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상담전문가 간담회서 "교장·교감이 감추고 가해자 보호"

"강간을 피할 수 없다면 차라리 즐기라고 배웠답니다."

 "성추문 사안을 조사할 땐, 제발 쉬쉬하며 감추는 교장·교감은 빠져주세요."

17일 충북도의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숙애(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진행한 '성폭력 상담 전문가와의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이 교육당국에 쓴소리를 쏟아냈다.

하숙자 청주여성의 전화 성폭력상담소장은 "성관련 사안이 터지면 피해자 관점에서, 피해자 중심으로 조사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면서 "상급기관에, 언론에 사건이 노출되면 인사상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는 관리자는 (사안을)무조건 덮으려 한다"고 말했다.

 "심지어 학생 피해자를 상담하고 문제를 해결해야 할 교사들도 '기관의 힘'에 눌려 (본인의)피해사실을 털어놓지 못하더라"며 "학교장이 피해자에게 '한 번 더 생각해보라. 원만히 해결하자. 너도 예상치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말로 회유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했다.

이숙애 의원은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보호해야 할 관리자(교장·교감)가 사안을 덮으려고 (피해자를)회유하고 종용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면서 "더는 보호받을 확실성이 없다고 느끼는 순간 피해자는 입을 닫게 된다"고 우려했다.

장순화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성폭력예방교육 강사는 "교통사고 피해자에겐 구조·응급·치료·보상이란 보호시스템이 작용하는데, 성폭력·성희롱 피해자에겐 이상한 시선만 보낸다"며 "학교 안에는 아직 우월적 지위에 의한 권력형 폭력이 자리잡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장에서 직접 겪은 학생들의 성관련 의식의 문제점을 지적한 전문가도 있었다.

한 상담사는 "고교 2~3학년생들에게 '강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물었더니 "피할 수 없으면 즐기는 것"이란 충격적 대답이 나오더라"면서 "성매매 혐의가 있는 여학생을 상담 끝에 찾아냈는데, 그후 처리결과를 봤더니 학교로부터 격리하는 것으로 끝내더라. 현장에선 이렇게 처리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폭로했다.

의무적으로 연간 15시간씩 시행해야 하는 성관련 교육도 일선학교에선 엉터리로 진행된다는 폭로도 이어졌다.

이숙애 의원은 "최근 도의회 차원에서 성관련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점검할 당시 고교생들을 인터뷰했더니 '성교육 동영상 틀어놓고는 다른 공부를 시키더라'는 증언이 있었고, 교사들조차 '실제론 도덕교과 수업이수에서 성관련 교육 이수시간을 뺀 후 교육청에는 허위보고한다'는 충격적 고백이 나오더라"고 말했다.

박정민 청주YWCA 성폭력상담소장도 "성희롱·성폭력 사안이 언론 등을 통해 외부로 드러나면 가해자를 강력히 처벌하고 그렇지 않으면 솜방망이 징계로 끝내는 시스템으론 성관련 사안을 줄일 수 없다"며 "제아무리 교육당국이 성관련 예방교육 지침을 만들고 강력히 지시해도 일선 학교에선 엉터리로 진행하고 만다. 2001년부터 반(班)별로 교육하라는 권고가 있었지만 권고사항이란 점을 내세워 교장 선에서 무시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사안의 성격에 따라 도교육청 진로인성과·체육보건급식과·초등교육과·중등교육과, 교육지원청 등으로 관계부서가 나눠진 현행 관리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충고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교육청 관계자는 "최근 3~4월 집중적으로 표면화한 성추문 사안과 관련해 성희롱 사안이 발생하면 무조건 상급기관에 보고하고, 성폭력 사안은 반드시 경찰에 신고하도록 강력히 지시했다"며 "성관련 사안처리 매뉴얼도 재정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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