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월대보름 달집태우기 5년만에 재개…한덕수 노현리 이장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아쉽지만 볼 수 없게 된 풍습이 정월대보름날 달집태우기다. 청주지역에서 지난 수년간 달집태우기를 목격하지 못했다.

지난 21일 문의면 노현리 마을에서 붉고 힘찬 불길이 치솟아 올랐다. 5년 만에 재개된 노현리 달집태우기 행사다. 이장 한덕수(68) 씨는 “5년만이다. 전통을 이어가고 싶었지만 비용이 부담스러워 한동안 대보름 행사를 하지 못했다”고 그간의 사정을 전했다.

대보름행사는 오후 풍물패의 지신밟기로 시작한다. 6개 마을이 모여 사는 노현리 가가호호를 돌며 지신(地神)을 달래고 복을 비는 행위다. 지신밟기를 시작으로 마을사람들이 모여 풍년을 기원하는 제를 올리고, 젯상에 올린 음식을 나눠 먹는다. 마지막 달집태우기로 대보름 행사는 정점으로 치닫는다.

한 씨는 “청남대 인근 마을이다 보니 오고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구경 오시는 시민을 막을 수도 없고, 넉넉히 음식을 준비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고충을 말했다. 하지만 더는 미룰 수 없어 올해 다시 시작했다는 것이 한 씨의 설명이다.

덕분에 청주에서 사라졌던 달집태우기를 다시 볼 수 있게 됐다. 이날 행사를 진행한 김남운(44) 씨는 “올해가 11회째다. 10년간 해마다 열린 마을의 자랑이었는데 한동안 중단돼 서운했던 게 사실이다. 다시 할 수 있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달집태우기는 지역마다 조금씩 다른 모습을 하는데 달맞이와 연관이 있다. 달에 절을 하면 여름에 더위를 타지 않고, 1년간 부스럼이 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기도 하다. 또한 한꺼번에 불이 잘 타오르면 풍년이 들고, 타다가 꺼지면 한해 농사가 흉작이 될 것이라 점치기도 했다. 달집이 타서 넘어질 때 그 방향에 따라 풍·흉을 점치기도 한다. 보름 밤 노현리에서 활활 타오른 달집은 올해도 풍년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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