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점 재검토한다던 오송2생명단지 송전선로 건설 다시 ‘꿈틀’
한전 중부건설처, 옥산면 경유 전제 문화재 지표조사 실행

잠정 중단 후 원점에서 다시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던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다시 원안대로 추진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주민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건설 주체인 한전 중부건설처가 옥산면 동림리 경유안(이하 청주시안)으로 사업을 진행할 때 필요한 동림산성 일대 문화재 지표조사를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주민들은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회신을 근거로 경과지 선정 과정 무효를 주장하며 사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일각에서는 한전이 약속과 달리 청주시안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하려는 움직임에 대해 국회 소관상임위인 산업통상자원위 위원장이자 해당 지역구 의원인 노영민 의원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입지선정위 결정, 여전히 논란

지난해 12월 본보 보도 이후 선정 절차상 문제점이 공론화되면서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잠정 중단됐다. 해당 사업은 현재 조성 중인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 내 생산시설 등에 전력을 공급하기 위한 사업이다. 한전은 천안시 동남구를 지나가는 15만4000볼트 송전선로에서 전선을 따내 오송 제2생명과학단지까지 전기를 가져온다는 계획을 세웠다. 관건은 어떤 경로로 송전선로를 세우느냐에 있다.

해당 송전선로(그림 참조)에서 전선을 따오려면 동림산을 우회해야 한다. 동림산 우측으로 우회하면 옥산면을 지나게 되고(청주시안), 좌측으로 우회하면 세종시 전동면을 지나가야 한다(세종시안).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밀양 송전탑 사태를 비롯해 고압 송전선로 건설과 관련된 민원이 빈번해지자 한전은 외부 기관이 주도하는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했다. ‘투명성’ ‘객관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기대와 달랐다. 경과지 선정을 위탁받은 한국사회갈등해소센터는 지난해 수차례에 걸쳐 입지선정위원회와 주민설명회를 개최했고, 이를 근거로 청주시안을 입지선정위원회의 결정안으로 한전에 통보했지만 주민들은 반발했다. 진행과정에서 다수의 주민들이 배제됐고, 선정위원회의 대표성도 인정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전은 이 같은 주민들의 문제 제기에도 외부기관을 통한 객관적인 입지선정이라며 측량 등 이후 절차를 진행하려 했고,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저지해왔다. 그 과정에서 노 의원 등 정치권이 나섰고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는 답변을 받아냈다. 당시 노 의원은 “미비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원점에서 다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그 후 최근까지 경과지 변경과 관련해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관계자들은 고압송전선로 건설이 유권자인 주민들에게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정치권 부담을 고려한 잠정중단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정치권도 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총선이 끝나고 송전선로 건설사업이 다시 꿈틀대고 있다. 최근 취재진이 한전 중부건설처에 확인한 결과 문화재 지표조사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부건설처 관계자는 “예정 경과지인 동림산성이 충북 향토유적으로 지정돼 있어 송전선로 건설 전 동림산성 일대 문화재 지표조사가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중부건설처의 답변대로 이번 문화재 지표조사는 송전선로를 건설한다는 전제 하에 진행되는 것이다. 지난 1월 취재진에게 “원점에 다시 검토할 계획”이라고 답변한 것과 배치된다.

“선정위 결정 법적 효력없어”

진행 근거에 대해서는 여전히 주민들이 인정하지 않는 입지선정협의체가 청주시안을 제시했다는 점을 들며 ‘지역주민이 참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중부건설처 관계자는 이를 바탕으로 청주시안을 송전선로 경과지로 확정할 예정이며 5월말이나 6월초에는 측량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부건설처는 지난 1월 취재진에게 “두 안에 대해 모두 측량한 뒤 더 나은 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과정을 빼버린 것이다. 이에 대해 중부건설처 관계자는 “옥산면 주민들이 측량에 협조할 경우 청주시안을 먼저 시행하고, 세종시안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계속 제안했지만 아직까지도 주민들의 동의가 없어 측량을 진행하지 못했다”고 주민들에게 책임을 돌렸다. 청주시안으로 상당히 기울어진 분위기다.

한전 중부건설처가 추진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입지선정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는 법적 효력이나 강제성이 없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산자부는 지난 2월 동림산토지주비상대책위 질의에 대한 회신에서 “한전의 송전선로 입지선정위원회는 법에 명시된 절차가 아니며 송전선로 건설사업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한전이 자체 실시 중인 제도”라고 설명했다.

비대위 관계자는 “법적 효력도 없는 입지선정위원회의 결정을 근거로 주민들이 반대하는 송전선로 건설을 강행할 수는 없다”며 “누가 보더라도 잘못된 결정인 만큼 끝까지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청주시안은 세종시안보다 대략 700m이상 길어 건설비용이 더 소요되는 것은 물론 고압선로의 영향도 청주시안은 120가구가 영향권 내에 있는 반면 세종시안은 5가구만 영향권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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