의 ‘존재와 물’ 등의 산문을 만날 수 있다.

2부 ‘다르거나’에서는 류정환 씨의 소설 ‘뱀은 달린다’와 시 ‘백마의 추억’, ‘벚꽃단장’, 김명기 씨의 소설 ‘석션’, 우은정 씨의 소설 ‘문득, 잡념’, 김사환 씨의 화론 등을 만날 수 있다.

무크지 발행과 함께 아카이브 성격의 전시회도 함께 열린다. 전시회는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에서 오는 19일까지 만날 수 있다. 대청호미술관은 ‘지역미술과 문학의 만남’을 주제로 이번 전시회를 기획했다. 전시는 시, 에세이, 드로잉 등의 작품을 중심으로 그동안 이들은 나눠온 예술적 교류와 지평을 관람객들에게 제시한다.

류정환 씨는 “처음에는 마음이 맞아 어울리다가 이렇게 일이 커져 버렸다. 아직은 얼떨떨하고 별거 다해본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들과 함께 있어서 새로운 일들을 해볼 수 있었다. 시를 써왔는데 이번에 소설을 무크지에 발표했다. 무크지가 아니라면 그런 일들을 해볼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