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행정정보공개조례 시민고충처리심의위원운영조례 등 발빠르게 제정

실적 전무 하거나 개선점 많은 제도 눈에 띄어, 위원회 운영도 활발하지 않아

 지난 3일 청주시의회는 ‘청주시민참여기본조례’를 통과시켰다. 이로써 청주시는 전국 최초 제정이라는 ‘영광’을 다시 한 번 안게 됐다. 지난 92년 1월 행정정보공개조례 제정을 비롯해 시민고충처리심의위원운영조례, 노인복지기금설치및운영조례에 이어 시민참여기본조례까지 시는 전국 최초라는 화려한 수식어를 놓치지 않았다. 4개 조례 모두 청주시 혹은 시의회 의원 발의로 선진적으로 이뤄져 다른 지역에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 청주시의회는 시민참여기본조례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통과시켰다.

 시민참여기본조례 제정으로 시민들은 개별 위원회에 들어가 활동하는 것이 전부였으나, 시정에 공식적으로 간여할 수 있는 길이 트였다. 이 조례는 충북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이 적극적으로 집행부측에 제정할 것을 건의하고 한대수 시장도 공약으로 내걸어 함께 노력한 결과 제정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다만 예산에 관한 부분은 행자부 지침대로 주민참여예산조례를 별도로 만들 예정이다. 시의원들은 시민참여기본조례 심의시 44개 기존 위원회와의 중복성, 상위법 저촉여부 등을 따져묻고 “시장 공약사항이라서 어쩔 수 없이 하려고 하는가, 아니면 자발적으로 하려고 하는갚라며 반문해 한 때 제정여부가 불투명하기도 했다.

행정정보공개 청구건수 연 평균 300건

 하지만 문제는 선진적으로 만들어놓은 조례를 현장에서 얼마나 활용하는가이다. 실제 항간에서는 전국 최초로 제정했다고 말만 화려하지 홍보와 활용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는 소리가 무성하다. 지난 92년 1월 공포된 행정정보공개조례는 박종구 의원의 발의로 제정돼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주민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민주적인 시정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이 조례에 대해 현재도 행정학을 공부하는 사람들과 타 지자체로부터 많은 문의를 받는다고 관계 공무원은 말했다.

 시 관계자는 “청구건수가 1년에 평균 300건 정도 된다. 올해만 14일 현재 94건을 받았다. 청주시 인터넷 홈페이지 상에서도 접수를 받다보니 활발하게 이용되는 것 같다”며 “시민이 행정정보공개를 요청하면 각 담당과로 보내 10일 이내에 청구인에게 결정 통지를 하도록 돼있다. 심의위원회는 이의신청이 들어올 경우 연다”고 설명했다. 공개범위는 개인의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사항을 빼고는 대부분 허용되고, 그 중 개인의 사업내용과 관련된 것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시민고충처리심의위원운영조례는 이용 실적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96년 5월 공포돼 역시 화제가 됐던 이 조례는 시민들이 위법부당한 행정행위로 인해 권익을 침해당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다. 시 관계자는 “인허가 처리를 받다가 억울한 경우를 당했거나, 위법으로 인해 영업정지 2개월 당할 것을 3개월 당했다든지 하는 사례가 있을 때 이용하는 제도다. 그러나 현재까지 청주시민이 접수한 것은 한 건도 없다. 오히려 국민고충처리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해 중앙에서 내려오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보니 접수된 건수가 없어 심의위원회조차 열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민원을 중앙에 접수하면 빨리 해결된다고 생각해 무조건 서울로 가는 경향이 있다. 구청에서 담당하는 일을 시장이나 도지사 앞으로 접수하는 것과 같은 이유다”고 말했으나 전문가들은 조례의 허술함을 문제점으로 지적한다.(박스기사 참조) 아울러 시민들에게 홍보가 되지 않은 점 역시 시민들과 멀어지게 만든 요인이라는 것이다.

구태의연한 노인복지의 실상

 시민들에게 부담 주는 내용을 조례로 정할 때 사전에 예고하여 시민의 권익을 보호하도록 한 행정절차조례는 지난 98년 5월 공포됐다. 당시 조례 제정을 추진할 때는 전국 최초였으나 정부에서 행정절차법을 만들어 조례가 필요없는 상황이 됐다는 것. 그리고 전국 1호로 제정된 노인복지기금설치및운용조례는 노인의 복지증진을 위해 필요한 기금을 조성하고 이의 효율적인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담고 있다. 당초 10억원을 조성해 이자수입으로 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시에 따르면 이자 발생의 90%를 청주시노인회에서 운용하고 10%는 재적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1년부터 지급된 기금은 올해까지 4번에 걸쳐 1억8700여만원.

 하지만 그동안 해온 사업이라야 경로당 활성화, 경로당 회장단 교육, 경로당 건강기구 지급 등으로 경로당 지원에 그치고 있다. 따라서 노인회로 지정된 시스템을 바꾸고 문호를 개방해 노인복지 관련 사업을 공모, 좋은 프로그램에 한해 지원해줘야 한다는 여론이다. 어르신들의 지적 수준이 다양해진 만큼 일괄적으로 경로당에 기금을 쏟아부을 게 아니라 계층별로 특성화된 복지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것이 시대에 맞는다는 것. 실제 주변 어르신 중에는 경로당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 보다는 건강한 여가활동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도 있어 방향 선회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청주시는 보육조례 또한 서울시에 이어 선진적으로 제정했으나 일선에서는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조례는 의원 발의로 시작했다가 무산된 뒤 집행부에서 추진해 지난해 6월 공포됐다. 시민사회단체와 사회복지시설 관계자들은 지난 2001년 ‘청주시 방과후 아동보육조례 제정을 위한 시민연대’를 구성하고 교육도시에 걸맞게 방과 후 방치되는 아이들을 위해 조례를 제정하자고 줄기차게 요구해 왔다. 그러나 나기정 전 시장은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난색을 표해 유야무야 됐다가 한대수 시장이 공약으로 받아들이면서 뜻을 이뤘다.

 영유아보육법상에는 12세 어린이까지 지원하도록 돼있으나 이 조례가 제정되면서 시는 방과 후 아동교실을 이용하는 중학교 학생까지 확대 지원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지난해 6월 이 조례가 공포된 뒤 총 10개소에 1억200여만원을 지원했다. 시설요건을 갖추고 신고하는 공부방에 한해서는 교사 인건비와 아이들 간식비를 보낸다”고 밝혔다. 시에서 요구하는 요건이란 5평 이상의 사무실과 10평 이상의 조리실 및 식당, 집단지도실, 교실 등을 갖춰야 한다는 것. 따라서 이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영세한 공부방은 지원받을 수 없도록 돼있다.

 보육조례 제정을 이끈 변지숙 충북여성민우회 대표는 “지원 범위를 확대해야 많은 아이들에게 혜택이 돌아갈 것이고 시에서는 돈 주는데서 그치지 말고 교육의 질, 즉 좋은 프로그램을 실시하는 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현재 아무런 대책이 없다. 이런 점에서 교육청이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초 충북여성민우회에서는 결식아동과 빈공가정이 5000명에 이른다고 보고 우선지원 대상 아동 규모를 3000명으로 잡았으나 현재 혜택을 받는 아동은 몇 백명 선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그래서 청주시가 보육조례 제정에 발빠르게 나선 것은 잘한 일이나 연차적으로 지원 규모와 예산을 확대해 명실공히 교육도시의 면모를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다.

위원회 활성화 관건

 또 여성계에서는 여성발전기본조례를 제정하자는 요구가 강하게 일고 있다. 이미 다른 지자체가 제정했고 여성관련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인데, 시는 기존의 여성발전기금조례를 여성발전기본조례로 확대 개편한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조례 내용을 손질 중이며 올해 안으로 제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조례가 만들어지면 양성평등, 정책결정 과정에서 여성참여 확대, 남녀차별 해소, 여성고용촉진, 농어촌 여성의 복지증진, 평등한 가족관계 확립 등에 관한 정책을 추진하게 된다. 충북도내에서 이 조례를 제정된 지자체는 한 군데도 없고, 충북도 역시 만들지 않아 21세기 여성정책을 다방면에 걸쳐 실시하기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외에도 보행권확보 및 보행환경개선에 관한 조례와 가로수조성 및 관리조례 등이 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 조례로 꼽히고 있으나 활성화라는 측면에서는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시의원 모씨는 잘못된 조례와 관련 “급수조례라는 것이 있었는데, 여기에 급수공사 대행업자는 시장이 시행하는 급수공사시공기술자격 검정시험에 합격한 자로 명시돼 있다. 상수도공사 면허증 소지자와 별개로 따로 시험을 치르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78년 시행된 이래 시험을 3번 치르고 막을 내려 당시 자격증을 딴 11개 업체가 특혜를 누리고 있다. 매우 잘못된 행정이 아닐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리고 위원회 운영과 관련된 사항도 매번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조례상 회의 소집은 시민의 요구가 있을 때 수시로, 위원장이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 전반기·하반기에 정기회의를 하고 필요할 때 하는 것 등으로 규정돼 있다. 하지만 1년이 다 가도록 회의를 열지 않는 위원회도 있다는 게 위원들의 이야기다. 위원들을 선정할 때도 비공개인데다 특정한 사람만 위촉하는 식으로 돼있다는 것도 불만으로 꼽히고 있다.

 위원 모씨는 “청주시는 법정위원회를 죽 늘어놓기만 하고 위원회는 1~2년에 한 번 할까말까다. 회의를 열어도 사업보고만 하고는 끝이다. 이렇게 되면 민간인을 위원으로 위촉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다”고 비판했다. 또 모 인사는 “청주시가 전국에서 처음으로 몇 개의 조례를 제정해 칭찬을 받았는데 이제 얼마나, 잘 운영하는가가 관건이다. 제정하는 데서 그친다면 시민들에게 돌아오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위원회도 활성화시키고 시민들에게 홍보를 많이 해 본래 취지대로 효과를 거둘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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