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4월 주민센터 A초교의 확인요청 불구 회신안해

친엄마 손에 살해된 안승아 양이 버젓이 초등학교 입학예정자로 둔갑한 후 정원외 관리대상자로 분류되는 과정에서 지자체와 학교가 무사안일하게 대처한 것으로 드러났다.

장기결석아동 관리 업무를 매뉴얼대로만 처리했다면, 끔찍한 사건은 2년 전에 세상에 드러났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22일 충북도교육청 등에 따르면 승아 양의 어머니 한모(36·3월 18일 자살)씨는 2014년 1월 청주 A초등학교에 취학통지서를 제출했고 입학신청서까지 썼다.

3년 전(2011년 12월) 사망한 아이가 학급까지 배정받은 초등학교 입학예정자가 된 순간이다. 그 후 승아 양이 입학식부터 모습을 보이지 않자 A초교는 부모와 연락을 취했다.

문자메시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승아를 학교에 보내라고 독촉하기도 했다. 두 차례 경고장도 보냈다. 그러나 부모는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빠져나갔다. 잔혹한 범죄가 들통날까 염려해서였다.

부모가 가정방문조차 거부하자 담임교사는 2014년 6월 승아를 '정원외 관리대상자'로 분류하는 신청서를 냈고 학교장은 이를 허가했다.

문제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정원외 관리대상자 분류 사실을 A초교가 청주교육지원청에 보고하지 않았던 것이다.

청주교육지원청이 2014년 각 학교에 보낸 학적처리 매뉴얼을 지키지 않은 것인데, 당시 매뉴얼은 '장기 결석 아동의 가정에 2회 이상 출석 독촉을 한 후 결석이 지속되면 해당 학교장은 교육장에게 이를 보고하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청주교육지원청은 A초교로부터 이런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이날 확인했다.

이런 보고 누락은 비슷한 시기 승아 양 부모가 살던 아파트의 관할 주민센터에서도 있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2장 22조에는 학생이 7일 이상 결석하는 경우 학교가 부모에게 독촉하고, 읍·면·동장에게 통보하게 돼 있다.

읍·면·동장은 적절한 조처를 한 후 그 결과를 해당 교육청에 알려야 한다.

A초교는 2014년 4월 10일 승아 양이 장기결석 중이니 확인작업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공문을 주민센터에 보냈다. 그러나 주민센터는 학교나 교육장에게 확인결과를 통보하는 공문을 보내지 않았다.

주민센터도 이를 인정했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당시 A초교로부터 공문을 받은 것은 사실"이라면서 "담당자가 승아 양 부모와 통화를 시도하다가 안되자 그 선에서 마무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와 교육지원청에 이런 내용을 보고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한 잘못을 인정한다"고 했다.

만약 당시 학교와 주민센터가 매뉴얼만 지켰더라면, 승아 양 사건의 실체가 조금이라도 드러났다면, 친모의 자살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란 가설이 가능한 대목이다.

친모가 살아있다면,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는 것도 지금보다 훨씬 수월했을 수도 있다. 학교와 지자체의 불성실한 태도가 그 모든 기회를 날려버린 셈이다.

도교육청은 전날 의무교육대상(초·중학교) 학생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위원회를 구성하고 관계 매뉴얼을 보강하는 내용의 대책을 발표했다. 사후약방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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