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내 15개 시장 가운데 6곳 억단위 지원사업 진행
문화관광형‧골목형‧글로벌 명품 시장 만들기 프로젝트

‘나이 든’ 시장의 해법찾기
쏟아지는 지원사업

도내 전통시장은 43개. 청주시에만 15개가 있다. 시장 상인들의 평균 연령은 환갑을 훌쩍 넘는다. 시장의 시설들은 2000년대 이후 현대화 작업을 거쳤지만 그 또한 세월이 지나면서 곳곳이 노후화됐다. 시장도 늙고, 시장 사람들도 늙었다. 이들에게 지자체와 중소기업청을 비롯한 국가 기관들은 다양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자본과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뒤쳐진’시장들이지만 수억원을 들여 사업을 진행했다. 고객지원센터 내 고객 편의시설을 갖추고 손님을 맞이한다. 손으로 터치해 상점을 확인할 수 있는 시설도 있고, 카페처럼 커피 한잔을 마실 수도 있다. 심지어 전통시장에서 육아 교실까지 열린다. 시장은 지금 ‘젊은 층’유입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청주시내에서 펼쳐지는 시장 활성화 사업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도내에서 잘되는 시장은 50%정도다. 나머지는 그냥 접지 못해서 있는 거다. 보통 시장에서 수 십 년 보냈기 때문에 갈 곳도 없다. 지원 사업이야 해주면 좋은 것 아닌가. 상인들이 스스로 기획하는 건 솔직히 어렵다. 상인회는 그간 대부분 기획사에 의뢰해서 일을 진행했다. 상인회 능력에 따라 지원을 받는 곳은 계속 받는 데 그렇지 못한 곳은 접근조차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명훈 사창시장 상인연합회장(충북시장상인연합회장)의 말이다.

▲ 청주시내 15개 시장 가운데 억단위 지원사업이 펼쳐지는 곳은 7곳이다. 저마다 생존을 위한 특화전략을 짜고 있다. 사진/육성준 기자

현재 청주시내에서 지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곳은 6곳이다. 북부시장(문화관광형 시장 육성사업 3년간 18억), 육거리 시장(글로벌 명품 시장사업 3년간 25억), 성안길 상점가(글로벌 명품 시장사업 3년간 25억), 서문시장(골목형 시장 육성 사업 1년간 4억 8000만원), 원마루 시장(골목형 시장 육성사업 1년간 5억 2000만원), 오창시장(농림축산식품부 공모로 아케이드 설치사업 6억 5000만원, 고객주차장 83면 조성 추진 중)이다. 오창시장은 충북지방중소기업청과 시장 내 다목적 광장 조성을 하는 데 30억 예산을 세워놓고 심의를 받고 있다. 올해 7월부터는 사창시장이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으로 새롭게 선정돼 1년간 5억 2000만원을 받을 예정이다.

이미 지원사업을 받아 종료한 곳들도 많다. 가경터미널 시장은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문화를 통한 전통시장 활성화 시범 사업에 선정돼 3년간 13억원을 지원받았다. 문화관광형 시장 육성 사업 또한 청주시에서는 현재 북부시장만이 추진되고 있지만 도내에서는 이미 단양, 충주 전통시장을 비롯해 보은 전통시장, 제천 역전 한마음 시장, 제천 약초시장, 진천 전통시장, 괴산 전통시장, 청천 전통시장이 사업을 받아 추진됐거나 올해로 끝이 난다.

 

사업 주최 ‘제각각’

 

대개 중소기업청 산하 기관인 소상공인 시장진흥공단이 시장 관련 사업을 주관하고 있다. 하지만 실제 사업을 관리하는 주최는 제각각이다. 골목형 시장 육성사업의 경우는 청주시 산하기관인 청주시상권활성화관리재단이 맡고 있고, 문화관광형 시장 사업은 전국공모로 사업단장을 응모했는데 북부시장의 경우는 이광진 씨가 맡게 됐다. 글로벌 명품시장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사람을 파견했다. 글로벌 명품시장은 대기업이나 관광공사, 지자체 공기업에서 맡고 있다. 남대문 시장은 신세계가, 동대문은 두타에서 맡았다. 글로벌 명품시장은 올해 새롭게 지정된 것까지 전국에 10개가 있다.

 

생존이 걸린 시장의 몸부림

 

시장 사람들은 크게 지원액수에 따라 골목형 시장, 문화관광형 시장, 글로벌 명품 시장 순으로 사업을 따기 어렵다고 말한다. 골목형 시장이 생겨난 배경도 흥미롭다. 2014년 7월 통합청주시 출범식날 박근혜 대통령이 서문시장을 방문해 삼겹살을 먹었다. 이후 골목형 시장 지원사업이 생겨났다. 1년 짜리 단기간 사업이다. 전국에 1450개의 전통시장이 있는 데 박근혜 대통령이 임기 내 방문한 시장은 10곳이라고. 국정원은 이들 시장에 한 해 따로 동향보고서를 내고 있다고 한다.

골목형 시장이 특화전략을 세우는 것이라면 문화관광형 시장은 백화점식 프로그램을 나열한다.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를 강조한 사업을 진행한다. 상인과 고객대상 문화교실을 진행하고 상인 동아리를 결성하도록 한다. 시장 내에서 문화공연도 빈번히 열린다. 글로벌 명품시장은 한류 관광의 거점을 만들기 위한 목표로 진행된다. 탁철 한국관광공사 세종충북지사 관계자는 “3개년 사업으로 육거리 시장을 활성화 하는 데 젊은 피가 돌도록 하는 게 초점이다. 육거리 시장 내 문화적인 행사나 이벤트가 많이 열리지 못하고 있었다. 최근 육아교실을 열기도 했고, 시장 내 상인들을 위한 서비스교육을 강화할 것이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상인회 모 임원은 “사업이름만 다를 뿐 알고 보면 내용이 비슷비슷하다. 시장 지원사 업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도 있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표를 의식하기 때문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최경호 육거리 상인연합회장은 “육거리 상인들 매출이 해마다 떨어지고 있다. 지원사업이 많다고 해도 실제 상인들의 매출이 오르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상인들이 원하는 건 단 하나 장사 잘되게 해주면 되는 거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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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에 밀린 시장, 시설 현대화 해보지만…

아케이드 공사 10여년 지나 개보수 들어가

고객지원센터 개소, 편의제공하지만 역부족

 

시장에 아케이드가 펼쳐진 것은 2000년대 초반이다. 시장 현대화사업의 일환으로 2003년을 기점으로 전국 시장에 아케이드가 설치됐다. 북부시장 박동휘 상인연합회장은 “아케이드 공사를 할 때는 주로 상인회에서 발주를 했다. 그러다보니 일부 시장에서는 돈 문제로 갈등을 빚기도 했다. 현재는 억 단위 사업이 많다보니 상인회에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 지자체나 전문 기관이 맡아 운영하고 있다. 그러한 방향이 맞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아케이드 공사가 진행된 지 10여년이 지나면서 최근 보수 작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외에도 최근 육거리 시장은 루미나리에를 일부 철거하고 청주시 간판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한옥형태의 입간판을 만들었다. 간판정비 사업은 이미 시장들을 훑고 지나간 사업이다.

▲ 원마루 시장 고객지원센터는 지난 4월 15일 문을 열었다.

시장은 고객지원센터를 열고 손님맞이를 하고 있다. 청주시내 15개 시장 가운데 고객지원센터가 없는 곳은 다섯손가락 안에 꼽는다. 최근 원마루 시장은 9억 3000만원을 들여 고객지원센터 문을 열었다. 정화용 원마루 시장 상인연합회장은 “전통시장의 가장 큰 문제가 화장실 사용이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1층엔 고객편의시설을 마련해 화장실을 비롯한 간단한 컴퓨터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2층엔 상인들 교육 및 회의장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고객지원센터는 중소기업청과 시‧도비를 받아 짓지만 운영 및 관리는 상인회가 해야 한다. 상인회비가 뻔하기 때문에 때로는 운영난을 겪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상인들이 제일 원하는 것은 주차장이다. 최경호 육거리 상인연합회장은 “주차장 확보가 제일 시급하다. 모든 시장들이 다 그렇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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