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작가에게 기획비 일부 돌려받으려 했다”작가들 성토 나서
“대표자에게 부과된 자부담 10%가 근본적인 문제”지적도 나와

▲ 젊은작가 그룹 드로잉집은 페이스북에 기획자 A씨를 고발하는 글을 올렸다. 이 일은 지역사회에 기획자와 대표자, 참여작가와의 관계에 대해 많은 질문을 낳았다. 페이스북에 올라온 글 일부.

청주시 사직동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젊은 예술가 집단 드로잉집(Drawing zip)은 최근 기획자 A씨를 고발하는 글을 페이스북에 게재했다. 이 글은 현재 2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보고 댓글을 남겼다. 내용인 즉 드로잉집의 멤버 중 한명인 B씨가 기획자 A씨가 벌인 ‘조치원 역 프로젝트’ 전시에 참여하게 됐다가 낭패를 봤다는 것이다.

B씨는 뒤늦게 A씨가 기획한 전시에 참여요청을 받는다. B씨는 작품료 95만원을 통장으로 받았지만 이후 기획자 A씨는 70만원을 기획비로 돌려달라고 한다. B씨는 A씨에게 기획비 70만원을 돌려줬다. 하지만 전시회 오픈식날 가보니 자신을 제외한 5명의 참여작가들은 작품료 95만원을 그대로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 사실을 알고 참여작가 B씨는 화가 났다. B씨는 페이스북에 “기획자 A씨가 전시를 기획하면서 일정을 수차례 조정했을 뿐 아니라 결정적으로 작품료에서 기획비를 달라고 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이 사건(?)은 지금 기획자 A씨가 참여작가 B씨에게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당초 문제가 된 70만원 또한 돌려준 것으로 마무리가 됐다.

이에 대해 참여작가 B씨는 “페이스북에 당초 문제를 제기한 것은 이 일을 공론화하고 싶어서였다. 작가와 기획자 사이에서 나 뿐만 아니라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일이다. 사과를 받아들였기 때문에 지금으로선 더 이상 거론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라고 말했다.

 

작품료, 차등 지급 논란

 

이번 전시는 세종시가 주최한 것으로 청주지역 작가와 대전 지역 작가들의 교류에 초점을 맞췄다. 기획자 A씨는 그간 조치원역 프로젝트를 오랫동안 고민해왔고 이번에 세종시에 제안한 기획이 받아들여지면서 전시회가 성사됐다. 전시는 5월 15일부터 6월 15일까지 조치원 역에서 열린다. 전시회 비용은 1000만원을 받았다. 기획자 A씨는 1000만원 가운데 작가들 6명에 대한 작품료를 전체기획비의 60%인 600만원으로 잡았다. 기획자이자 작가이기도 한 A씨는 “작가입장에서 작가들에게 혜택을 많이 주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전체 비용은 기획비 20%, 작품료 60%가 들어갔고 나머지는 도록을 제작하는 데 썼다. 일반적인 전시 예산의 구조를 볼 때 작품료는 많은 편이었다.

기획자 A씨는 이 프로젝트의 대표로 돼 있고, 실제 기획자는 C씨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그런데 현재 대표는 전체 전시비용의 10%를 자부담으로 내놓아야 한다. 사실 서류상에는 대표자와 기획자가 각각 올라가 있지만 실제 1인으로 움직일 때가 많다. 대표자 입장에서는 자부담 10%가 ‘부담’으로 다가온다. 또한 대표는 전시작가로 참여할 수가 없다.

하지만 A씨는 이러한 사실을 몰랐다. 기획자 A씨는 처음에 작가로 참여하려고 했다. 전시 작품 재료도 사놓고 작업을 하는 도중 대표는 작가로 참여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러자 자신이 빠지는 대신 뒤늦게 작가 1명을 섭외하게 됐고, 평소 친분이 있던 작가 B씨에게 재료비를 보전하기 위해 돈을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 같은 전후사정을 작가 B씨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고, 결국 B씨는 감정이 상했다.

이에 대해 기획자 A씨는 “내가 백번 잘 못한 일은 맞다. 이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이 일은 지역의 미술인들에게 일파만파 퍼졌다. 아직까지 페이스북 글도 내려지지 않고 있다. 드로잉집에 참여하고 있는 한 젊은작가는 “솔직히 이러한 문제가 발생해도 작가입장에선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기획자가 다행히 바로 사과하고 일이 정리됐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작가들은 어떠한 보호를 받기 힘들다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도 이러한 비슷한 일을 겪은 이들이 있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대표자와 기획자 서류상엔 따로

 

이 사건에 대한 예술인들의 반응은 대개 “터질게 터졌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전시기획을 하면서 이러한 문제가 항상 발생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기획자와 대표자가 분리돼 있어야 하지만 대부분 1인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류상에 대표나 기획자 둘 중 한명은 그냥 ‘이름’만 올리게 해야 한다. 지원기관의 룰이 이렇게 정해지다보니 기획자들은 어쩔 수 없이 서류 요건을 맞춰야 하는 모순이 있다.

지역에서 문화기획자는 다섯손가락 안에 뽑는다. 그 중 한명인 민병동 씨는 “얼마 전 충북문화재단에서 열린 토론회에 가서 대표자가 자부담 10%를 부담하는 원칙에 대해 문제제기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었다. 대표자가 기획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문제를 모두가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관행적으로 대표자는 자부담 10%를 내야 한다. 이 부분이 바뀌어야 한다. 이번 문제도 도의적으론 기획자의 잘못이지만 근본적으론 대표자에게 부과된 자부담이 문제라고 본다”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기획자 모씨는 “기획자가 분명 잘못한 것은 맞지만 작가에서 미리 말을 했다면 이렇게까지 문제가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1인 기획자들에게 부여된 자부담이라는 족쇄를 풀어야 한다. 정당한 기획에 대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전시금액이 커질수록 10%자부담을 채우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공공기관에서는 전시를 기획해도 이러한 비용처리가 문제가 안되겠지만 민간영역의 기획자일 경우 자부담을 스폰을 받아와서 채우라고 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한 일이다”라고 주장했다.

---------------------------------------------------------------------------------------------------

예술인들, 앞으로 사전 계약서를 써라

예술인복지재단 표준모델 내놓아

 

예술인복지재단에서는 예술인 보호를 위해 전시나 공연을 하기 전 ‘사전 계약서’를 쓰도록 하고 있다. 이전에는 구두상으로 이뤄졌던 일이 이제는 문서화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시각파트에 대한 사전계약서 모델은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공연이나 영화 등 액수도 크고 참여자도 많은 분야의 경우 계약서 ‘표준모델’이 나와 있다.

그동안 전시기획을 할 때 작가피를 책정해 주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단체나 협회에서 주최하는 전시일 경우에는 더욱 그랬다. 하지만 충북민예총은 올해부터 ‘서면계약서’를 전시기획을 할 때 참여작가들이 의무적으로 쓰도록 했다. 서로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예술인들은 “서면계약서가 의무화돼 작가와 기획자 모두 보호를 받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