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생각한다/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 김성영 민주노총 충북본부 비정규사업부장

오는 3월 21일이면 충북 음성 대소면에 소재한 풀무원의 물류센터에서 화물 노동자들이 파업을 벌인지 200일이 됩니다. 작년 9월 4일 파업에 들어간 풀무원 화물 노동자들은 작년 추석을 지나 새해를 거리에서 맞았고 반팔을 입고 시작한 파업을 지금은 두꺼운 잠바를 입고 진행하고 있습니다.

화물 노동자들의 요구는 회사가 운전 업무 외에 추가로 지시한 상하차 업무 시 산재를 보장해달라는 것과 노동조합을 인정해달라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회사는 이 요구안을 받아들이지 않았고 파업은 장기화 되었습니다. 요구안의 소박함에 비해 투쟁은 길어졌고 더 나은 삶은 위해 파업을 시작했던 화물 노동자들의 삶 또한 힘들어졌습니다. 파업이 장기화 되어가며 한 걸음 떨어져 화물 노동자들의 요구안이 정말로 기업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힘든 것인가 생각해보기로 했습니다. 현재 파업으로 인한 회사 측의 어려움보다 요구안을 수용했을 경우의 비용이 정말 큰지 생각해 봤습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과연 회사가 경제적으로 합리적인 선택을 하는가에 대해서 검토해 보았습니다. 화물 노동자들의 요구안이 정당하다는 것은 둘째 치더라도 정말 회사가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안인지, 그게 정말 궁금했습니다.

일단 노동조합 인정에 대해서는 단기적으로 비용이 들어가는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기존 합의에 따라 성실하게 월례 협의회를 진행하고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 노동조건 개선에 대한 계획을 세우면 될 문제였습니다. 장기적으로도 노동조건 개선에 따른 비용이 들더라도 더 나은 노동의 제공과 회사의 이미지 개선을 이룰 수 있고 쟁의행위로 인한 비용이 들지 않는 다는 점에서 이익이라고 판단되었습니다. 산업재해에 관련해서도 비슷한 결론이 나왔습니다. 충북에 있는 기업 중 1조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몇 안 되는 기업 중 하나인 풀무원이 백 수십명의 상하차 업무 산재보험을 별도로 가입하는 것이 회사 규모와 이윤에 비춰볼 때 그리 큰 규모는 아닐 것입니다.

결국 풀무원이 화물 노동자들의 요구안을 들어주지 않는 것이 경제적 합리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이러한 결정은 경제적 판단보다 그 외의 정치적 판단이 개입하거나 혹은 집단적 결정이 아닌 독단적 결정을 내리는 누군가의 잘못으로 인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독단적인 결정은 그 결정 주체의 노조혐오 같은 성격, 기질 등으로 인한 것이고 전혀 경제적이지 못하기 마련입니다. 이로 인한 피해는 비단 화물 노동자 뿐 아니라 회사라는 집단이 공동으로 감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결정은 기업의 맨 꼭대기에 있는 소수가 결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소수는 회사의 어려움과는 상관없이 그 지분에 따라 이익을 가져가버립니다. 풀무원의 경우에도 순이익 등의 감소로 회사가 어려워지고 있는 가운데서도 대표는 주식 소유에 따라 올해 22억이 넘는 배당을 받았습니다.

풀무원을 통해서 우리는 한국의 대기업과 재벌의 의사결정 구조를 봅니다. 손실은 회사에게 이윤은 개인에게 돌리는 구조를 마련한 것도 결국 재벌의 의사결정 구조에 따른 것입니다. 이를 통제할 수 있는 장치로 여겨지는 시민사회운동과 노동조합의 활동은 저 ‘소수’의 공격 앞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더불어 의사 결정권을 가진 소수가 다수의 생사여탈을 결정하는 방식은 재벌을 넘어 한국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습니다. 지금 청주시노인전문병원을 둘러싼 문제들에 대해 청주시장이 그렇고 크게는 얼마 전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을 진행한 국회의 테러방지법 통과 또한 그 범주에 들 것입니다.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한 이유는 아직 너무나도 많습니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