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 인터넷 카페를 통해 기부‧정보교류‧사업자로 변신
직거래 장터‧프리마켓‧드림 등 ‘필요 없는 물건을 나눈다’

'엄마들'의 커뮤니티 세상
서로 가진 것을 나눈다

엄마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는 또 다른 세상이다. 정보가 오가고, 쓸모가 없어진 물건과 육아용품이 거래되고 때로는 공동구매 시장이 열리기도 한다. 온라인에서 활동했던 카페들은 이젠 밖으로 나와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사회문제에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가정주부에서 프리마켓을 통해 물건을 파는 사업자로 변신하기도 한다. 충북을 기반으로 하는 온라인 인터넷 카페들은 20여개 남짓. 그중에서 가장 많은 회원 수를 자랑하는 대표적인 카페 4곳을 취재했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쫓아가봤다.

 

19일 청주 롯데아울렛 광장에 이른 아침부터 부스가 설치됐다. 오늘 부스는 100개. 네이버 카페 맘스캠프 회원들 100명은 오늘 프리마켓 부스에서만큼은 사장님이다. 프리마켓의 물품 종류는 다양하다. 아이 옷부터 간식거리, 주스, 건어물, 과일, 학습지, 다이어트 식품 등등. 겹치는 품목은 거의 없다. 프리마켓 시간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엄마들은 아이들이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시간 전까지 물건을 팔고 또 아이를 데리러 간다.

▲ 네이버 카페 맘스캠프는 한 달에 세 번씩 프리마켓을 연다. 가정주부들은 이로 인해 사업자로 변신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사진=육성준 기자

오애경 씨는 우연히 맘스캠프에서 벌이는 프리마켓을 보고 “나도 한 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1년 전 둘째를 낳은 지 얼마 되지 않을 때였다. 그는 지금 ‘튼튼곡물마을’ 대표가 됐다. 집에서 아이들에게 해줬던 곡물 선식과 곡물차를 사람들에게 팔게 된 것이다. 단순히 물건을 팔기만하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실제 절차는 까다로웠다. 제조업 허가를 내기 위해 상가를 임대했고 관련 시설을 갖추느라 진땀을 뺐다. “아마 잘 몰라서 도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아이 낳고 이 일을 시작하지 않았으면 우울증 걸렸을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사장님, 대표님이라는 단어가 낯설지만 내 일을 찾은 것 같아서 좋다.”

그는 맘스캠프를 통해 가정주부에서 사장님으로 변신한 케이스다. 카카오스토리를 통해서도 물건을 팔고 있다. 카페 내에선 오씨처럼 창업하는 원하는 이들을 위한 온라인 강의도 열렸다.

엄마들이 처음부터 소위 셀러(판매자)가 된 것은 아니다. 회원들 몇몇이 모여서 ‘아나바다 장터’를 열었다. 그러다가 규모가 점점 커졌다. 김선영 네이버 카페 맘스캠프 대표는 “엄마들은 일자리를 원했다. 아나바다 장터로는 만족하지 못했다. 프리마켓을 시작한 것은 2013년부터다. 자기 물건을 만들어서 가져오기도 했고, 도‧소매 사업자를 내고 물건을 팔기도 했다. 우리들은 프리마켓 대신에 ‘체인지 마켓’이란 이름을 쓴다. 엄마들이 본인의 이름을 걸고 판매자가 됐기 때문이다. 셀러들은 맘스캠프 내 300명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맘스캠프가 벌이는 체인지 마켓은 한 달에 2~3번 정도다. 이날 열린 체인지 마켓에는 100명의 셀러들이 참가비 3만원을 내고 참가했다.

김 대표는 “‘가족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판다’는 원칙으로 판을 구성한다. 올해부터는 한 달에 3번 정도 체인지 마켓을 열 예정이다. 엄마들 입장에선 구매자와 동일한 눈높이로 바라볼 수 있고, 가격도 시중보다 싸게 팔기 때문에 인기가 좋다”라고 말했다. 지자체나 공공기관은 엄마들과 프리마켓을 열기 원한다. 일단, 엄마들을 손쉽게 동원할 수 있고 상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요 없는 물건을 ‘드림’

 

엄마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정보를 얻고 때로는 물건을 ‘득템’하기도 한다. 육아용품이 대개 어느 시기를 지나면 쓸모가 없어지기 때문에 엄마들은 물건을 저렴한 값에 내놓고 직거래를 많이 한다. 워킹맘 박희정 씨는 엄마들 커뮤니티 카페를 자주 이용한다. “과거에는 전국적으로 운영되는 ‘중고나라’ 사이트를 이용했는데 그러다보니 뜻하지 않게 사기 피해를 입기도 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결국 돈을 잃고 말았다. 청주 지역 인터넷 카페는 직거래 위주로 하기 때문에 사기를 당하는 일이 거의 없다. 서로 어디에 살고 있는지 알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라고 설명했다. 박씨는 이번에 둘째를 임신하면서 필요한 육아용품을 반값에 구매했다. 보통 반값이하로 물건이 거래된다.

 

기부하는 기쁨 ‘쏠쏠’

 

네이버 카페 청주맘블리는 아예 필요가 없어진 물건을 나누는 ‘드림’코너가 마련돼 있다. 사진으로 찍어서 올리면 필요한 사람이 직접 물건을 받아가는 것이다. 이 외에도 문화센터 정보 및 강좌 정보 등이 업데이트 돼 엄마들 입장에서는 정보를 찾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게다가 엄마들의 후기평까지 속속 올라와 판단을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청주맘블리에서는 익명 게시판도 운영 중이다. 한 회원은 “가족에게도 하지 못할 말을 털어놓을 수 있어서 속이 시원하다. 다른 엄마들 사연을 보면서 위로도 얻고, 때로는 맘 놓고 욕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까 글을 쓰면서도 맘이 풀린다”라고 말했다. 청주맘블리는 회원들을 위한 무료강좌를 개설할 예정이다.

외지에서 온 이들은 엄마들 카페에서 지역의 맛집부터 어린이집 정보까지 얻을 수 있다. 다음 카페 청주맘들 모여라는 어린이집 원장들이 가장 예의 주시하는 사이트라는 말도 있다. 그만큼 어린이집에 대한 각종 정보가 올라오고, 소위 지역에서 어린이집 관련 문제가 터졌을 때도 제일 먼저 실명이 공개돼 공론화되기도 했다. 박은옥 청주맘들 모여라 카페지기는 “이사 온 엄마들이 카페에 와서 청주에 관한 소식을 많이 알게 됐다고 쪽지를 받을 때 보람을 느낀다”라고 말했다.

엄마들은 인터넷 카페에서 모여 봉사활동을 떠나기도 한다. 어려운 이웃을 도와주는 데 앞장서는 것이다. 네이버 카페 오창맘은 기부하는 카페로 유명하다. 이지현 오창맘 카페지기는 “한부모‧장애인 가정 등 8가정에 매달 120만원을 기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협력업체 가맹비와 공동구매 수익금을 모두 기부하는 것이다.

게다가 매월 1일은 ‘만원데이’라고 해서 기부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엄마들이 물건을 사고 팔 때도 이를 돈으로만 환산하는 게 아닌 기부금으로 내놓는 코너도 운영 중이다. 오창맘 카페 회원들은 고정기부 외에도 독거노인 유류비 지원, 한부모 가정 거주지 마련, 아이들 병원비 지원 등 때때로 기부행사를 벌여 도움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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